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말이 있죠. 어떤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거나 자신이 가해자인 것처럼 보일 때마다 마치 자신이 이 상황의 피해자인 척, 상처를 받은 사람인 척 하는 이들에게 흔히 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피해자들끼리 자신이 더 많은 피해를 받았다고 이야기하면서 경쟁하는 경우나 자신이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해자인 것처럼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일 때 해당 사람을 비난하며 쓰는 말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상대방이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적반하장의 행동을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어 그러한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무의식적으로 혹은 실수로, 악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을 소외시키거나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그러한 사람들에게 서운함과 섭섭함을 느끼면서도 반복되지 않는다면 그냥 넘어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이런 우발적이거나 단발적인 상황을 마주쳤을 때 상대방이 부정적인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그러한 행동을 보였을 것이라고 확신을 하며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확신과 반대되는 증거를 마주하더라도 자신이 틀리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맞는 증거들을 계속해서 수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때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여 신뢰할 수 있고 타당한 방법을 사용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일치되는 증거만 가져와 기존의 생각을 강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의 원인은 타인의 문제로 돌리고 자신의 삶이나 상황에 대한 개인적 책임은 부정합니다. 타인이 있을 때 고도로 집중된 모습을 보여 타인의 부정적 의도를 잘 알아차리고, 타인이 좋은 성과를 보일 경우 자신보다 운이 좋아서 얻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동정하거나 타인으로부터 동정 받는 상황에 위안을 느낍니다.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스스로가 해당 증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의심하며, 이를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경우는 강박장애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박장애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특정 사고나 이미지, 충동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다른 일이나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뜬금없이 하고 싶지 않은 생각들이 생각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고통이나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인지행동치료 방법 중 노출 치료를 흔히 사용합니다 강박적 사고나 의식, 불편을 유발하는 상황에 대해 단계별로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과정을 통해 강박적 사고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치료를 진행하게 됩니다.
보통 어린 시절 애착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은 경우, 반복적으로 피해 경험을 받았지만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경우 피해의식 증상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적 여유가 부족하여 상대적으로 해당 증상이 두드러질 수도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스스로 피해의식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어렵고 이를 인지하더라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들을 도와주고 지지해 줄 치료자가 있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참고문헌] 송창호. (2015). 현대인의 피해의식과 극복. 신영어영문학, 60, 107-126.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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