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황보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너무나도 유명한 동화 ‘토끼와 거북이’의 결말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토끼는 빠르지만, 계획을 세우지 못해서 시작은 빨랐지만 게으름을 피우다 지고, 거북이는 느리지만 꾸준하게 노력하여 결승선을 통과한다. 결국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자기 절제와 자기통제, 실행 능력이 최종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장거리 경주가 아닌 초단거리 레이스를 했으면 동화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ADHD는 당장의 강력한 보상이 주어진 과제에는 움직일 수 있지만 계획과 오랜 노력이 필요한 과제에서는 약점을 보인다. ADHD에서 자기통제를 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행동으로 실행하기에는 많은 장벽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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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극복 방법은 무엇일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일단 계획을 세워 보자. 필자도 항상 하루를 시작하기 전 메모장에 오늘의 할 일을 몇 가지 적어 보고 확인하는 편이다. 계획 세우기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10분 이내로 끝내도록 하며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세운다. 예를 들면, ‘공공기관 메일을 확인하고 답변 보내기’ 등과 같이 말이다.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떠올라서 혼란스럽다면 일단 떠오르는 생각과 계획을 모두 적어 본다. 거기서 가지치기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본다.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편의점에 들러 간식 사기’보다는 ‘공공기관 문서 회신’이 더 우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길을 가거나 할 때 떠오르는 생각이나 할 일도 일단 적어 놓는 것이 좋다. 우선순위를 나중에 판단하더라도 지금 적어 두지 않으면 금방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수시로 계획된 일을 했는지, 수정할 것은 없는지 메모를 보며 체크하고 자투리 시간에는 덜 구체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세운 계획들(ex. 2주 뒤 프로젝트 마감, 3주 뒤 친구 결혼식 등)도 점검한다. 만약 정해진 하루 일과가 없거나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무기력하다면 하루에 두세 가지로 과제 수를 제한하고, 큰 작업도 작은 구성 요소로 나누어본다. ‘방 치우기’보다는 ‘바닥과 침대에 있는 옷가지들을 모아 빨래 통에 넣기’가 하나의 과제가 되는 것이다. 

과제를 하루 종일 붙잡고 있을 수 없으므로 여기에 ‘3시부터 3시 30분까지’와 같이 대략적인 시간을 넣어 볼 수 있다. 분명 계획을 세우면 ‘피곤해서’, ‘친구가 불러서’ 등 이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3시부터 계획을 실행하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못하게 되었는지, 즉 회피하게 되는 행동 목록을 적고 이것을 나중에 보상으로 활용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계획된 일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유혹을 이겨내고 해낸다면 어떻게 되는지 천천히 생각해 본다. 이와 같이 순간의 유혹을 억누르고, 잠시 멈추어 이성적으로 앞일을 상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필자도 어린 시절에 ‘공부하기’라는 추상적인 과제를 대부분의 시간에 끼워 넣은 무리한 계획표를 세웠던 적이 있다. 결국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는 가훈을 뒤로 한 채 계획표는 이면지로 사용이 되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성인이 되어서는 좀 더 현실 가능한 목표를 통해 계획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 본다.

 

다산같은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황보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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