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22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피시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가 국립법무병원(구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게 될 것이며, 신속하고 정확하게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국립법무병원은 법무부 소속으로 1987년 정신질환 범법자들의 수용과 치료 및 교화를 위해 500병상 규모로 지어졌으며, 연이은 증축으로 현재 970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이자, 수용기관이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 김성수처럼 정신감정을 하는 기간 동안 임시로 피의자들을 수용하기도 하며, 피의자들 중 치료감호 처분을 받은 일부는 다시 법무병원으로 돌아와 법원이 정한 기간 동안 폐쇄병동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조현병은 15년, 약물/알코올 중독은 2년, 정신성적 장애는 15년까지 수용될 수 있으며, 살인죄의 경우는 법원이 2년씩 최대 3번까지 연장할 수 있다. 조현병 증상으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는, 최대 21년까지 폐쇄병동에서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종종 정신질환이 없는 범법자보다 더 오랜 기간 수용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이유로 수용된 환자들이 자신은 정신질환이 없다고 주장하는 일도 생기곤 한다.  

 

전국의 모든 정신질환 범법자를 오랜 기간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국립법무병원은 2011년 이후 늘 970병상을 초과하는 정신질환 범법자들을 수용하여 치료해왔다.

하지만 허가된 병상수보다 많은 환자를 받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며, 또 초과된 인원은 복도에서 생활해야 했기에, 이 부분도 수차례 문제시됐었다. 2018년 8월 기준으로, 1043명이 수용되어 있으며, 13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었다. 즉 전문의 1인당 약 80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것이다. 주 40시간 일하는 정신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동안 다른 일은 전혀 하지 않고 면담만 한다고 해도, 환자 한 명을 면담할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단 30분뿐이다. 의료진 회의, 정신감정, 약물 처방, 차트 기록, 행정업무 등에도 꽤 많은 시간을 써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환자를 면담하고, 상담 치료를 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 보다 더 적다.

부족한 병상수와, 전문의를 포함한 인력 문제, 인력난으로 인한 치료의 질 저하에 대해 국립법무병원은 지속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으나,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법무부 소속 기관이 예산 부족으로 법을 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결국 늘어나는 환자와 열악한 인력 상황, 수용소 특유의 근무환경은 인력이 더 유출되게 만들었으며, 남아있는 정신과 전문의를 포함한 의료진의 부담은 가중되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_픽사베이


이런 이유로 살인 혐의로 치료감호 처분을 받았다가, 법원이 정한 기한을 채우지 않고 나오는 ‘가종료’는 현재 증가하고 있다. 살인혐의로 치료감호 처분을 받아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심의를 거쳐 가종료된 인원은 2013년 33명, 14년 42명, 15년 27명, 16년 77명이었으며, 전체 가종료 인원도 15년 266명에서 16년 393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더 오랜 기간 수용되어 치료받아야 할 정신질환 범법자들이, 병상과 의료진이 모자라 사회로 더 빨리 나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치료감호 처분이 종료 또는 가종료한 뒤, 범죄를 저질러 재입소하는 비율은 19.96%이다.(출처 법무부, 박주민 의원실) 이런 수치들은 현재 국립법무병원은 수용도, 치료도 모두 버거운 상황임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국립법무병원의 열악한 상황은 일반 국민들에게도 실제 위험이 된다. 예를 들어, 작년 6월 한 남성이 아파트 옥상에서 매달려 작업 중이던 사람의 밧줄을 끊어 사망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 역시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감호를 받았으며, 치료감호가 종료된 뒤 스스로 치료를 중단했었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누군가가 “신속하고, 정확하게”를 요청하지 않아도, 인력이 없어서 신속하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정신감정은 전문의의 면허를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법무부 수장의 “신속하고, 정확하게”라는 외침은 공허할 뿐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야 할 것은 피의자 김성수의 정신감정뿐 만이 아니라, 국립법무병원에 대한 지원과 사후관리체계 구축이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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