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신림 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전형진 원장]

‘시니컬하다’는 말은 사전적인 의미로 냉소적인 태도를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람의 성격에 빗대어 떠올리는 시니컬함은 아마도 무심하다(차분하며 객관적이다)거나 담담한(남의 일에 걱정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태도에 가깝다.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도 시니컬한 캐릭터는 매력적인 성격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웹소설 소개글 에서는 ‘#빙의, #성장, #삼각관계’처럼, 독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키워드를 달아 정보를 제공하는데, 여기서 ‘#시니컬’이라는 캐릭터 표현이 많은 독자를 유인하는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

작품 속 인물관계를 보더라도, 주로 한 명의 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두 명의 상대역이 등장하는데, 이 둘은 대개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과 ‘시니컬하지만 어쩐지 끌리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사진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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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컬한 성격의 어떤 특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1. 감정의 동요가 적은 어른스러운 모습

시니컬한 사람은 감정 변화의 스펙트럼이 그다지 크지 않아 쉽게 동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위기의 상황이 생겼을 때 떠들썩하면서 놀라지 않는다. 그 속내에서는 누구보다 떨고 있을지 몰라도, 겉으로는 담담히 일을 처리하는 것 같아보인다. 이 같은 태도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성숙한 모습으로 비친다.

 

2. 똑똑하고 세련된 느낌

멤피스 대학의 심리학 교수 Roger Kreuz는 ‘시니컬함’이 몇 세대 전보다도 요즘 세대에게 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하였다. 시니컬함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느낌보다, 재치 있거나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은 것이다. 또한 농가가 많은 멤피스 보다 대도시인뉴욕에서 시니컬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모두가 다 아는 뻔한 표현보다 독창적이고 영리한 표현을 쓸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3. 예상치 못한 다정함

언제나 다정한 것보다는 무심함 속에서 종종 드러나는 다정함이 더 빛을 발하는 것일까? 대학시절, 동아리 점심시간마다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는 선배 A가 있었다. 그때마다 감사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동은 사라져갔다. 선배 A가 후배인 내게 밥을 사 주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밥은커녕 후배들에게 관심도 보이지 않던 차가운 선배 B가 어느 날 한 후배에게 시니컬한 태도로 따뜻한 캔커피를 건넸다. 다음날부터 그 선배 B는 시니컬하지만 속마음은 다정한 사람이라는 소문 속에서 매력적인 인물이 되었다. Stanford 대학의 Chip Heath교수는 모순된 성질이 만나는 의외성은 보편적인 사고를 벗어나기 때문에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고 하였다. 다정한 선배의 따뜻한 열 마디 보다 무관심하게 대했던 선배의 따뜻함은 한마디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4. 인간관계에서의 적당한 거리감 유지

시니컬함에는 무심함 또는 무관심함이 내포되어 있다. 이는 어떤 면에서 나라는 사람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 태도로 느껴지기도 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동훈(이선균역)은 이러한 대사를 전한다. ‘누가 욕하는 거 들으면 그 사람한테 전달하지 마. 그냥 모른척 해. 너희들 사이에서는 다 말해주는 게 우정일지 몰라도 어른들은 안 그래. 모른척하는 게 의리고 예의야. 괜히 말해주고 그러면 그 사람이 널 피해. 내가 상처받은 걸 아는 사람 불편해. 보기 싫어.’ 시니컬한 사람은 그 특유의 무관심함이 상대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나에게 상처주지 않을 것이라는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이성적이고 성숙하며, 똑똑하고 세련되지만 마음 속은 따뜻한 사람과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보자. 시니컬한 사람들의 특성을 종합해보면 나의 경계를 침해하지 않을 인지적 능력과 세련된 표현력을 지니고 있는 따뜻한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 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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