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명제 정신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이유로 분노합니다. 사소한 일에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과거의 일을 회상하며 분노를 느끼기도 합니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분노가 나를 지배할 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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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이와 관련된 재밌는 논문이 실렸습니다. 연구진은 대학생 155명을 4개의 그룹으로 나눈 뒤, 분노와 적대감을 느꼈던 대인관계를 떠올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단, 그룹마다 각기 다른 관점으로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우선, 그룹 1은 ‘자기몰입적 관점(self-immersed)’과 ‘경험되는 감정이 무엇인지(What focus)’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 경험을 한 시간과 장소로 돌아가서 마치 그 일이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상상하도록 한 것이죠.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들이 느껴지는지 생각해 보도록 했습니다.

그룹 2는 ‘자기몰입적 관점’과 ‘감정이 일어나는 이유(Why focus)’에 집중했는데요. 그룹 1처럼 경험 속 시간과 장소로 돌아가달라고 요청했지만, 감정 그 자체를 느끼는 것보다 감정이 일어나는 이유에 초점을 맞춰 회상하도록 했습니다.

그룹 3은 ‘자기와 거리두기 관점(self-distanced)’과 ‘경험되는 감정이 무엇인지’에 중점을 두고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제3자가 되어 관찰자 입장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도록 한 것이죠. 연구진은 피실험자들에게 “몇 걸음 물러서서 경험과 멀어져 보세요. 갈등이 일어난 상황이 당신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지켜보세요”라고 주문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객관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그룹 1처럼 어떤 감정들이 발생하는지, 감정 그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그룹 4는‘자기와 거리두기 관점’을 유지하면서 ‘감정이 일어나는 이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룹 3처럼 관찰자적인 시각을 취하면서 그룹 2에서 주목했던 감정의 원인을 생각해 본 것입니다.

그 결과, 그룹 1에서 그룹 4로 갈수록 분노 지수가 낮게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분노하는 상황에 몰입할 때보다 한 발자국 떨어져 있을 때, 감정 그 자체에 집중할 때보다 원인에 주목할 때 더욱 약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그 이유로, “그룹 4의 조합이 분노의 감정을 ‘덜’ 구체적이고, ‘더욱’ 추상적인 경험에 대한 분석으로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이로 인한 감정을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객관적인 표현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감정의 반응을 약화시키며, 특히 분노처럼 강렬한 감정의 활성화를 억제합니다.

즉, “나는 왜 그렇게 느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분석하게 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합니다. “왜”라는 질문은 객관적이고, 냉정하며, 추상적인 답변을 이끌어냅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분노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방법인 것이죠.

 

그러니 문득, 지나간 일이 떠올라 화가 날 때는 자신을 그 기억에서 분리시켜 보세요. 제3자가 되어 상황을 바라보고, 분노의 원인을 분석해 보는 겁니다. 분노에 휘둘리는 대신,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빠르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건대하늘 정신건강의학과 최명제 원장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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