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60대 남성이 배우자와 내원했다. 크게 건강 문제없이 생활하던 환자로 최근 중견 기업에서 퇴직했다. 크게 잠버릇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서 잠버릇이 심해졌다고 한다. 1년여 전부터 가끔 자다가 발길질을 심하게 하고 주먹질을 했다. 최근에는 더 심해져서 발길질에 같이 자던 아내가 다치는 일이 있기도 하였고 자신이 꿈결에 뛰쳐나가려다 문턱에 걸려 넘어져 골절상을 입고 외래를 방문했다. TV에서 치매와의 연관성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걱정을 한다.

 

렘수면 행동장애(RBD, Rem Sleep Behavior Disorder)의 전형적인 증례입니다. 독립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파킨슨병, 치매(특히, 루이소체형 치매)와의 연관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질환입니다. 오늘은 렘수면 행동장애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증상

수면상태에서 꿈을 꾸면서 꿈에서 일어나는 행동을 실제로도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꿈에서 도망을 가면 실제로도 발을 버둥거립니다. 꿈에서 다툼이 있으면 주먹질을 하거나 발길질을 하여 같이 자던 배우자에게 상해를 입히기도 합니다. 드물게는 집 밖으로 나가는 일,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일이 있기도 하여 큰 부상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 원인

명확한 진단을 위하여 수면상태를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PSG, polysomnograhpy)가 필요합니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중의 뇌파, 근육상태, 호흡상태, 심전도, 안구움직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검사입니다. 2018년 7월부터 보험급여가 인정된 검사로 최근 검사빈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생리적으로 (정상적으로는) 꿈을 꾸는 REM 수면에서 근육이 마비가 되어야 합니다. 근육이 마비가 되니 행동이 억제가 되고 꿈을 꾸어도 문제없는 수면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렘수면장애 환자에서는 정산적인 근육의 마비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꿈을 꾸면서 하는 행동을 그대로 표현하게 됩니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하여 근육의 정상적인 마비 정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주로, 중년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입니다. 즉, 말초 근육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오래되고 기능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뇌의 질환입니다. 파킨슨병, 루이소체치매(DLB)와 유사한 원인(alpha-synucleopathy)에 의해 발생합니다. 뇌가 취약할 경우에 발생이 증가합니다. 뇌의 혈류장애를 초래하는 뇌졸중(stroke) 또는 뇌의 외상병력(hemorrahage) 또는 간질(epilepsy)에서 빈도가 증가합니다.

또한 복용하는 약물에 의해서도 발생 가능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약물은 주의를 요합니다. 항우울제(SSRI,  venlafaxine, mirtazapine, TCA), 고혈압약제(B-bloker) 등은 직접적으로 렘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 외 수면제, 과량의 진통제, 중년 이후 신체질환이 증가하면서 고혈압, 고지혈증약 등의 복합사용, 한약, 건강보조제 등의 무분별한 사용은 비슷한 양상의 수면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치료

많은 분들이 갑작스러운 증상에 놀라서 내원하지만 치료는 비교적 잘 되는 편입니다.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 환자/가족과의 면담을 통한 임상양상, 약물사용/기저질환에 대한 파악을 통한 원인평가 및 진단을 제대로 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전형적인 렘수면행동장애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입니다. 클로나제팜(clonazepam(rivotril))이 가장 효과적이고 그 외에 카바마제핀(carbamazepine), 멜라토닌제형(melatonin), 도파민효현제(L-dopa) 등이 사용 가능합니다. 원인평가/진단 상 다른 원인이 의심된다면 복용하는 약물의 교체, 원인질환에 대한 교정을 한다면 증상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퇴행성 질환으로 완치라는 개념보다는 증상의 조절이 중요합니다. 증상에 대한 지속평가 및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증상 조절을 위하여 지속적인 약물복용이 도움이 됩니다.

 

사진_픽사베이

 

♦ 다른 퇴행성 질환과의 연관성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직접적으로 파킨슨 질환이나 루이소체 치매의 전구증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비슷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질환으로 향후에 경과관찰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향후에 파킨슨 증상이나 치매가 발생할 확률은 렘수면 문제가 없을 경우에 비하여 분명히 증가하고 취약성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 연관이 선후관계를 의미하거나 치매나 파킨슨 질환의 이전 단계임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늘 알아본 내용을 정리하면,

<노년층에서 수면 중 행동문제가 갑자기 심할 경우에는 렘수면 행동장애를 의심해야 하며 사고 위험성에 따라 검사와 진단에 따른 치료가 필요합니다. 파킨슨, 치매 등과 연관이 있지만 직접적인 선후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적으로 약물치료에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유지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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