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변증법은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두 명 이상의 사람들 사이의 담론(談論)을 의미합니다. 모순을 통해 진리를 찾으며 질적 변화를 일구어 내는 논법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변증법을 심리적 안정화에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극도의 심리적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되거나 정서적 고통을 빈번하게 경험한 사람들은 생물학적으로 감정 자극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감정조절 방법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 상황에서 겪은 어려운 일들은 충동적인 반응성을 강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려움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감정 조절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지만, 압도될 만한 문제 상황에서는 감정 조절을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감정 조절을 어렵게 느끼는 분들은 극단적인 감정을 느끼는 빈도가 높거나, 격한 상태에서 벗어나기까지 오래 걸리는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자해, 약물 사용, 기분 장애, 자살 등을 경험하는 상태에 이르러 있다면 더욱 힘든 감정을 느끼고 계실 것입니다. 스스로의 감정을 평온하게 조율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의 뇌는 두 가지 생각 영역 사이를 오간다고 합니다. 부정적인 사건들로 인한 스트레스 경험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과 그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정을 바꾸려는 압도적인 욕망이지요. 서로 대립되는 생각과 감정의 모순을 동시에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변증법을 심리치료에 적용한 변증법적 행동치료(DBT)는 극도의 감정 상태를 조절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정을 수용하고 검증하면서도 감정과 행동이 부적응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더 나은 대안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지요.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대비해서 감정 조절 스킬을 배우고 연습해 두면 어려움에 잘 대응할 수 있게 되는데요, DBT 기법 중에 하나로서 마음의 중심 잡기를 위한 ‘Please Master(플리즈 마스터)’ 기법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자신을 감정적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글자를 따서 외우기 쉽게 구성되어 있는 기법입니다.
- 신체적 질병 치료하기(PhyisaL illness): 아플 때는 몸을 보살피고, 병원에서 처방한 약이나 비타민을 꾸준히 섭취하세요. 몸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 건강하게 먹기(Eating): 하루 종일 충분한 에너지를 가질 수 있도록 건강한 식사를 하세요.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양은 먹지 않고, 균형 잡힌 식사를 준비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 감정 변화를 일으키는 약물 멀리하기(Avoiding mood altering drugs): 술을 적당히 마시거나 주말에만 적당히 마시는 것을 고려하세요. 약물이나 담배 등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약물과 알코올 등의 물질은 정서적으로 취약함을 강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 잠 잘자기(Sleep): 매일 최소 8시간 수면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잠들기 전에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뽑고, 조명을 완전히 끄거나, 매일 밤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야식을 피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 운동하기(Exercise): 매일 최소 30분 정도 운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세요. 운동은 자연스럽게 기분 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을 배출시킴으로서 건강한 정신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 숙련감 높이기(Mastery): 매일 자신감, 능력,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하나씩 합니다. 집안 정리를 하거나 미뤄 두었던 일을 끝내는 등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들로 숙련감을 쉽게 쌓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 관리의 노력을 통해서 정서적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됨을 거부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대처 기술을 익히는 것이지요. 정서적 취약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스킬을 향상시킨다면,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조절하고 긍정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감정은 스스로를 위해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동기를 부여하고 의사소통을 합니다. 따라서 위기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은 위험을 피하게 하고, 분노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내재화된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감정적 반응이 강렬할 때 그 순기능을 잘 이해하고 문제 해결과 감정 조절을 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일상의 다양한 스트레스에도 감정적인 통제를 유지할 수 있는 독자분들의 모습을 응원합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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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을렀던 과거보다는 앞으로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네요. "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