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50대 여성 A는 10년 전부터 신체적인 증상이 반복된다. 처음에는 이유 없이 기운이 없었다. 점차 숨이 가쁘고, 머리가 띵하고, 소화가 되지 않고, 전신이 쑤시고, 메스꺼운 증상, 이명 등이 발생했다. 가끔씩 있던 증상이 반복되고 점차 심해졌다. 여러 내과, 가정의학과 등을 방문하였고 혈액검사나 CT 등의 검사를 반복해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신경성인 것 같으니 마음을 편하게 하라는 말에는 짜증이 일기도 했다. A는 지속되는 증상에 대하여 정신건강의학과를 내원했고 치료를 받으면서 현재도 증상이 있지만 견딜만한 정도로 줄어든 상태다."

 

전형적인 신체화장애(신체형장애, Somatization disorder)의 사례입니다. 반복되는 신체증상으로 여러 병원을 다니지만 신경성 질환인 것 같다는 말만 듣습니다. 환자는 마치 꾀병을 부리는 것처럼 오해를 받고 마음이 상합니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은 분명히 실재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환자를 괴롭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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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체화장애의 증상 / 특징

다양한 신체증상이나 징후가 주된 증상입니다. 흔하게는 통증을 보이는데 두통, 복통, 흉통, 근육통 등 특정부위와 관련됩니다. 비특이적으로는 기운 빠짐, 어지럼증, 피로감, 가슴답답함, 메스꺼움, 소화불량, 이명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질병에 대하여 높은 수준의 걱정을 보입니다. 여러 병원을 방문하고 마치 의사를 쇼핑(doctor shopping)하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진료나 검사를 시행했음에도 여러 병원을 다니며 진료를 받고 다른 의학적인 조치를 받으려고 합니다. 큰 문제가 없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작은 이상 징후에도 불안해지고 심각하게 생각을 합니다.
 

2) 신체화 장애의 발생원인

신체화 증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실재한다는 것입니다.

신체적인 이상보다 심리적인 부분의 기여가 크다고 할지라고 환자가 느끼는 증상 자체는 실제로 불편한 것입니다. 증상은 결코 환자가 꾸며내는 것이 아닙니다. 환자의 통증이나 불편감은 실제로 존재하고 이로 인하여 환자의 생활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환자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은 환자를 더욱 힘들게 하고 예후를 좋지 않게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정상신체에서는 통증을 받아들이는 신경계(Afferent sensory neuron)가 너무 예민하지 않게 조절되어야 합니다. 필요 없는 자극은 적절한 가지치기(blocking)가 되어야만 합니다. 호르몬 중 세로토닌과 엔돌핀이 이러한 역할을 합니다. 이 호르몬들이 감소하게 되면 통증이나 신체자극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내적인 불만이나 갈등이 적절히 해소되지 않으면 갈등이 신체적 증상으로 전환됩니다. 신체형장애는 감정적인 호소를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퇴행 경향성을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신체형장애 발생비율이 높은데 타인을 의식하는 경향이 크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문화적 배경과 관련이 됩니다. 
 

3) 신체화 장애의 치료

신체적인 통증 호소는 전체인구의 10%가량으로 보고되고, 건강염려증적인 경향은 4%가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체적인 통증은 그 자체가 환자의 삶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더군다나 신체화장애가 만성화되면 우울, 불안, 불면 증상이 동반하는 경우가 유의하게 많아 적절한 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신체증상에 대한 검진, 검사는 초기에만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이후에는 규칙적 / 정기적으로만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비용이거나 침습적인 진단은 신체질환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있을 때만 합니다. 반복되는 검사는 장기적으로는 좋지 못한 경과를 가져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적 치료는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로 나뉩니다. 정신치료적으로 통찰지향적인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최면치료 등이 효과적입니다. 약물치료적으로 일부 항우울제(SNRI 계열 또는 Nassa 계열)는 통증이나 신체 증상에 자체에 효과가 좋습니다. 동반된 우울, 불안, 불면증이 뚜렷하게 있는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더욱 효과적입니다. 항불안제(benzodiazepine)는 즉각적이고 드라마틱한 증상의 호전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신체적인 통증의 치료를 통하여 증상이 경감되면 신체에 대한 과도한 염려 역시 감소합니다.

 

"신체화 장애는 오랜 시간 지속되는 만성적인 경과를 보입니다. 점차 심해지고 환자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고 이전보다 훨씬 나은 삶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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