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김영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울증은 증상 발생 후 치료가 빨리 시작될 수록 치료성적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진료를 받고 치료까지 이어지시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남들은 다 쉽게 극복하는 문제인데 내가 너무 나약해서 힘들다 느끼는 건 아닐까?' 라는 말씀을 참 많이 듣습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던 분들은 대부분 우울증 환자분들이셨지만, 내가 우울증이냐 아니냐를 스스로 판단하는 건 정말 어려운 문제죠. 특히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본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갇혀버린 상황에서는 모든 고민의 끝이 '이건 내가 나약해서 그런거야. 다 내 잘못이야.'라는 자책으로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판단이 더 어려워집니다.
감정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굉장히 큰 변화나 공황발작 같은 증상이 아니라면, 본인 뿐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도 그 변화를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혼자 고민하실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 함께 이 어려움을 나누시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 현재 나의 상태가 어떤 지 상담을 받아보고, 우울증이라면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 우울증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앞으로 내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겠죠.
그럼 전문가를 찾기 전에 내가 고민해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째로 나의 생활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볼 수 있겠습니다.
학생이라면 학교, 직장인이라면 직장생활이 어떤 지, 요즘 집중은 잘 되는지, 의욕이 떨어져서 일을 자꾸 미루게 되지 않는지, 주변 동료들과는 잘 지내는지 등을 예전의 나와 비교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학교나 직장을 떠나서 본인의 개인적인 생활은 어떤 지도 꼭 챙겨보아야 합니다. 지인들과는 잘 지내고 있는지, 취미생활은 어떤 지, 최근 즐겁게 한 활동이나 재미있었던 드라마가 있는지 등 개인 생활사의 변화도 생각해보셔야하죠.
우울증상이 있는 분들을 옆에서 볼 때, 여전히 일을 잘하고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업무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힘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그 결과 심리적인 여유, 에너지가 줄어들어서 업무가 아닌 다른 생활에도 영향이 갈 수 있죠. 주변 지인들에게 짜증이 늘거나, 즐기던 활동이 줄고, 무기력하게 처지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는거죠. 이런 부분들을 고민해보셨을 때 이전과 변화가 느껴지신다면 상담이 필요한 상태라 볼 수 있겠습니다.
둘째로는 기본적인 먹고 자는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해보실 수 있습니다.
잠은 어떻게 자고 있는지, 잠드는데 문제가 있지는 않는지, 중간에 더 자주 깨거나 아예 일찍 깨어버리지는 않는지, 반대로 너무 많이 늘어져서 자게 되지는 않는지?
식욕은 괜찮은 지, 식욕이 없어서 식사량이 줄었는지, 아니면 폭식을 한다거나 너무 많이 먹고 있지는 않는지, 이로 인한 체중변화는 없는지?
먹고 자는 문제는 스스로 가장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증상이죠. 여기서 이전과 다른 변화가 느껴지신다면 이 또 한 상담이 필요한 상태라 볼 수 있겠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나의 감정 상태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올바른 결론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실 수 있는 곳입니다. 꼭 병이 있는 게 아니더라도 부담없이 상담을 받고, 필요한 여러가지 도움을 받으실 수 있는 곳이죠.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낮아졌다고해도, 이런 고민들을 병원에 가서 물어보기에는 아직도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정신과의사들이 같은 마음이겠지만, 심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조금 더 편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삼성공감 정신건강의학과 강남점 ㅣ 김영돈 원장
노인정신건강의학 우수 인증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
삼성서울병원 인턴, 전공의, 전임의 수료
전) 송파미소병원 진료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