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호르몬의 측면에서는 대격변을 경험한다. 폐경이라는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마치 고요하게 가라앉아있던 흙탕물을 확 뒤집어 섞은 모양새다. 몸도 마음도 한동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최소한 신체와 정신 영역 2군데에서 콤보 공격으로 동시에 오기 때문에, 당연히 남자들보다는 그 타격이 더 크다.

폐경이라는 것이 단순히 호르몬의 변화만 의미하진 않는다. 바로 여성성의 상실이라는 엄청난 의미가 있다는 거다. (사실, 남자들이 이런 부분들을 잘 이해하긴 어렵다.) 결국, 여자는 여자다. 여자가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심지어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다 해도- 여자는 여자다! 여자로서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것은 언제든 똑같은 마음이고, 오히려 늙어서 그런 게 더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시기는 여성들에게 죽을 만큼 힘들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폐경의 시기에 호르만의 재편이 이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결국, 지나친 감수정에서 벗어나게 되고, 용감해지며 이성적인 판단까지 갖추게 되는데 이런 변화가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성을 잃어버린 이후의 삶에 큰 도움이 되는 듯하다. 어쩌면, 중년 이후의 생존을 위한 하나의 트랜스포머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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