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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과다수면, 병원에 가봐야 할까요?
신용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1.30 08:36

[정신의학신문 : 신용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요 근래 대략 한 달 이상 좀 지나치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매일 잠을 많이 자고 있습니다. 매일 피곤함과 무거움을 느끼고 살고 있습니다. 밤에 12시부터 아침 8시까지 잠을 푹 잡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8시에 일어나면 준비를 하고 밥을 먹고 대학 수업에 가야 하는데 몸이 무겁고 피곤하고 다시 스르륵 잠이 들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러고는 12시에 잠에서 깹니다.

밥을 챙겨 먹고 충분히 잠도 잤으니 공부를 하는데 또다시 몸이 무겁고 피곤하고 잠이 옵니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지만 해야 할 공부는 있으니 어찌어찌 과제는 하지만 과제가 끝나는 순간 너무 잠이 자고 싶어서 오후 5시쯤? 또 잠을 잡니다. 이렇게 저녁에 자면 밤에 잠이 안 오는 게 정상인데 이러고도 또 밤에 잠을 잡니다. 잠을 잤다고 해서 피로함이 풀리거나 하는 게 아니라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아 참 환장할 거 같습니다.

그나마 평일에는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덜하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이나 공강일 때는 정말 밥 먹고 잠 밖에 안 잡니다.... 

혹시 정신과에서는 관련해서 약이 없을까요? 내과나 다른 곳을 가야 할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용진입니다. 한창 학업이나 대인관계에 대한 욕구와 필요가 많을 시기인데 과다수면과 관련된 수면양상의 변화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일단 질문의 요지는 ‘이것이 병인가?’ ‘만약 병이라면 어떤 병원을 가야 하는가?’인 것 같습니다. 수면의 이상은 여러 내외과적, 정신과적 질환의 증상의 일부로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기에 더 답답하시리라 생각되고, 그런 측면에서 아주 정확한 질문을 하신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과다수면의 정의는 과도한 수면의 양과 과도한 졸림 모두를 포함합니다. 물론 정상범주에서 일시적, 혹은 상황에 따른 과다수면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문제입니다. 생활상의 큰 변화를 겪거나, 갈등과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상황에 놓여있다거나, 상실과 같은 큰 고통을 겪은 이후, 본인이 평소에 가지고 있는 수면 사이클이 깨지면서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고, 잠에서 깨기가 힘든 과다수면의 상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는 잠이 쏟아져서 견디기 힘든 증상보다는 피곤하고 쉽게 잠들고 잘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회복되거나 수면 패턴을 회복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통해 호전되는 경과를 보입니다.

이제부터는 비정상적인, 즉 질환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과다수면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기면증과 수면무호흡증을 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의, 심리환경적인 원인으로는 ‘비전형적 우울증’의 증상의 일부로서 혹은, 개인의 심리적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무의식적 반응으로서 과다수면이 나타나는 경우도 관찰됩니다.

일단 글쓴이님의 상황을 보았을 때 원인을 찾는 작업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면 문제는 만성화되는 경우가 흔하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일종의 새로운 본인의 수면 습관처럼 굳어진다면 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알다시피 수면은 인간의 기본 욕구 중의 하나이고, 사회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수면의 불균형이나 이와 관련된 심리적 스트레스는 또 다른 병적인 문제를 야기할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죠.

 

일단 가장 흔한 원인 세 가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본인과 조금 더 가깝다고 느끼는 증상들이 있다면 관계된 병원을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먼저, 기면증입니다. 기면증은 어느 연령에나 발생할 수 있으나 청소년기, 초기 성인기에 주로 나타나고 30세 이전에 주로 발병합니다. 증상으로는 수면발작(sleep attack)이 특징적입니다. 수면발작은 잠이 공격해오는 듯이 밀려온다는 뜻으로, 환자는 잠에 저항하거나 참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느끼고 잠들게 됩니다. 또 약 50% 정도에서 탈력발작이라고 부르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는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는 것으로 갑자기 입이 벌어지거나, 고개가 떨궈지고, 무릎에 힘이 빠지기도 합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잠이 들 때나 깰 때 일시적 환각을 경험하거나 몸이 마비된 것처럼 느끼는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를 비롯한 수면관련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과다수면과 더불어 위의 증상들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면, 먼저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서 면밀한 병력청취를 하고, 그 가능성이 의심된다면 수면관련 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의뢰받아 확진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기면증으로 진단된다면, 약물 치료가 효과적입니다. ‘모다피닐’이라는 기면증만을 위한 약물이 사용되고 있으며, 증상에 따라 다양한 약물이 복합적으로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수면 무호흡증입니다. 과체중, 남성, 코골이 등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는 질환으로 수면 중 상기도의 기능적인 폐쇄로 산소포화도가 감소하고 잠깐 깨어나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결국 이것이 수면의 질을 떨어트리고 수면으로 인한 뇌와 신체의 회복의 정도를 감소시켜 과다수면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코골이가 있다고 해서 모두 수면 무호흡증이라고 할 수 없으나 위험성이 있고, 본인보다는 함께 자는 사람이 본인의 수면 중 상황을 잘 알 수 있으므로 물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면 이비인후과를 방문할 것을 권고드립니다. 이 역시 진단을 위하여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진단된다면 세부적인 원인에 따라 양압기를 착용하거나 수술 혹은 약물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비전형적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이라고 하면 보통 깊은 우울감과 슬픔의 감정상태의 지속되고 잠이 오지 않거나 잠에서 자주 깨는 불면과 관련된 증상을 보인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전체 우울증의 약 15%를 차지하는 비전형적 우울증에서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식욕증가로 인한 체중증가, 수면과다와 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기분의 저조나 우울감이 지속된다기보다는 흥미 있는 일이나 해야 할 일에는 집중하고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기분의 반응성을 보입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피곤하고 몸이 무거운 것 때문에 매우 힘들다고 느낍니다. 더불어 대인관계에서 타인의 거절이나 태도변화에 민감해지고 자기연민에 잘 빠져드는 경향이 관찰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우울증과 다르기에 스스로도 ‘좀 피곤한가?’ ‘내가 요즘 좀 민감한가?’ 하는 정도로 치부하여 간과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만약 과다수면과 더불어 이런 증상들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되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면밀한 면담과 진단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대표적인 과다수면의 원인이 되는 질환들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설명드렸습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본인의 증상과 비교하여 적절한 과를 택해 진료를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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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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