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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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회사가 밀집된 지역에서 진료를 하다 보니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곳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늘은 직장 내 괴롭힘과 그 유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독일 출신의 스웨덴 임상심리학자인 하인츠 레이만(Heinz Leyman)은 자신의 임상 경험을 통해 직장 내 개인에 대한 소문이나 위협, 고립 등 노동자가 고통받는 문제에 주목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레이만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동물들이 외부 침입자를 공격하는 ‘집단 따돌림(Mobbing)’이라는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정의는 다양할 수 있으나, 통상적으로 ‘상사, 동료, 부하의 조직적인 학대가 반복될 경우, 피해자에게 심각한 사회적·심리적·심신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행위’로 정의됩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괴롭힘의 행동 유형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명시하고 평가하기 위해 서구에서 통용되는 ‘부정적 행위 설문지 개정판(Negative Acts Questionnaire-Revised: NAQ-R)’을 기반으로 한국적 특성을 반영한 ‘한국 대인 갈등 설문지(Korean Interpersonal Conflict Questionnaire: KICQ)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KICQ는 모두 25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항목은 성희롱이나 회식 및 음주 강요, 신체적 위협, 승진이나 일상적인 면에서의 차별 대우, 부당한 징계나 험담, 욕설 등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접적 괴롭힘(Bullying)’과 ‘집단 따돌림(Mobbing)’으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그중 집단 따돌림은 피해자가 조직 내 다수의 다른 구성원과 이질적 특성이 도드라질 때 발생되기 쉬우며, 조직 내 다수가 한 명의 구성원을 타깃으로 삼아 괴롭히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주로 피해자의 성격이나 외모 비하 및 험담을 시작으로 조롱이나 무시하는 행위가 지속됩니다. 이처럼 직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괴롭힘이나 가혹 행위는 실로 다양합니다. 다음에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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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se 1. 지속적인 무시와 배제 행위

신임 팀장인 김 팀장은 스카웃을 통해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지만, 출근 날부터 팀원들의 환대는커녕 팀원들과 마주쳤을 때조차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는 직원들이 태반이었다. 김 팀장은 20대 젊은 여성이 대부분인 팀원들과의 나이 차이가 스무 살 가까이 났기에 직원들끼리 사담을 나누는 데도 쉽게 끼지 못했지만, 업무 및 회의 시간에도 직원들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 일쑤였다. 부임 후 두 달이 지나도록 함께 점심 식사를 하자는 김 팀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팀원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마침내 석 달이 지났을 무렵, 팀원들은 공식적인 회의 참석을 보이콧까지 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러한 날들이 계속되면서 김 팀장의 고립감은 깊어만 가고 있다.

 

▪ Case 2. 과중한 업무 혹은 부당한 업부 부여 

이 대리는 직속상관인 최 과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부여받으며 야근과 휴일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최 과장이 본인의 업무까지 이 대리에게 떠맡기면서 이 대리는 과로와 번아웃에 시달리게 됐고, 이제는 다른 팀원들이 꺼려 하는 어려운 업무까지 이 대리에게 부여하는 등 부당한 업무 분담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 Case. 3. 신체적·언어적 폭력

박 주임은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박 주임은 상사에게 업무를 결제받을 때마다 “일 처리를 이렇게밖에 못하나? 대체 회사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지금 아프다고 휴가 쓸 때야? 실적이 이 모양인데, 밤을 새워도 모자를 판에!”, “이걸 지금 상부에 보고하라고 해 온 거야? 놀고 있네, 정말!”와 같이 조롱과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언어폭력에 계속해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에는 폭언도 모자라서 “제발 똑바로 하라고!”라는 고함과 함께 뒤통수를 가격당하는 신체적 폭력까지 당하는 처참한 사건이 일어났다. 박 주임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상사에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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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도 동료나 후배들 중에 또는 가족이나 친구 중에 이런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분이 계시지는 않은가요? 가까운 가족이나 같은 부서의 선후배는 아니더라도 지인을 통해, 뉴스를 통해 우리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곤 합니다.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혹시라도 ‘저걸 왜 그냥 당하고만 있어?’,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괴롭히겠지. 괜히 그럴까?’라며 피해자에 대해 외면하며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거나 2차적인 가해의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나요?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단 1℃만이라도 더 따뜻한 시선으로 관심을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남의 일로만 여겼던 직장 괴롭힘의 피해자는 누구라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같은 직장 동료는 물론, 가족이나 지인 등도 우편이나 이메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고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동안은 잘 인식하지 못했지만, 직장 내 누군가를 은밀하게 따돌리거나 무시하는 등의 행위를 일삼아 왔던 분이 계시다면, 이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임을 깨닫고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며 진심으로 뉘우치는 시간도 필요하겠지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처럼 우리 사회와 직장에서 무심코 돌을 던져 누군가를 괴롭히고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비극적인 일들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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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Einarsen, Stale, et al.(Eds.)(2010). The Concept of Bullying and Harassment at Work: TheEuropen Tradition.

2. 문강분(2020).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 가디언.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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