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신홍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품을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포유류는 물론이고 조류도 하품을 한다. 모두 경험해 보았겠지만, 하품은 3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4~6초 동안 길게 숨을 들이쉬고, 2~4초 동안 멈춘 후 빠르게 숨을 내쉰다. 대개 하품은 10초에 걸쳐 일어난다. 하품을 하기 전에 여기저기 둘러본다거나, 머리를 만지기도 한다. 하품을 하면서 목을 뻗거나 팔을 뻗기도 한다. 일단 하품이 시작되면 멈추기 힘들다.

하품은 어떤 기능을 하는 걸까? 무리를 지어 다니는 동물들에서 무리 중 하나가 하품을 하면서 피곤하다는 신호를 보내면 무리 전체가 행진을 멈추고 잠을 잔다. 영장류에서는 수컷이 암컷보다, 우세한 수컷이 그렇지 않은 수컷보다 하품을 더 자주 한다. 결국 하품은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 집단행동인 셈이다.
 


15주 된 태아도 하품을 한다고 한다. 영아도 하품을 자주 하지만 몸을 뻗는 행동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하품의 횟수는 줄어들고 사회적인 규범 때문에 하품을 자제하는 경향을 가진다. 사람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하품을 적게 한다. 하품은 잠들기 전에, 잠에서 깬 후 자주 한다. 잠들기 전의 하품에는 몸을 뻗는 행동이 동반되지 않는 데 반해 잠에서 깬 후의 하품에서는 몸을 뻗는다. 대개 하품은 강의를 듣거나 텔레비전 시청, 독서 등과 같은 수동적인 행동에서 더 잘 동반된다고 한다. 대개 졸리거나 지루할 때 하품을 하지만, 배가 고플 때도 하품을 한다.

하품의 기능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어떤 사람은 호흡과 관련된 기능이 있다고 보고 어떤 사람은 하품이 집중력에 관여한다고 본다. 최근에는 하품이 의사소통의 한 수단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품을 할 때 일어나는 횡격막의 수축, 몸을 뻗는 행동 등이 모두 흉강 내로 정맥 혈류가 돌아오는 것을 돕는다. 깊이 숨을 들이쉬는 것이 기관지 근육을 늘리고 폐소동맥을 확장시켜 뇌 혈류를 증가시킨다. 결과적으로 하품은 몸속의 이산화탄소를 내 보내고 산소를 들어오게 만들어 뇌의 산소 공급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품은 외부 자극 없이 높은 수준의 주의력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에 나타난다. 하품 자체가 안면신경을 통해서 뇌를 자극시킨다. 하품 후에 뇌파가 빨라진다. 하품을 한 후에 신체 활동이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 위 두 견해를 종합해서, 주의력이 떨어지면 저산소혈증과 과탄산혈증(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한 상태)이 생기며 이것이 뇌간의 망상계(척수에서 받은 각성, 집중력과 관련된 정보를 조절해 대뇌피질로 보내는 그물처럼 생긴 그물망. 주로 중뇌에 집중되어 있으며 수많은 신경들이 무질서하게 회로를 형성해 마치 그물처럼 보인다.)를 자극하여 하품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이때 하품은 신체 자극과 혈중 산소포화도 증가를 통해서 뇌의 다양한 부위를 자극하여 주의력을 다시 올려준다고 볼 수 있다.

지루한 회의 중에 청중은 하품을 해서 주의력을 올려보려고 노력한다. 이 하품은 연사에게 전달되어 강의를 좀 더 재미있게 해 보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대화 중에 하품을 하는 것은 흥미가 없다거나 대화에 끼기 싫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 경우에 하품은 비록 반쯤 비자발적 행동이지만 비언어적 의사소통으로 작용한다. 하품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고 지시를 한 후 하품을 유발할 수 있었듯이 하품은 암시를 통해서 유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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