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김양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작가

 

이 글을 읽는 엄빠들은 학교 들어가기 전, 어린시절에 학교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느라 하루를 다 보낸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 때는 뛰어 놀 시간이 있었고, 같이 놀 친구들이 있었고, 뛰어놀 장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깥에서 놀면서 충분한 햇빛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바쁩니다. 친구들도 바쁘고, 뛰어놀 장소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만큼 햇빛을 받을 시간도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아이는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서 낮시간을 보내고, 엄빠는 가사일이나 직장생활로 아이와 낮시간을 보내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주말에 바깥에 나가려고 해도,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외출을 망설이게 됩니다. 그래도 여유가 되고 기회가 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야외활동이라는 큰 선물을 주는 것이 우리 아이의 건강한 몸과 뇌 발달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비타민 D의 합성 경로(Anatomy & Physiology, Connexions Web site. http://cnx.org/content/col11496/1.6/, Jun 19, 2013.)

 

비타민 D

우리 피부는 햇빛 중 자외선 (UV-B)를 이용하여 비타민 D2 (calcifediol, ergocalciferol)를 비타민 D3 (calcitriol, cholecalciferol)로 합성합니다. 연어, 등푸른 생선, 달걀 노른자, 우유 등을 섭취하여서 비타민 D를 얻을 수도 있지만, 일일권장량까지 섭취하려면 상당히 많은 양을 먹어야 합니다. 즉, 햇빛을 이용하여 피부에서 합성하는 비타민 D가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몸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비타민 D는 칼슘 (Calcium) 대사에 중요한 미량 무기물질로, 소장에서 칼슘 흡수를 늘리고 신장에서 배출될 칼슘을 재흡수하여 체내에 사용할 수 있는 칼슘 이용량을 늘립니다. 성장 중인 우리 아이에게 칼슘이 중요한 이유는 칼슘이 뼈를 구성하고 근골격계 성장을 돕고, 세포 내 신호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또한 신경간의 소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년층을 제외한 대부분 연령대에서 비타민 D 부족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젊은 층의 비타민 D 부족은 실내 활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해 나타나는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와 같은 비타민 D 부족증은 주요우울증, ADHD 등과 연관이 있고, 노년층에서는 골다공증, 골절 등 근골격계 이상에 원인이 됩니다. 비타민 D 부족증은 햇빛노출, 거동이 불편하여 햇빛노출이 어려운 경우- 비타민 복용 등으로 비교적 쉽게 교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보건의료에서 관심을 갖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아이의 튼튼한 몸과 뇌 발달을 위해서는 일주일에 1~ 2시간 야외 활동으로 햇빛 노출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창에 햇빛이 많이 들어와도, 실내에서는 유리창을 통해 UV-B 자외선이 차단되므로 햇빛을 비타민 D 합성에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선블록은 햇빛의 피부 흡수를 차단하기 때문에 충분한 비타민 D 합성을 위해서는 안 바르는 것이 좋지만, 아름답고 건강한 피부를 위해서는 바르는 것이 좋기 때문에 둘간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근시는 안구의 과다 성장 등으로 인하여 물체의 상이 망막보다 앞에 맺혀서 나타납니다. (위 사진) 동아시아 국가에서 20세기 중반에는 낮았던 근시 유병율이 시간이 갈수록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아래 사진) Ian Morgan, Australian Natl University

 

근시 예방

 

외국에 나가면, ‘검은 뿔테를 쓴 동양계 남자는 한국인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젊은층의 근시 유병률은 높습니다. 근시 유병률은 특히 동아시아에서 높은데, 60년 전인 20세기 초중반에는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인구의 10~20% 정도만이 근시였으나 요즘에는 90% 이상의 청소년, 젊은 성인층이 근시라는 조사가 있습니다.

 

근시는 왜 동아시아에서 많이 나타날까요?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임상 연구가 여러 나라에서 이루어졌고 일관적인 결과는, 햇빛 노출이 적을 수록 근시가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었습니다. 햇빛 노출이 많은 호주나 미국 아이들에 비해서 실내 활동이 많은 한국, 홍콩, 싱가폴 등에 사는 아이들이 근시 유병률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햇빛이 어떻게 아이들의 근시를 막을까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영역이지만, 햇빛이 눈 안의 망막에 다다르면, 망막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이 만들어지고, 그로 인해 안구의 성장을 막아서 적절한 안구 크기를 얻고 초점을 잘 맞출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낮에는 햇빛으로 인해 도파민이 만들어져 안구 성장이 방해받고 밤에는 빛이 없고 도파민이 줄어서 안구 성장을 촉진하여 적절한 안구 성장을 해야 하는데, 햇빛 노출이 감소하면서 밤낮 안구 성장주기가 깨진다는 설명입니다.

 

그럼 근시 예방을 위해서는 얼마나 햇빛 노출이 필요할까요? 위 연구자는 하루 3시간 이상, 10,000 lux 이상 밝기 정도인- 비타민 D와는 다르게 직접 빛을 받지 않아도 되므로- 맑은 날 그늘에서 활동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근시 예방을 위해서는 안구의 노화가 시작되는 30대 전까지는 선글라스 착용을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맺음말

지금 30- 40대인 엄빠들인 부모 세대들도 조부모 세대에 비해서는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집, 학교, 도서관, 그리고 일터에서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높은 근시 유병율과 비타민D 부족증을 겪고 있습니다. 조부모 세대가 당연히 누리던 ‘일상’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점점 더 특별한 날에만 갈 수 있는 ‘소풍’으로 변해 갑니다.

 

지금도 실내에서 안경을 끼고 이 글을 읽고 계신 엄빠에게, 그리고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저 자신에게 이 얘기를 하며 부탁하고 다짐해봅니다.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일주일에 1시간 이상 햇빛쬐기, 그리고 아이의 건강한 눈을 위해서 맑은 날 그늘에서 3시간 활동! 날씨 좋은 주말, 가족 모두 공원에 가서 그늘에서 책을 읽다가 지루할 때는 햇빛을 받으며 뛰어다니는 가족 나들이는 어떨까요?

 

 

글쓴이_김양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수련
현재 KAIST 의과학대학원 재학 및 시냅스뇌질환연구센터에서 연구 중
자폐증, 조현병 등 정신질환과 시냅스 발달 이상 사이의 인과관계 및 치료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실험 동물 모델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참고자료

박현아; 김수영. 비타민 D 에 대한 최신지견. Journal of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 2013, 56.4: 310-318.

WILLIAMS, Katie M., et al. Association Between Myopia, Ultraviolet B Radiation Exposure, Serum Vitamin D Concentrations, and Genetic Polymorphisms in Vitamin D Metabolic Pathways in a Multicountry European Study. JAMA ophthalmology, 2017, 135.1: 47-53.

DOLGIN, Elie. The myopia boom. Nature, 2015, 519.7543: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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