상단여백
HOME 닥터스메일 우울·조증
[Doctor's Mail] 삶이 힘들어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요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2.06 09:44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고, 대학원도 다니면서 이래저래 바쁘게 살고 있는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저를 보며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긍정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야만 하기에, 또,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웃으며 나름대로 성실하게 보이게 살고 있습니다.

저에게 삶은 투쟁입니다. 전 때때로 이 삶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워 길거리를 걷다가도 풀썩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더욱이 요새는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이 납니다. 정말 가만히 멍 때리다가 눈물이 납니다. 힘겹게 돈 벌고, 흥미 없는 대학원을 다니며 꾸역꾸역 사는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어머니와 수시로 싸웠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니는 저를 자신의 모상을 삼아 키워나갔지만, 저는 그럴 능력이 못되었죠. 그래서 어머니는 저를 학대했습니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초등학교 때부터요.

대학생이 되어 자유를 얻은 저는 바로 뛰쳐나와 지금까지 혼자서 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주민등록초본(?)을 떼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것을, 문서로 알게 되었습니다. 의지할 곳 없는 저에게 이 삶은 짐덩어리 같습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업무에 치이며 무거운 몸을 이끌며 꾸역이 다니는 대학원 일상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투쟁 같은 이 삶을 그만하고 이제 그만 울고 싶습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상담을 주신 분은 20대 중반 여성 분이시군요.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직장에 취직하여 성실하게 일을 하시어 직장 내에서 인정을 받고 계시군요. 또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 직장 동료들이 본인을 볼 때 긍정적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직장일 뿐만 아니라 대학원 공부까지 병행하고 있군요. 직장과 학업을 동시에 같이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죠. 정말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많은 아픔이 있으셨네요. 아버지께서는 술을 많이 드셨고 술을 드시고 집에 들어오셔서는 어머니와 많이 다투신 것 같네요. 어머니께서는 가정 내에서 의지할 곳이 없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인생의 유일한 희망을 딸이 성공하는 것에 두셨을 듯합니다. 그래서 자식을 이상화하고 기준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정서적, 육체적인 학대를 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자녀에게 풀었을 수도 있습니다. 

성인이 된다면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가정에서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학생이 되자 바로 집을 나와 독립을 했군요.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에 취업하고 대학원을 다니는 강행군 속에서 많이 지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민등록초본을 발급하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군요. 한동안 아버지 혹은 가족들과 연락이 끊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사망 소식을 듣지 못했겠군요. 나를 힘들게 했지만 그래도 가족이니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음주에 빠져 가정에 소홀했단 아버지에 대한 분노,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분노 등 여러 복잡한 감정이 드셨을 것 같습니다.

현재 삶이 많이 지치고 힘겹게 느껴지는군요. 그래서 눈물도 시도 때도 없이 나고 허무함도 드네요. 20대 중반, 혹시 나를 너무 채찍질하며 앞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아닐까요? 직장을 다니며 대학원을 다니는 내가 혹시 어머니께서 원했던 이상화된 그런 모습은 아닐까요? 

20대 중반이시면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으시고 결코 늦지 않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런 의미 없이 대학원을 다니기보다는 차라리 잠시 휴학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저의 상담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내 고민, 내 사연도 상담하러 가기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beethoven615@naver.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인터넷신문윤리강령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정신건강연구소  |  정신의학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03874  |  등록일자 : 2015년 8월 25일  |  발행·편집인: 박소연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하문로 17길 보광빌딩 12-10  |  대표전화 : 070-7557-9104  |  팩스 : 02-320-60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우
Copyright © 2018 정신의학신문-의사들이 직접 쓰는 정신 & 건강 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 Back to Bot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