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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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다양한 고민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가스불은 제대로 끄고 나왔는지, 전기코드는 다 빼고 나왔는지, 문 닫고 나왔을 때 도어락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계속 걱정하고 있습니다. 회사로 가는 순간에는 오늘 탄 버스가 제 시간에 도착하여 지하철을 탈 수 있을지, 지하철이 연착되어서 회사에는 지각하지 않을지 등을 걱정하죠. 무사히 회사에 도착해서는 오늘 하루 있는 일들을 제대로 끝낼 수 있을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큰 실수를 해서 혼이 나지는 않을지 등을 고민하게 됩니다. 집에 가서도 내일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지, 오늘 점심에 한 말들에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무슨 잘못을 한 것은 아닐지 등을 걱정하느라 오늘도 늦게 잠이 들고 맙니다.

 우리는 이런 A씨를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일컫게 됩니다. 걱정(worry)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보편적인 인지 현상으로 보통 건강, 가족, 재정, 대인관계, 업무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해 걱정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걱정은 의식 속에 침투해 들어오거나 생활에 존재하는 자극에 의해 시작되어 어느 정도 지속되다가 종결되기 때문에 일상이나 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걱정이 시작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부정적인 침투사고를 더 많이 경험하고, 주의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고 심각한 정서적 불편감을 느끼게 됩니다. 

많은 연구자들은 걱정을 ‘부정적 정서와 관련되고, 상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사고와 심상의 연쇄과정’ 이라고 정의 내렸습니다.(Borkovec 등)  걱정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반영하며 공포라는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걱정의 병리적 측면을 발달시키는 것으로는 비관주의, 완벽주의,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 문제해결에 대한 자신감 부족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비관주의자들은 미래를 부정적으로 예측하며, 행동이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며, 부정적인 정서를 쉽게 경험하는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 모호한 상황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위협을 더 크게 지각할 가능성이 높고 상황통제력은 더 낮게 지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에 직면하였을 때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특성이 걱정의 병리적 측면을 발달시키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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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주의 성향 역시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비합리적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자신의 가치를 생산성과 성취의 관점에서만 평가하고자 하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높은 수준의 불안을 경험하고, 많은 걱정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인내력이 부족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걱정을 유발하는 자극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만약 ~하면 어떡하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하면서 걱정의 수준을 증가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해결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인지적 결손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상황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문제 상황을 계속해서 떠오르는 과정에서 걱정의 수준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걱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래 사건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 역시 줄이며 목표 설정 시 자신의 현재 능력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게다가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상황을 생각해서 인내하지 못하는 태도를 없애며, 본인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점은, 고민을 한다고 해서 뾰족한 해결책을 당장 마련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에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도 아니니 미래에 대한 걱정은 잠시 잊어두고 현재에 직면하는 문제들을 우선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한 노력을 통해 하루 10분이라도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자 한다면, 걱정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

[참고문헌] 유성진, & 권석만. (2000). 걱정이 많은 사람들의 성격특징. 심리과학9, 15-37.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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