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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낫지 않는 우울증에 지쳐만 갑니다
김준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9.12 02:42

[정신의학신문 : 정신과의사협동조합 김준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안녕하세요, 저는 28살 남자입니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현재 배우자와 7살, 3살 두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벌써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은 지도 2년이 다 되었습니다. 현재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진단은 우울증, 공황 증상으로 나왔고요. 회피성 성격 특성과 수동 공격성 성격 특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사랑만으로 첫째 아이를 임신하여 22살에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꿈꾸리라 생각했지만 결혼생활은 마음처럼 순탄치 않았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지금까지 두 차례의 외도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배우자는 그 모든 걸 용서해준 사람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저를 지켜주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처음 우울증 치료를 받을 때는 외도를 끝낸 상실감에 인해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심리상담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내 우울증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어온 우울이고, 벌써 가슴 깊숙이 박혀버린 감정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자살을 수없이 많이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만 죽으면 다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입니다. 너무나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생각인 걸 알면서도 살아가는 게 너무 괴로워서 죽음보다 더 나은 삶은 없다는 생각이 요즘도 들곤 합니다.

저를 포함한 가족들은 제 병이 언제 나을지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기약 없는 약속일뿐 제 병은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고 점점 더 심해지기만 합니다. 심한 무기력증과 자괴감. 자살 충동과 분노조절장애. 심한 불안증세와 공황장애 등 스스로도 너무 힘들뿐더러 주변의 가족들마저 긴 시간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사진_픽셀


치료를 중단해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입니다. 주변에서 하는 어설픈 위로와 충고는 저를 더 힘들게 하기에 충분하고, 긍정적인 생각이면 병을 나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며 답답하기만 합니다.

조금은 나아졌다 그 전보다 훨씬 더 나빠지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많이 지칩니다. 더 이상을 제가 무얼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는 경제적 여건상 심리상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아지지 않는 나를 보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치료를 받을지 막연합니다. 답답해하고, 입원치료를 강요하고, 주변에서 많이 힘들어하는 가족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병이 낫는 게 무섭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점점 나빠져 결국 모든 것이 끝나게 될까요? 

 

A) 안녕하세요. 오랫동안 우울증이 좋아지지 않아 고민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우울증을 겪는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울증은 인간이 만나는 여러 질환 중 하나지만, 다른 신체적 질환과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종양이나 피부의 상처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요.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눈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얼마나 그 상처가 깊고 큰지, 치료 후 얼마나 나아졌는지, 남은 찌꺼기는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지요. 우울증을 겪는 이들이 혼란스러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 나은 것 같다 다시 무기력해지면, 이전의 치료 성과는 잊은 채 좌절에 늪에 빠져버리거든요. 또, 보이지 않기에 상처를 깨끗하게 도려낼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치료 이후에도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잘 관리하셔야 합니다. 

우울증은 잘라내 버려야 할 암 덩어리이기보다는, 잘 관리하고 길들여나가야 할 만성병에 가깝습니다. 본인과 가족들이 과연 언제 이 치료를 끝낼 수 있을 것인가 노심초사하고 계시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우울증 치료의 ‘완전한 종결’은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치료의 끝이 없다는 말에 좌절하실 수도 있겠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우울증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삶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우울증 치료가 삶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우울증의 ‘끝’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이며, 우울증을 완전히 없애려 발버둥 치면서 삶 전체가 우울증의 늪에 더 깊게 빠져들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약물치료와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의 증상이 걷어지고 나면, 우울증 밖의 삶에 집중하고 자신의 내면에서 건강한 부분들을 조금씩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울증을 내 삶에 찾아온 ‘달갑지 않은 손님’으로 여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불현듯 찾아온 그리 달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그를 내보내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 우리에게 유익할까요? 나를 찾아온 불쾌한 손님이 가끔 눈에 거슬리더라도, 큰 사고만 치지 않도록 관찰하면서 당장 내 생활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은 우울증이 내 삶의 전부인 것 같지만, 몇 걸음만 뒤로 물러서면 우울증을 제외한 나머지 삶의 영역이 훨씬 넓습니다. 지금의 고통이 삶의 전부인 것 같지만, 고통에서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 바라보면 고통도 삶의 지극히 작은 일부일 따름입니다. 고통이 사라지기를 기대하고, 없애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생기는 부차적 고통들이 우리를 더 괴롭게 합니다. 없애려 하기보다는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불편을 감수하며 진정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을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셔야 합니다. 
 

사진_픽셀


물론 우울은 부정적인 것만 보게 합니다. 좋은 것들은 찌꺼기를 걸러내듯 필터로 다 걸러지고, 불편함만 시야에 들어오지요. 2년 간 변함이 없다고 좌절하고 계시지만, 추측건대 2년의 치료 동안 변한 것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로 변했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주치의 선생님의 생각은 분명 다를 겁니다. 우선 함께 2년 간의 변화 과정을 되짚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알아차리지 못한 긍정적인 변화들을 알아차리실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글을 보면 배우자에 대한 죄책감과 자책이 우울을 더 심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그 얼룩진 기억이 마음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사건이 미친 영향 이상으로 뿌리 깊은 우울감이 있다고 하셨지요. 추측컨대 성장 과정에서의 경험,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 등이 현재의 우울감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고, 아내분께서 외도를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용서한다 할지라도 우울감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비단 이번의 문제만이 아닌,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느끼는 관점의 차이, 즉 성격(personality)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깊이 얽힌 우울감을 극복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요. 결국 질문자님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조금씩 통찰을 키워나가는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신분석적치료든 스키마치료든, 결국 심리치료의 궁극적인 방향은 스스로 내면을 잘 인식하고 건강하게 대처해 나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지요. 

쉽고 명쾌한 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분명한 건 지금의 힘듦을 극복하는 방향은 분명 있다는 것이며, 그 길을 혼자 힘으로 걸어가기란 어려운 일일 겁니다. 우울함이 많은 것을 가리고, 어깨를 무겁게 하겠지만 주변에서 내미는 손을 잡으시어 어려움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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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pdco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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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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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가 2018-09-12 18:25:28

    일찍 부터 시작된
    가장의 무게에 많이 버겁고 힘드셨을 것 같아요...

    현재에도 역시 주변 가족들의 기대와 요구를
    어느 정도 감당과 책임을 지시는데
    자신의 우울이 없었더라면 좀 더 수월하 지
    않을까 하는 맘에 ㅠㅠ

    응원합니다.
    힘내시길 기원하오며~   삭제

    • 오세완 2018-09-12 10:49:48

      힘들어도 열심히 움직이고 잘먹고 잘자고 잘싸고 부지런해야 강하다는 것을 알아야하고 약보다 운동도 해야하니 오늘 하루도 화이팅입니다 ~ 그리고 마늘이 최고^^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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