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희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DHD 아이들을 진료실에 데리고 오는 부모님들은 걱정이 많으십니다. 아이가 ADHD라는 걸 알게 되면 실망하지 않을까, 위축되지 않을까, 아이를 대하는 어른들에게 괜한 편견이 생기지 않을까. 그냥 기질이나 성격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시기도 합니다. 저는 초진 때 종종 아이들에게도 직접 물어보는데요, "넌 어떤 성격이야?" 질문에 흔히 돌아오는 대답은 "게으른 성격이요.", "집중 못하는 성격이요."입니다. 저는 마음이 아픕니다. 치료하면 되는 증상일 뿐인데, 스스로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말입니다.
ADHD라고 하면 흔히 제대로 앉아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모습이나, 집중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떠올리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ADHD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ADHD를 잘 발견하고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자존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ADHD는 전형적으로 아동기에 시작되어, 청소년기를 거쳐 상당수는 성인기까지 증상과 이로 인한 손상이 이어집니다. 미취학 아동 시기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과잉행동이 두드러지며, 고학년이 되면 과잉행동은 다소 줄어들지만 부주의가 더욱 뚜렷해지고 많은 경우 가정과 학교에서 지시 수행과 학업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충동성 또한 지속됩니다.
ADHD 아동들은 이러한 ADHD 증상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가족, 친구, 선생님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고, 의도치 않게 여러 사건 사고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어쩌면 내가 문제일 지도 몰라,' '난 안 되나 봐,' '사람들은 나를 싫어해,' '어른들은 나한테만 뭐라고 해' 등의 생각을 들게 하고, 자존감에 조금씩, 조금씩 상처를 입힙니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자기애적 상처 (narcissistic injury)를 지속적으로 입는 셈입니다. 이렇게 자기애적 상처를 지속적으로 받는 경우, 청소년기에 내적인, 외적인 경험들을 통합해 적절한 자아상(self-image)을 형성하고, 독립적인 성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고, 결국 성인이 되어서도 취약한 자존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이 어렵고, 우울, 불안 등의 정서에 취약해지고, 괴로운 마음을 잊기 위해 해로운 습관이나 물질에 과몰입, 중독되기도 합니다.
결국, 부주의하고 충동적인 것을 ADHD 증상으로 보고 치료하면 '치료해서 나아지면 되는 증상'일 뿐이지만, 기질이나 성격으로 보면 그 아이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는 아이가 성장하는 데 여러 어려움을 초래하지만, 그 중에서도 자존감 문제가 가장 뿌리 깊이 자리 잡아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 있어서, 또 학업 및 직업 생활을 수행함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실제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기에 걸쳐 치료받지 않은 ADHD 환자의 장기적인 자존감과 사회적 기능에 대한 연구에서는, 치료받지 않은 ADHD 환자들은 비ADHD 대조군에 비해 자존감은 57%, 사회적 기능은 73% 저하되어 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ADHD를 치료했을 때, 자존감은 89%, 사회적 기능은 77% 향상되었습니다.
이는 ADHD 증상이 자존감과 사회적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며, 다만 ADHD 치료를 통해 이것이 다시 개선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ADHD 치료는 일차적으로는 부주의함, 과잉행동, 충동성의 3대 증상에 대한 것이지만, 이를 통해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사건 사고가 생기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일이 줄게 되면서 다시 자존감이 회복되는 것입니다.
ADHD를 의심하고 병원에 와서 상담하고, 검사를 받고, 치료하는 과정이 사실 쉽지 않습니다. 많은 걱정과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건강한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김희진 원장
참고문헌) Harpin, V., Mazzone, L., Raynaud, J. P., Kahle, J., & Hodgkins, P. (2016). Long-Term Outcomes of ADHD: A Systematic Review of Self-Esteem and Social Function. Journal of Attention Disorders, 20(4), 295-305.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