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매운맛에 열광한다. 그만큼 매운맛은 한국인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김치는 모든 음식에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반찬이며 맵고 칼칼한 국물을 목구멍으로 넘길 때면 우리의 스트레스까지 날아가는 것 같다. 실연을 당한 여 주인공이 양푼에 고추장을 듬뿍 넣고 비빔밥을 먹는 모습 또한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매운맛이 우울증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어떠할까?
 

사진_픽사베이


생리학과 행동(Physiology & Behavior) 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고추에서 발견되고 우리한테는 매운맛을 내는 원인으로 잘 알려진 캡사이신은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우울증 증세를 완화시켜 주었다. 연구의 책임자인 멕시코 콜리마 대학의 곤잘레스 교수는 캡사이신이 세포의 TRPV1 채널에 작용한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이번 연구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TRPV1 채널은 우리 뇌의 대뇌변연계에도 존재하는데 이는 우리의 감정 조절, 기억, 동기부여 등과 관련이 있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곤잘레스 교수는 또한 멕시코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추를 소비하는 만큼 매운맛이 사람들의 기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자 했다.

연구팀은 실험 쥐를 대상으로 한 강제 수영 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관찰했다. 강제 수영 실험(Forced Swimming Test)은 실험 쥐가 땅에 닿을 수 없을 만큼의 물을 수조에 받아놓고 강제로 수영을 시키게 하는 방법이다. 쥐가 물속에서 헤엄치다가 이내 절망감을 느끼고 얼마나 빨리 포기하고 부동자세를 취하는지가 우울증을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소량의 캡사이신을 투여받은 쥐는 아무것도 투여받지 않은 쥐보다 짧은 시간 동안 부동자세를 취했으며 더 오랫동안 물 위를 헤엄쳤다. 이는 다시 말해 캡사이신의 효과로 인해 쥐가 절망감을 덜 느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항우울제의 투여 역시 캡사이신의 효과와 동일하게 쥐는 더 오랫동안 헤엄을 쳤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한쪽은 탁 트인 낭떠러지에 다른 한쪽은 벽으로 둘러싸인 높은 십자형 미로(Elevated Plus Maze)에 쥐를 놓고 그들의 움직임에 따른 불안 정도를 측정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캡사이신은 불안증상을 완화시켜주지는 못했다. 즉, 캡사이신은 설치류에게 항우울제와 비슷하게 우울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효과를 나타냈지만 불안 증상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곤잘레스 교수의 연구는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지만 향후 연구에서 사람 집단에서 캡사이신과 우울증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더 많은 연구가 되어야 하겠지만,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캡사이신을 이용한 치료는 항우울제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 참고

1. Capsaicin produces antidepressant-like effects in the forced swimming test and enhances the response of a sub-effective dose of amitriptyline in rats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03193841830667X

2. 우울증의 실험적 모델
Chung, Young In. "Experimental Models of Depression." Journal of Korean Society of Biological Psychiatry 6.2 (1999): 161-169.

3. Capsaicin from chili peppers found to produce antidepressant-like effects in rats
https://www.psypost.org/2018/10/capsaicin-from-chili-peppers-found-to-produce-antidepressant-like-effects-in-rats-52322?fbclid=IwAR2YYT1rSnTytvRgYDIacC4JlP9G-hdTqjJM_k-D9cRUrSVjm7BAroY7_5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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