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남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 아이가 ADHD 라고요?”

  “이런 증상도 ADHD와 관련이 있는 건가요?”

ADHD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의 세 가지 주 증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ADHD라고 하면 과격한 행동, 쉴 새 없이 말하기, 하고 싶은 것을 꼭 해야 한다거나 하는 충동 조절의 어려움 등의 겉으로 드러나는, 즉 외현화(externalizing) 증상들을 떠올리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외현화 증상이 있는 아동들은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ADHD를 의심할 수 있고, 실제로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주변 지인들의 권유에 의해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외현화 증상과 달리 우울감, 수동적인 태도, 낮은 자존감, 불안, 의존적인 모습, 신체화 등의 내면적인 괴로움을 내재화(internalizing) 증상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사실 ADHD 아동들에게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ADHD라고 하면 떠오르는 모습들은 외현화 증상이 주를 이루다 보니 내재화 증상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ADHD는 그 자체뿐만 아니라 기분장애, 불안, 중독 등의 다양한 공존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ADHD 자체만으로 주 증상 외에 다양한 증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행동에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제대로 수행하는 능력인 실행 기능이 부족할 수 있고, 처리 속도가 느려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정리해서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스스로의 수행에 대하여 자신이 없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은 경험이 누적되어 자존감이 낮아진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상황에 대한 파악이 느리다 보니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행동을 하는 사회 인지에 대한 발달도 느리고, 변화에 대한 적응이 느리다 보니 제한된 문제 해결 패턴만을 반복하게 되고, 융통성이 부족하게 되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ADHD 아동을 진료하고 상담하면서 이러한 내재화 증상에 대한 설명을 하게 되면, 부모님들이 놀라시면서 “그것도 ADHD 때문인가요? 그냥 성격인 줄 알았는데.”라고 말씀하시거나 “사실 저도 어린 시절에 그런 것 때문에 힘들었어요.”라고 말씀하시면서 부모님이 미처 모르셨던 자신의 ADHD가 진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증상에 대한 평가를 위하여 병원에서는 K-CBCL(Korea-Child Behavior Checklist)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ADHD 아동들을 대상으로 또래 관계에 대한 어려움, 우울, 불안, 위축 등 내재화 증상을 세심하게 살피고, 단지 집중력의 증진이나 학업 수행 향상뿐 아니라 동반된 다양한 증상들을 찾고 치료의 목표를 개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는 반대로 게임 중독, 우울, 자존감 저하 등의 내재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숨겨져 있던 ADHD를 진단 받아서 치료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부모님들께서 “우리 아이는 집중력에 문제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말썽이라고는 부리지 않았다.”라고 하면서 놀라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부주의함이 우세하거나 지능이 평균 이상으로 증상이 숨겨져 있다가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가 그동안 자신이 ADHD라는 것이나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고 고생한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플 때도 많지요.

 이처럼 ADHD는 다양한 표현형을 가지고 있기에 부모님들께서는 ADHD라 하면 흔히 생각하는 지나치게 활발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만을 생각하지 마시고, 또 주변인들이 “OO이는 ADHD는 절대 아닐 것 같다.”는 말에 너무 좌우되지 마시고, 내 아이가 힘들어하는 점이 있고, 그것이 치료가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용감하게 함께 치료의 동반자가 되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