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화가 갑자기 치밀어 오를 때, '내가 분노 조절이 안 되는 건가?'하고 간헐적 폭발장애의 진단기준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분노 조절의 어려움으로 힘들어하셨던 환자분의 사례를 통해 진단 기준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이 환자분은 평소에도 감정 기복이 다소 있으셨지만, 최근 들어 특히 분노를 느끼는 빈도와 강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여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감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으셨습니다. "욱"하는 감정이 갑자기 치밀어 오르거나,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고 때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스스로도 이러한 자신의 모습에 당황스럽고 괴로움을 느꼈지만, 감정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하셨습니다
정신장애 진단은 공통된 기준을 통해 의학적 판단과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문제는 다른 의학적 진단과는 달리 명확한 지표가 부족하여, 진단 틀 안에서 개인의 어려움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논쟁이 존재합니다. '분노 조절의 어려움'이라는 하나의 현상에도 다양한 원인, 개인의 이야기, 뇌의 작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진단 기준에 따르면, 기물 파손이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정도가 아니라면 충동 조절 장애로 진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신장애 진단에서는 사회적, 직업적 기능의 심각한 저하 여부가 중요한 기준입니다.
하지만 진단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감정 조절의 어려움으로 인한 개인적인 괴로움과 불편감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습니다. 원치 않는 감정의 동요는 자기 통제력 상실감을 유발하고, 대인 관계에서 예기치 않은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의 어려움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와의 동행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을 권유 드립니다. 감정 조절 어려움에 대한 인지행동치료적 접근은 마음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내면의 분노에 대한 무의식적인 내용을 탐색하는 상담 또한 유익할 수 있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감정 또는 충동 조절과 관련된 약물 치료를 고려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장승용 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한국정신분석학회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Master class 수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