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렌즈 (3)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본 글은 [남혐, 여혐의 심리 - 1]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이번에 다루는 주제가 어려운 주제이기는 한가 보다. 글을 시작하기 어렵게 하는 무의식적인 힘이 다른 때보다 더 큰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젠더 갈등을 그대로만 지켜보기에는 너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재에서 최근 젠더 갈등이 두드러진 이유에 대해서 ‘활발한 여성의 사회진출’을 원인으로 이야기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인 차별을 받는 여성들에게는 ‘분노’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무의식적으로 어떠한 심리를 가지게 될까?
아무 이유 없이 찡얼대고 있다고만 하면 우리에게는 아무런 생산적인 논의점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남성의 심리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사회생활에서 남성들이 기득권을 가지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그 기득권들을 조금씩 내려놔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불편한 감정들이 분명 생길 수 있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쉽지만은 않지만 해야만 하는 방향 이리라 생각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기득권을 유지한다는 것은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정도는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지금 현재 분위기에서는 다소 도발적인 주장이 될 수 있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분명 생각은 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경제적 지위’라는 자원이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가치로서 존재할까?라는 의문이다.
만약 남성과 여성에게 ‘사회․경제적 지위’라는 가치의 정도와 의미가 다르게 존재한다면, ‘똑같이 맞추자’는 주장이 또 다른 역차별을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재산이 200만 원인 사람과 1억 인 사람에게 모두 똑같이 100만 원씩 내놔 라는 것은 평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100만 원이어도 전 재산이 200만 원인 사람에게는 더 큰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본 글에서 ‘사회․경제적 지위’라는 가치가 남성에게 더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주장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의미와 가치가 여성과의 상호작용에서 생긴 것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러한 주장이 지금 현재의 사회 흐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필자도 조심스럽긴 하다.
한 가지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은 사실과 가치의 구분이다. 필자는 ‘어떻게 하자(가치)’보다는 ‘이러한 차이가 있다(사실)’에 방점을 맞춰 기술하고 있는 것임을 꼭 인지 부탁드린다.
그러면 ‘사회․경제적 지위’라는 가치가 왜 남성에게 더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그것은 자존감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자존감에 있어서 ‘이성으로부터의 인기 여부’는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성이 자신을 볼 때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이다. 이성이 중요하게 바라보지 않는 부분은 나에게도 분명 그 의미가 덜 할 것이고, 이성이 중요하게 바라보는 부분은 나에게도 분명 그 의미가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설문조사만 해봐도 우리는 알 수 있다. 남성이 여성을 볼 때 1순위는 ‘외모’이고 여성이 남성을 볼 때 1순위는 ‘사회․경제적 지위’이다. 이 말은 여성의 자존감에 있어서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남성의 자존감에 있어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말이다. 그것은 나 스스로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이성이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얼마 전 JTBC 뉴스룸에서 ‘왜 결혼하고 싶지 않은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발표한 것을 보았다. ‘경제적인 부담’을 이유로 들은 남성은 29%였고, 여성은 8%였다. 사실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고,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보상을 남성에 비해 덜 받고 있는 현실을 바탕으로 보면 아이러니한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남성의 입장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여성에게 선택을 받는 데에도 중요하고, 가정을 이루고 난 다음 책임감에 있어서도 중요하다면 앞 선 설문조사 결과가 이해될 수 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을 보면, ‘사회‧경제적 지위’라는 가치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에게 다른 의미로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한 키 맞추기’로 가게 된다면 젠더 갈등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렇기에 갈등 이면에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문제의 근본이 해결될 수 없다. ‘남혐, 여혐의 심리’ 1편에서 진화심리학에 대한 이해를 강조한 것도 그러한 것에 연유한다. 1편에서 최근 젠더 갈등이 두드러지게 된 이유로 ‘활발한 여성의 사회진출’과 ‘SNS의 발달’을 들었었다. 전자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마치고, 후자에 대한 설명을 다음 편에서 이어가고자 한다. SNS의 발달이 1, 2편에서 설명한 남성과 여성의 심리를 얼마나 극적으로 증폭시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해보고자 한다.
본 글은 쿠키건강TV 마인드온 - 정신과의사 이일준의 심리학 렌즈 32회 ‘남혐, 여혐의 심리’ 방송분의 일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