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감성이 생겼어요!

 

아직 중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조차도 예전보다는 지금 감수성이 예민해진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눈물이라곤 흘려본 적이 없었는데, 최근 1~2년 전부터 우리 딸의 발표회를 보고 눈물을 글썽인 적도 있고 종종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코끝이 찡해진... 그런 놀라운 변화를 경험한 것이다. 이제 50대에 막 접어든 선배는 슬픈 드라마만 보면 그냥 자동적으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고 한다.

호르몬이라는 것은 그 절대량보다는 비율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은데, 아마도 그 세계에서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남성에서는 30대 이후부터 매년 약 1% 정도씩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는데, 그런 이유로 중년에 나타나는 증상들을 '남성 갱년기'로 흔히 설명한다. 이와 더불어, 남성&여성호르몬의 비율 자체가 깨지면서 심리적(드물게 신체적으로까지)으로 소녀감성 같은 여성적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중년 남성의 변화는 실제로 가족들과 자기 자신 모두를 당황케 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꼭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여성성의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권위에서 벗어나 대화도 자주 하고 정서적 풍요로움을 느낄 좋은 기회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또 하나의 적응 과정으로써, 반드시 필요한 업데이트를 하는 중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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