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혜민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오늘은 술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음주는 흡연과 함께 건강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폭음을 월 1회라도 하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것이 건강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술의 종류에 따라 알코올 함유량이 다르지만, 농도가 낮은 술은 잔이 크고 농도가 높은 술은 잔이 작기 때문에 술의 종류에 관계없이 5-7잔 이상 마신 경우를 폭음(알코올 약 60그램 섭취)으로 간주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폭음을 월 1회 이상 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월간폭음률이라 합니다. 한국인의 월간폭음률은 2020년 현재 38.4%로 OECD 회원국에 비해 현저히 높으며, 특히 남자 51.9%, 여자 24.7%로 남자가 여자에 비해 두 배 이상 월간폭음률이 높습니다.
적정한 음주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때도 있겠지만, 술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적당히 마시기가 어려운 물질이며,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술이 해로운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술은 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며, 과도한 음주가 여러 가지 질환을 초래합니다.
술은 기분을 고양시키기도 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잠이 들게 도와주기도 하지만, 수면 후반부에 깨게 합니다. 다음 날 피곤해지고 불안하게 합니다. 과도한 음주는 수면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치매 그리고 암 등 여러 질환을 초래합니다. WHO에서 술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을 정도로 알코올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세포의 DNA를 손상시키는 강한 발암성을 보입니다. 음주량이 증가할수록 온몸에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2. 술은 의존성이 심한 약물입니다.
술의 긍정적인 측면도 인정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을 필요로 하는 내성이 쉽게 생기며 과음 이후 불안, 불면 등의 금단 증상도 따릅니다. 술은 합법적인 약물이지만, 의존성은 모르핀 정도로 강합니다.
3. 술은 타인에게 주는 위해성이 압도적으로 큰 약물입니다.
사람에겐 타인의 감정, 생각, 행동을 똑같이 공유하게 하는 거울 뉴론(mirroring neuron)이 있습니다. LSD, 코카인, 헤로인 등의 마약은 얼마나 해로운지 잘 알려져 있어 사람들이 잘 따라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술의 경우 의존성은 굉장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합법이기에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별 경계심 없이 똑같이 마시게 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주는 유해성이 압도적으로 큰 물질이라고 합니다. 알코올은 '터미널 드러그(terminal drug)'라고도 하는데, 과거에 여러 가지 약물을 사용한 사람이 종착역으로 결국 알코올 중독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WHO에서 발표한 세계 알코올 사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4.1%임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기준 알코올 사용장애의 평생 유병률이 12.2%이며, 남성이 18.1%, 여성이 6.4% 정도로 우리 나라의 알코올 문제는 심각합니다(2016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14명이 술 때문에 사망에 이르며, 음주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10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통계청, 2020 사망 원인 통계 결과).
술은 불법 약물보다 더 위험한 중독 물질이라고 합니다. 술로 삶을 잠식해 가기보다 금주를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PS.) 저는 2년 이상 아끼면서 돕고 있었던 환자분을 3개월 전 술로 인해 갑자기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분의 남편도 저도 전혀 예상치 못한 자살이였습니다. 술에 대한 경각심을 부디 가지셨으면 합니다.
제이민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혜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