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21년 <<살려주식시오>>라는 책을 쓰고 3년동안 참 많은 주식중독 환자분들을 보았습니다. 뉴스와 인터뷰, 유튜브등을 통해 주식중독을 접한 분들이 부산이나 제주도에서도 많이 찾아와 주셨습니다. 사실 제가 주식중독에 대해서 대단한 전문성이나 명의라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주식중독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이 무척 적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왜 다른 정신과 전문의분들은 주식중독에 대한 치료를 잘 하지 않으실까요?
1. 본인이 주식투자를 많이 해 보지 않아서
2. 주식투자를 실패했을 뿐 이것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3. 도박중독의 하나로 생각하기에 도박중독 관련 약물을 처방하거나, 상담함
4. 주식투자 자체가 불법이나 나쁜 행위가 아니기에 말릴 근거가 부족해서 등등
사실 대한신경정신과학회나 중독학회에서도, 주식중독을 어떤 범주에 넣어서 이해해야 할지, 논란이 아직 진행되고 있으며, 주식중독을 중독에 초점을 두고 치료할지, 주식투자 실패로 야기되는 우울증이나 불안에 더 집중해서 치료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주식중독이 오랜시간 참 치료되기 어려운 병으로 남아 있던 이유는, 주식중독을 도박중독의 한 갈래로만 생각하거나, 본인의 의지 박약 문제로 치부하는 선입관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가 그동안 연구하고, 환자들과 대화하며 임상적 치료과정에서 깨달은 바는 주식중독은 도박중독, 게임, 인터넷이나 성중독 같은 행위중독보다는 성인 ADHD 그리고 우울증과의 교집합이 훨씬 큰 질병이란 것입니다.
1. 집중력의 저하
2. 의사결정과 판단기능의 저하
3. 멀티태스킹 능력의 일시적인 소실
4. 충동성, 감정 기복이 심함
5. 강박적 불안 반복
이처럼 성인 ADHD 증상들이 주식중독 환자들에게서 보이는 증상들과 거의 대부분 일치하였습니다. 제가 경험한 다양한 주식중독 환자분들 중에서 아래와 같은 증상을 나타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1. 스캘핑 매매(매수, 매도를 하루에만 10여 차례 이상 반복)를 계속한다.
2. 주식 앱을 하루에도 5-6번 지웠다 새로 깐다.
3. 주식 매매에 집중하느라 하루 종일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4. 직장 업무나 가정에서 역할에 소홀해지고 본업에서 자꾸 문제가 생긴다.
5.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짜증이 잦다,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저는 이분들에 대해서 성인 ADHD 맞춤형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인지치료를 먼저 시도하였습니다.
통상 3개월 정도를 치료했을 때 그 결과 환자들이 느끼는 우울감과 자책, 무기력감이 치료전에 비해 70% 이상 호전되었고, 충동성이 많이 줄어들어 뇌동매매나 묻지 마 투자로 인해 손실이 재발되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주식중독으로 인해 생긴, 파혼과 이혼 위기, 가족들과의 불화나, 본업과 일상에 대한 집중력 또한 상당 부분 회복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경우 주식중독으로 힘들어하시는 환자분들의 내면에는 우울증과 불안, 포모증후군, 성인 ADHD 같은 기저질환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인들을 먼저 제거할 때, 환자들은 무척 빨리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금만 더 데이터가 쌓이고 관련 논문 리뷰가 끝난다면, 이를 주제로 한 책이나 연구자료를 내볼 생각입니다.
부디 주식중독으로 힘들어 하는 많은 분들께 위로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구로연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박종석 원장
전) 서울대병원 본원 임상강사, 삼성전자 부속의원 정신과 전문의
현)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외래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외래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