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 시대 이후 '조용한 퇴사'가 많은 일터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근로자들이 일과 삶을 통합하는 것을 중요하게 느끼고 있으며,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것이지요. 오늘은 조용한 퇴사를 막기 위해서 조직원들의 경험을 재설계 하는 방법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날에는 많은 조직원들이 무엇이 나를 행복하고 완전하게 만들며, 어떤 것에 진심으로 만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기 위한 시도들과 함께 조용한 퇴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는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는 건 아니지만 딱 내 할 일만 하겠다는 다짐으로 설명되고 있으며, 물리적인 퇴사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 몇 년간은 전 세계적으로 개인이 목적과 가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이애미 대학의 교수이자 책 <How People Matter>의 저자 이삭 프릴렌튼스키(Isaac Prilletensky)는 조직원들이 자신의 직장에서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죠.
한 조사에서는 노동자의 82%가 자신을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했는데요, 실제 한 명의 사람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직원은 불과 45%에 그쳤습니다. 미국심리학회의 2023년 <Work in America> 설문조사에서는 약 70% 이상의 응답자들이 고용주와 동료가 자신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나타나기도 했죠.
이처럼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 에너지,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IT 시장조사 및 자문기업 가트너는 이러한 현상에 발맞추어 ‘더 휴먼 딜(The Human Deal)’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는데요, 조직이 각 조직원이 직면한 도전에 맞춰 세심하게 배려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입니다.
조직원들은 더 깊은 연결, 급진적인 유연성, 개인의 성장, 웰빙, 공유 목적 등을 ‘더 휴먼 딜’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직은 보다 섬세하게 조직원들의 경험을 재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겠지요. 함께 고려해야 할 다섯 가지 주제를 함께 살펴봅니다.
첫째, 조직원들의 가족 문제입니다. 코로나 기간으로 위험을 느끼면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다시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많은 조직원들이 가족 사이에서의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하기 시작했고, 가족의 발달 과정에 따라 일하는 방식에 유연성을 허용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조직이 조직원들의 가족 문제를 위해 근무 방식에 유연성을 허용하는 것은 좋은 인재와 함께 하기 위한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둘째, 신뢰와 자율성의 문제입니다. 세계적으로 재택근무가 시행되면서 언제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 지에 대한 자율성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대면 회의로 인한 소진이 줄어들면서, 많은 조직원들은 생산성에 대해 다시 점검하게 된 것이죠. 따라서 작업 방식이나 시간에 대해 신뢰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생산성의 향상에도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셋째, 일의 가치와 목적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조직원들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어떤 성과를 내야 하고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치와 목적을 공유하는 작업이 더 중요해지게 되었지요. 따라서, 조직이 더 높은 수준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수 있을 때 조직원들은 더 높은 수준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개인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많은 조직원들이 원격 근무 기간 동안 자신이 관심있고 열정을 가진 것들을 경험하는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배움과 성장의 중요성을 재평가하기 시작했지요. 따라서, 조직이 자기계발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조직원들에게 아주 중요한 가치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다섯째,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직원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개인이 일과 삶의 균형을 잡고 습관을 보다 생산적이고 건강하게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멘토링과 코칭은 조직원들이 보다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조직원들과 함께 하기 위해 ‘더 휴먼 딜’의 요소들을 적용하는 것은 각 조직의 특성마다 창의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조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작업에도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겠지요.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 변화를 경험하고 계신가요? 다양한 변화를 수용하고 변화하는 모습으로 더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가시길 응원하겠습니다.
건대하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명제 원장
의사 국가고시 인제의대 수석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행평가 전국차석
5개대 7개병원 최우수 전공의상(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인제대, 을지대, 서울의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