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김영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울증은 감기와는 다르게 치료기간이 긴 편입니다. 항우울제의 효과가 약을 먹자마자 나타나지도 않으며, 증상 호전 및 일상 기능이 회복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렇게 완전히 회복이 된 이후로도 우울증 재발을 막기 위해 최소 6개월 이상의 유지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죠.
하지만 많은 환자 분들이 치료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도중에 그만두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50% 정도의 환자 분들이 약물을 3개월 내 중단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완전하게 치료가 마무리되지 않은 경우에는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죠.
치료를 그만두시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치료 중에 생기는 불편한 부작용 때문에, 치료가 효과가 없다 느껴서, 치료를 계속 받을 필요성이 부족해서, 주변의 부정적인 이야기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 되었건, 이런 치료 중단이 환자 분께 장기적으로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항상 아쉬운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경우를 막을 수 있을까요? 전 의사로서 환자분과의 라뽀(관계), 그리고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료에 대한 생각, 약을 복용하면서 느껴지는 효과와 부작용 등 여러가지 정보들을 같이 나눌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치료 중에는 증상이 다시 나빠지기도 하고,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고, 여러가지 걱정스러운 일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환자분은 현재의 문제, 그리고 현재 느껴지는 감정을 떠오르는 그대로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왠지 의사한테 말하기가 불편해서, 내 체면 때문에 말하면 안될 것 같아서 속에서만 묵히다가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효과가 없었던, 부작용이 심해지던, 치료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던, 이를 의사가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결국 진료 자체가 중단되어 버린다면, 이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일겁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지만, 소통의 문제가 반복되다보면 이런 결과들이 생기곤 합니다.
환자분이 본인이 느끼는 어려움들을 진료실에서 오픈한다면, 의사는 환자분께서 이야기하는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함께 느끼고 있는 실망, 불안 등 여러가지 감정을 공감해드리게 됩니다. 그런 감정에 대한 공감이 이뤄진 후에는 의사가 전문가로서 현재 상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드리게 됩니다. 가장 좋은 치료결과를 낼 수 있는 치료 선택, 약물 부작용 여부에 대한 판단과 조정 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식과 경험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드리는 거죠.
환자분은 편안하게 본인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의사는 이렇게 얻은 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를 진행합니다. 이렇게 증상이 나아져도, 나빠져도, 다른 문제가 생겨도, 환자, 의사 두 명 모두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같은 위치에 서서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한 마음으로 치료를 진행해야 합니다.
결국 이 모든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입니다. 환자분 스스로 이런 소통의 과정을 잘 진행하실수록, 자연스럽게 의사의 해결책을 신뢰할 수 있을 겁니다. 의사도 본인을 신뢰하고 치료에 임하는 환자분에게 더 최선을 다하게 되겠죠.
삼성공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김영돈 원장
노인정신건강의학 우수 인증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
삼성서울병원 인턴, 전공의, 전임의 수료
전) 송파미소병원 진료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