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년 남성 A는 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경험하였다. 이전에는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고 활기찬 사람이었다. 최근에 과거 자신과 다툼이 있었던 B가 자신을 괴롭힌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A는 B를 경찰에 신고를 하기도 하고 찾아가 폭력적인 행동을 보여 문제를 일으켰다. 가족들은 평소와 다른 모습의 A를 설득도 하고 윽박질러도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A는 자신이 B로부터 괴롭힘을 받고 감시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기관 역시 B와 힘을 합쳐서 자신을 괴롭힌다고 힘들어한다.>

 

망상장애(Delusional disorder)의 사례입니다. 주변 사람에 의하여 피해를 받고 있고 감시, 괴롭힘을 당하다는 피해망상(Persecutory Delusion)을 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망상장애는 이름 그대로 망상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질환입니다. 조현병과 유사하게 망상을 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질환입니다. 특히 장기적인 경과와 예후가 차이가 납니다.
 

사진_픽사베이


망상장애의 특징과 조현병과의 차이

망상장애(delusional disorder)는 편집증(paranoia) 또는 편집성 장애(paranoid disorder)로도 불립니다. 주변 사람에 대한 의심을 보이는 피해망상 외에도 과대망상, 애정망상, 신체망상 등의 망상이 흔하게 발생합니다.

조현병과 달리 질병이 만성화되는 경향은 적습니다. 물론 조현병도 초기부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좋은 경과를 보이지만, 망상장애의 장기적인 예후는 조현병과 비교하여 더 좋은 편입니다.

망상장애는 망상이 주된 질환으로 조현병과 달리 괴이하지 않은 망상을 보입니다. '누가 뒤를 밟는다' '누가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 '내가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 같다'와 같이 가능하지만 사실이 아닌 망상을 가집니다. 조현병에서는 좀 더 기괴한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조현병에서는 환각(환청, 환시 등)이 자주 동반되지만 망상장애에서 환각은 흔하지 않습니다.

 

망상장애의 원인

전체 인구의 0.03%가량에서 발생하는 드문 질환입니다. 스스로 병식이 없어서 치료를 잘 받지 않지만 일상에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군다나 고소, 고발, 폭행, 충동조절 문제 등이 문제 발생이 가능하여 꼭 치료가 필요합니다.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 영향을 미칩니다. 생물학적 요인이 있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환경이 촉매가 되어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도파민 과다에 의하여 망상이 발생하는 데, 특히 뇌의 일부인 변연계(limbic system)나 기저핵(Basal ganglia) 부위의 과활성이 보고됩니다. 유전적으로 망상장애 환자의 가족 중에 조현병과 그 외 다른 정신질환의 유병률은 증가하지 않습니다. 망상장애의 유병율만 유의하게 증가하는 데 이는 조현병 등의 다른 질환과 다른 생물학적 기전에 의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심리적으로 어린 시절에 과도하게 억압된 마음이 부정과 투사의 방어기제를 거쳐 피해망상으로 드러난다고 해석합니다. 대개 어린 시절 지나치게 엄격한 교육과 환자 스스로의 과민한 면이 처벌적인 자아를 형성하게 됩니다. 사회적인 고립, 주변 환경에 불신, 자존감 저하를 유발하는 부정적인 환경적인이 지속되면 망상장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망상장애의 진단과 종류

1개월 이상 지속되는 확고한 망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 망상은 단순한 설득을 통해서 바꿀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확고한 상태여야 합니다. 이 증상으로 인하여 대인관계, 사회관계, 직업 관계에 제약이 있을 정도로 심각할 경우에 망상장애를 진단합니다.

조현병이나 다른 정신질환, 신체적인 질환, 약물에 의한 증상 가능성을 배제해야 합니다. 특히 알코올이나 마약 섭취 시에 일시적인 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 환자들이 의심을 하는 경우가 있는 데 이 역시 감별이 필요합니다.

망상의 종류에 따라서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해를 끼친다는 피해형(persecutory type),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색정형(erotomanic type), 자신이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는 과대형(grandiose type),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질투형(jealous type), 신체적인 결손, 벌레, 악취와 관련된 신체형(somatic type) 등으로 구분을 할 수 있습니다.

 

치료와 예후

심리치료와 약물치료가 모두 중요합니다. 병식이 없어 초기에 강제적인 치료, 경우에 따라 강제입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 50% 정도는 완전 회복이 되고 30% 정도는 망상이 약해져서 일상 활동이 가능하고 20% 정도는 증상이 악화되거나 지속되는 만성화를 보입니다.

항정신병 약제가 효과적입니다. 다양한 약제가 사용 가능하지만 증상에 따라 효과 부작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초기 약물치료 이후에 망상이 어느 정도 약해진 이후에 정신치료적으로 인지적인 접근, 지지적인 접근이 도움이 됩니다. 장기적으로 역동 정신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가족으로서는 망상에 대하여는 반대도, 동조도 올바르지 않습니다. 망상의 피해자와 무조건적인 격리도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인 방법일 뿐으로 치료가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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