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전혜란 가정의학과 전문의/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 무연 + 무취 = 무해 ??

“실내에서 피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피웠어요. 눈치가 덜 보이고 편해요. 흡연 후에도 냄새가 나지 않으니까 아이를 만지기도 했어요”

가열 담배(일명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들이 금연 진료를 받으러 와서 흔히 하는 말이다. 우리는 감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 존재를 망각하기 쉽다. 대표적인 것이 가열 담배에 의한 ‘간접흡연’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냄새와 연기 없는 가열 담배는 간접흡연이 존재할까? 있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 간접흡연이 발생하는 것일까?

쉽게 생각해서 음식 ‘요리’에 비유해 볼 수 있겠다. 먼저 담배에 직접 불을 붙여 태우는 일반 (궐련) 담배는 음식을 불에 직접 달구어 굽는 ‘직화’구이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직화 방식을 쓸 때 음식에 불이 직접 닿아 음식이 익혀지고 타기도 하며 탄 부분은 재가 되기도 한다. 또한 이 직화 과정에서 연기가 발생하며 음식이 불에 익고 타는 냄새 또한 발생한다.
 

사진_픽사베이


따라서 음식을 직화시키는 공간에 같이 있다면 그 냄새와 연기 때문에 이 공간에서 음식이 불에 구워지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자각할 수 있게 되며, 때로는 그 공간에 있었던 사람과 다른 곳에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이 그런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이때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은 그 음식을 직접 먹지 않더라도 그 음식에서 나오는 연기와 냄새를 같이 맡고 느끼게 된다.

이와 비교하여, 가열 담배는 냄비에 쪄낸 음식에 비유하는 것이 적당하겠다. 비록 불에 직접 구워내는 것만큼 자극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공간은 음식을 찌며 발생한 증기로 가득 차게 되고 분명히 냄새도 발생하기에 우리는 어떤 요리인지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가열 담배를 일명 ‘찐 담배’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진_픽사베이


이런 비유를 보면 우리가 가열 담배에 대해 흔히 하는 착각이 어떤 것인지 과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열 담배가 비록 일반 담배만큼 자극적인 냄새나 연기가 많이 나지 않더라도 그것을 찌면서 발생하는 증기를 통해 그 유해 물질이 주변으로 충분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눈으로 볼 수 없고 코로 맡을 수 없을 뿐,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노출되고 있어 간접흡연이 분명히 존재한다.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의 감각으로 느낄 수 없기에 우리 스스로 그것으로부터 방어해 내지 못하므로 더욱 위험한 것일지 모른다. 연기가 있고 냄새가 있다면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피하거나 방어할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이 간접흡연에 노출되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입는 피해는 기존 담배의 간접흡연 피해와는 또 다른 차원의 간접 피해로 그 범위가 확대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 가열 담배 끊어 내기 – 가열 담배의 “금단과 갈망”

담배 내 많은 유해 성분 중, 흡연자 의지에 상관없이 수시로 담배를 찾게 되는 ‘중독’에 관여하는 물질이 바로 ‘니코틴’이다. 흡연 시 뇌 특정 부위에 도달한 니코틴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니코틴 수용체’와 결합하고, 그 결합으로 수용체가 활성화되면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보상 기전)된다.

이때 흡연을 지속하면서 니코틴을 뇌에 공급해 줄수록 니코틴 ‘수용체’가 점차 증가하게 된다. 니코틴 수용체가 증가된 상태에서 니코틴 공급이 차단되면 (흡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금연을 시도하는 상황 등) 니코틴 수용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해 발생하는 ‘금단 증상’이 발생하며 다시 활성화시켜주고 싶은 ‘갈망(재흡연하고 싶은 욕구)’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열 담배에서도 금단 증상과 갈망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사실 가열 담배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룬 전 연재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직 가열 담배에 대한 연구가 담배 회사 자체 연구 외에 공식적인 연구는 거의 진행된 것이 없는 상황이기에 현재는 정확한 정답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가열 담배는 일반 담배와 그 조성이 유사하고, 특히 담배 회사에서도 직접 주장했듯이 담배 맛을 좌우하는 ‘니코틴 함유량’과 ‘니코틴의 전달 방법’(연기나 증기에 함유된 니코틴을 흡입하면 폐에서 흡수되어 수초 내에 뇌까지 도달)은 두 담배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니코틴 중독은 담배 특유의 독특한 니코틴의 전달 방법에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뒤에 설명할 니코틴 대체제 관련 내용 참조), 두 담배의 니코틴 전달 방법이 같다면 가열 담배 흡연자들도 일반 담배 흡연자들처럼 니코틴 중독 발생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또한 그로 인한 금단과 갈망이 나타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이다. 이것은 일반 담배는 끊고 가열 담배만을 흡연 중임에도 그 가열 담배를 끊지 못해 금연 진료를 받고자 내원하는 환자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나의 개인적인 진료 경험을 미루어 보았을 때에도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최근 의료계에서도 흡연을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하여 금연을 치료적 개념으로 접근하는 추세이다. 혹시 가열 담배를 일반 담배를 끊는 금연의 수단으로 선택한 흡연자들이 있다면(혹은 두 가지 흡연 방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흡연자들도) 그 둘이 결국은 같은 물질에 의한 같은 중독임을 받아들이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금연 치료를 위한 의료의 문을 두들겨 보길 권해본다.

 

사진_픽셀

 

♦ 니코틴 중독을 니코틴 공급으로 치료?

이쯤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금연을 위해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니코틴 껌, 패치, 사탕과 같은 ‘니코틴 대체제’에 관한 것이다. 위에 언급한 대로라면 니코틴 중독(흡연)자에게 중독 성분인 니코틴을 공급해서 치료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모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에서도 계속 강조한 것은 ‘니코틴의 전달 과정’이다.

흡연할 때 니코틴은 기체(혹은 증기) 상태로 전달되며 한 번에 많은 양의 니코틴이 단 7초 만에 뇌에 도달하며 그 효과도 약 20분 내로 사라지게 되는데, 이렇게 흡연을 통한 니코틴의 특수한 전달 방법이 니코틴 중독을 일으키는 것이다. 반면 니코틴 패치나 껌은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니코틴을 공급해줌으로써 올바른 이용 방법만 지켜 준다면 니코틴을 갈망하는 욕구는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면서도 중독으로는 이르지 않게 된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