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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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어떤 징크스를 가지고 계신 가요? 지하철을 탈 때 특정 칸에만 타거나, 공공장소에서는 손잡이를 잡지 않고 문을 여는 것처럼 각자 독특한 징크스를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인가에 지나치게 집착할 때는 강박이라고도 하는데요, 오늘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강박장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강박장애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에 비해서 다소 생소한 질환인 것 같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말하는 강박장애란 어떤 질환인가요?

강박장애란 말 그대로 강박적인 사고와 강박적인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병입니다. 강박사고라는 건 스스로 원하지 않는 생각이나 이미지가 계속 떠오르거나 또는 뭔가를 하고 싶은 충동이 지속되는 것을 말하며, 내가 원하지 않는 생각이나 충동이 지속되기 때문에 강박장애가 있으면 심하게 불안하거나 괴롭게 됩니다. 

강박사고가 너무 불편하고 힘들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거나 줄이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 데 이런 것을 강박행동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내 손이 더럽다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들면 어떻게 하실 것 같나요? 아마 계속 찝찝한 느낌이 들 것이고 화장실에 가서 물로 손을 씻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 것입니다. 씻지 않으면 계속 마음이 괴롭고 불안해서 결국 손을 씻어야만 해결이 되는데 이런 이유로 손을 씻게 되는 행위가 강박행동입니다. 

2. 손을 깨끗하게 씻어서 찝찝하고 불안한 마음이 가라 앉을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강박행동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맞습니다. 손을 깨끗하게 씻는 건 문제가 아니죠. 그런데 강박장애에서 이러한 강박행동은 일시적으로는 불안감이나 괴로움을 줄여주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결국 환자의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학교에 늦지 않으려면 이번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조금 전에 어떤 물건을 만진 뒤로 손이 너무 찝찝해서 화장실에 가느라 지각을 합니다.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손이 더러운 것 같아서 하루에 10번 이상 화장실에 가야 하니 능률이 오르지 않아요. 이렇게 강박 사고나 강박 행동이 하루 한 시간을 넘거나 그로 인해 사회적, 직업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면 치료를 받아야 할 강박장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이 좀 찝찝해도 지금 나에게 더 중요한 일이 있으면 좀 미룰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될 정도로 불안이 심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죠. 

3. 그 정도로 강박이 심하면 생활하는 데 너무 지장이 많고 힘들 것 같네요. 그런데 강박장애는 어떤 이유로 발생하는 건가요?

강박장애도 우울증, 공황장애 등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환경적, 심리적 요인이 있는데 이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봅니다

먼저, 유전적 요인을 살펴보면, 강박장애의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2~3프로 정도 되는데, 가족 중에 강박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없는 경우보다 더 잘 발생하고 유전자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일 경우 가장 일치율이 높습니다. 

우리 뇌 안에는 대뇌피질과 그보다 더 깊숙한 곳에 위치한 선조체 그리고 시상이라는 부분 간에 회로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회로가 집행 기능, 자기 조절, 운동 처리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최신 뇌 영상을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강박장애 환자들의 뇌에서는 이 선조체 회로가 약하고 기능이 손상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심한 사건이나 외상 그리고 어린 시절의 역경도 강박장애 증상의 시작이나 악화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환경적인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으로는 강박행동이 일시적으로 불안을 줄여준 경험 때문에 이것이 학습되어 강화된 것이 강박장애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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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강박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나요? 

강박장애 치료에는 우울증 치료제로 알려진 세로토닌 관련 약이 가장 많이 쓰입니다. 다만 강박장애에서는 우울증보다 더 높은 용량의 약물을 좀 더 오래 사용해야 효과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약물치료를 받으면 약 40~60% 정도의 분들이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효과가 부족하면 약을 바꾸거나 병합하는 방식으로도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처음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2~3달간은 증상의 변화를 보면서 환자에게 맞는 약물과 용량을 찾습니다. 그 이후에 강박장애의 증상이 어느 정도 조절되면 그때부터 6개월에서 12개월동안 약물 유지치료를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그다음에 환자의 상황에 맞춰서 약을 감량하거나 중단해 볼 수 있습니다. 

5. 일 년 정도 약물치료를 받으면 완치되는 건가요?

치료를 받고 강박 증상이 좋아졌다가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고 증상 조절되어서 강박장애 발병 이전처럼 지낼 수 있으면 약을 중단하고 치료를 종결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발하거나 초기 증상이 부분적으로만 호전되고 일부 남아 있을 경우에는 재치료 또는 유지치료를 계속해야 합니다. 재발을 잘 한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질환에 대해 잘 알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6. 약물치료 이외에 다른 치료법도 있나요?

상담기법 중 하나인 인지행동치료도 강박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습니다. 병원에 방문하셨을 당시에 강박 증상이 심하지 않은 분들에 한해서 약물치료 없이 인지행동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약물치료에 비해 병원에 자주 방문하셔야 하고, 1회 당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효과가 부족하면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같이 받으시는 것을 권유 드립니다.

인지행동치료의 방법 중 하나로 환자가 불안해하는 상황에 노출시킨 다음, 강박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노출 및 반응 방지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염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환자에게 일부러 신경 쓰이는 물건을 접촉하게 한 다음 손을 씻지 않고 기다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이것이 매우 불편하고 불안을 유발할 수 있지만,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점차 불안이 감소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환자는 불안이 자연스럽게 감소될 수 있다고 배우고 강박행동을 하지 않고도 불안을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준배 원장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졸업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임의
전)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부교수
전)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마음건강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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