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교육/육아 육아·교육
세살 감정 여든 간다: 감정이 건강한 아이 키우기
김양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7.11 04:45

[정신의학신문 : 김양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글쓴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많은 일들을 기억하지만 또 그만큼 많은 일들을 잊습니다.

저는 어릴적 기억들 중 몇몇은 2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특히 그 때의 기분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

어머니가 이불 커버를 빨고 말려서 다시 이불 속을 넣을 때 그 이불 커버 속에서 굴러다니며 깔깔대며 웃던 기억, 놀이터에서 놀다가 미끄럼틀에서 떨어지면서 팔을 다쳐 병원에 갔던 기억, 그리고 감정들.

그렇게 오래가는 기억들은 강렬한 감정과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신나게 웃고 가끔 짜증내고 울면서 커가는 아이를 볼 때면, 아이가 좋은 감정과 기억을 오래 가지고 살아가는 데에 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그럼 감정과 기억을 갖도록 도와주는것이 나의 역할이 아닐까하며 고민하고 또 마음 속으로 다짐을 합니다.

그림 1. 편도체 (amygdala)는 여러 동물에서 관찰되며, 진화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는 뇌 영역입니다. 편도체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집니다. BLA (편도체 기저측부핵), CeA(편도체 중앙핵). (Janak and Tye. Nature 2016)

 

♦ 내 머릿 속의 아몬드: Amygdala, 편도체

감정 반응에는 많은 뇌 부위가 관여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편도체에 관심을 갖고 중점적으로 연구합니다. (그림 1)

편도체의 영어 이름인 amygdala는 라틴어로 아몬드를 뜻하는데, 처음 편도체를 구분한 신경과학자들이 그 모양이 아몬드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편도 자체도 아몬드의 한자음이기도 하고요.

이 편도체는 만 2세에 성인의 80% 무게까지 성장하는 다른 뇌부위보다 더 빠르게, 만 1세경에 성인 수준 크기까지 성장합니다.

 

편도체는 흔히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뱀과 같은 위협적인 동물을 보았을 때 도망을 갈지 싸울지 반응을 (Flight or fight reponse) 결정하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다른 동물들에서도 잘 보존되어있는 뇌 영역이기도 합니다.

의학적으로는 Kluver-Bucy 증후군이라고 하는 양측 편도체가 외상, 수술 또는 뇌의 염증 등에 의하여 파괴 되었을 때 나타나는 병증으로 유명합니다.

Kluver-Bucy 증후군은 편도체의 기능 손상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포를 느낄 상황에서 공포를 보이지 않고, 공격성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편도체는 고전 학습 이론의 유명한 연구인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 나오는 ‘종소리’, 즉 개에게 음식(무조건 자극)을 주기 전에 주는 자극(조건 자극)을 학습하는 것에 중요한 뇌 부위입니다.

개가 종소리만 들어도 음식이 나올 것을 예상하여서 침을 흘리는 생리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연관기억(associative memory)’라고 하며, 공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 반응만이 아닌 긍정적인 감정에도 똑같이 적용이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 뱃속에서부터 성장하면서 받는 자극들, 빛, 소리, 냄새, 맛, 촉각 등이 외부 세계의 감각 자극이 주어지는 상황과 그 맥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자극-반응으로 연결되어 연관기억을 이루고, 이후 자극들이 주어졌을 때 이전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상황과 연결이 되어서 그 당시의 자극에 따른 반응 즉 감정 반응을 일으킵니다.

편도체는 감각 자극을 전달해주는 신경에서 직접 신호를 받아 더 빠르게 감각 정보를 받고, 대뇌에서 감각 정보를 구분하고 파악하기 전에 감각에 따른 감정의 가치(valence)를 평가하고 좋은 자극인지 위험한 자극인지를 빠르게 판단하는 뇌 영역으로, 직관적으로 개체의 생존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먼저 판단합니다. 

 

덧붙이면, 아무 이유 없이 어떤 물건이나 사람을 보고 좋은 감정을 느끼고 나쁜 감정을 느낄 때는 이와 같은 연관기억이 무언가 작용을 하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명료하게 기억이 나고 언어적으로 표현이 가능한 기억에 비해서 접근하는 것이 어렵고 모호하기 때문에, 연관기억은 비명료기억 중에 하나이며, 명료기억을 의식(conscioussness), 연관기억과 같은 비명료기억을 무의식(unconcioussness)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림 2. 영화 [Inside Out] (2015)에 나오는 감정 캐릭터들. 아이들도 태어나면서부터 기쁨, 화남, 역겨움 등 기본적인 감정을 가집니다. 만 1세 정도부터는 슬픔, 부끄럼, 자랑스러움 등 더 고차원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 감정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건강한 감정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적절한 정도로 표현하고 그 감정을 해소할 수 있어야 건강한 감정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느끼는 것은 그 상황이 자신에게 득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를 과거의 경험에 따라 학습된 반응이 아주 빠르게 나오는 것입니다.

그 감정을 느꼈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표현할지 아니면 좀더 기다렸다가 생각해보고 행동을 할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에서 용인이 되고 본인 및 주변 사람들에게 이득이 되고 피해를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긍정적/ 부정적 감정이 해소될 수 있어야 건강한 감정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건강한 감정 조절은 저를 포함한 많은 어른들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1. 건강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아이를 도우려면, 아이의 행동에 따른 반응을 일관적이고 명확하게 해야합니다.

아이가 칭찬 받을 일을 하면 제대로 칭찬하여 아이가 기쁜 감정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확실하게 반응을 해주어야 하고,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단호하게 안된다는 말과 몸짓으로 아이의 행동을 평가해주어서 아이가 당장은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실망을 하더라도 명확하게 이 행동이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게 부모님이 반응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반복적으로 모호하고 비일관된 반응을 겪고,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감정 상태에 따라 같은 행동에도 다른 결과- 즉, 안정적인 연관기억을 얻지 못하여 자신이 한 행동이나 처한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판단하지 못하게 됩니다.

특히 방임과 같은 아동학대로 인하여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가진 아이는 편도체의 크기가 더 커지고 반응도 높아져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보이고, 불안증상을 보일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2. 아이는 감정 표현과 이를 해소하는 방법이 매우 즉각적인데, 이는 아이의 다른 뇌부위에 비해서 고위 인지 기능 중 행동 억제를 담당하는 아이의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늦게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감정 표현과 감정 해소가 즉각적이고 솔직하고 참기 어렵다는 것을 부모님이 먼저 이해하여야 합니다.

부모님이 먼저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감정의 폭풍이 지나간 후에 부모님으로부터 이해 받고 있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부족한 전전두엽 기능을 부모님이 대신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화를 내고 때를 쓸 때에도 부모님은 아이가 원하는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아이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즉 화가 나는 상황을 기다려주고 참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전전두엽도 여러가지 일로 피곤하지만, 아이를 위해서 한 번 더 한 번 더 참아주는 힘을 발휘해야 할 때가 바로 이때 입니다. 

 

아빠 엄마의 억제, 즉, 잔소리도 효과적으로 필요한 때 적시적소에 해야 무게감도 있고 아이가 확실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학습 할 수 있게 됩니다.

아직 말이 서투른 아이의 경우에는, 아이가 위험한 물건을 만지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때 엄마가 ‘안돼!’ 하면서 주의를 주게 되면, 아이는 엄마의 ‘안돼!’를 기억하게 되고 위험한 상황임을 학습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엄마의 ‘안돼!’ 신호가 위험할 때가 아닌 상황에도 너무 자주 들리게 되면 아이는 ‘안돼!’ 신호를 여러 상황과 연관 짓게 되고 결국 효과가 없어지게 되는 일반화(generalization)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맺음말

오늘도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들, 선생님과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요?

친구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실랑이가 벌어지고 잠깐 울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다시 울음을 그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요? 

아이가 자신이 가진 훌륭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멘탈이 강한, 감정이 건강한 아이로 클 수 있도록 오늘도 울고 짜증내고 화가 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지나가면 다시 즐거워지는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멘붕금지!

 

 

김양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medicusy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인터넷신문윤리강령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정신건강연구소  |  정신의학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03874  |  등록일자 : 2015년 8월 25일  |  발행·편집인: 박소연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하문로 17길 보광빌딩 12-10  |  대표전화 : 070-7557-9104  |  팩스 : 02-320-60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우
Copyright © 2018 정신의학신문-의사들이 직접 쓰는 정신 & 건강 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 Back to Bot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