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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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신가요? 우리는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정보에 주의를 빼앗기며 살아갑니다. 뇌과학에서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거나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느낄 때 뇌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나에게 주의를 돌리는 ‘자기 참조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뇌과학에서 말하는 자기 참조 과정(self-referential processing)이란, ‘자기 자신에게 주의를 돌리는 인지적 과정’을 폭넓게 일컫는 말로 쓰입니다.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며 자신의 모습을 지속해서 알아차리는 것이지요. 자아에 대한 생각은 우리의 모든 정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지 않을 때조차 우리 자신을 생각하는 일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자기 참고 과정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내측전전두피질(mPFC)을 중심으로 후방대상피질(PCC)과 설전부를 연결하는 신경망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 자신에 관한 정보처리와 다른 사람에 대한 정보처리는 거의 같은 경로의 신경망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훈련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타인과 긍정적으로 소통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정보 처리 과정은 두 가지 상태로 발생합니다. 첫 번째는 뇌가 능동적으로 감각 정보를 자동 처리하는 상태이고, 두 번째는 뇌가 외부 자극에 따라 작용하지 않는 휴식의 상태입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외부 자극과 정보가 신경 화학적 신호로 자동 변환되어 뇌가 주변의 세계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 화학적 과정에 의해 에너지나 신호가 뉴런으로 전달되고, 뉴런은 그 정보를 뇌의 특정 부위에 전달하게 됩니다. 우리가 세상의 사건과 사물을 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요. 이 단계에서는 다양한 감각 정보와 같이 우리 환경에서 발견되는 모든 다른 자극 입력도 처리되어 '생각'이라는 활동이 진행됩니다. 

두 번째 상태에서는 뇌가 외부 세계에 집중하지 않고 ‘깨어 있는 휴식’을 취합니다. 신경과학자들은 뇌가 이러한 휴식 상태에 돌입했을 때, 장기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측두엽, 전전두엽, 후연골 피질 등이 활동적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독립적인 자기 성찰과 자기 참조 사고가 진행되며, 이러한 생각을 할 때마다 이 특정한 뇌 영역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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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깨어 있는 휴식’ 상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탈리아의 뇌신경 과학자이자 브레인 마인드 연구소의 수석 교수 피에르 마지그레티(Pierre Magistretti)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목표 지향적인 사고를 자제하고, 잠을 자거나 외부 자극이 낮아질 때 뇌가 해방되어 디폴트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뇌가 깨어 있는 휴식 상태에서 디폴트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었을 때,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우리의 뇌는 절반의 휴식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생각하게 합니다. 목표 지향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외부 자극을 처리하는 일에 몰두하지 않을 때 자기 주도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기능을 활성화시킵니다. 뇌와 관련에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이지만, 자기 참조적 사고는 신경 과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인간의 뇌는 의식과 무의식, 이성과 직관, 논리와 감정의 복합적인 상호작용 속에 기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IT 기술과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의 시간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잠시 시간을 내어 외부에 대한 생각을 접어 놓고 자기 자신과 만남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자신의 고유한 생각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 것입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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