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렌즈 (4)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본 글은 [남혐, 여혐의 심리 - 2]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세 연재에 걸쳐서 남혐, 여혐의 심리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그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의 방증일 테다. 1편에서는 남녀 차별에 대한 여성의 분노에 대해서 살펴보았고, 2편에서는 남녀가 다름에 대한 이해 없이 키 맞추기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심리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이러한 남성과 여성의 감정이 SNS에 의해서 증폭되고 있음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남혐, 여혐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사이트가 일베, 워마드 같은 커뮤니티이다. 이런 커뮤니티의 특징은 무엇일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혹여나 이 커뮤니티 내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나온다면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질까? 모르긴 몰라도 많은 공격을 당할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임으로써 다수가 권력이 되고, 소수의 의견은 무시당하는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소속된 사람들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글들을 더 올리게 된다. 이런 글들을 읽게 되는 사람들은 ‘역시 내 생각이 맞아’라면서 자신의 생각을 더 공고히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가게 되면 생각들이 점점 극화되는 것이다.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끼리 생각을 극단적으로 강화해가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오프라인이라는 이유로,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 지금은 온라인으로 인해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무너졌다. 과거에 비해 극단적인 생각이 모이고, 극단적으로 다른 두 생각들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현상들이 더 쉽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인간 기본 심리에 대한 이해가 우리는 꼭 필요하다.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제대로 아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생각이 극화되는 과정에는 3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감정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험에서 ‘1900년 미국의 인구가 얼마인가?’라는 질문과 ‘사형제도 찬반 의사’로 내용이 얼마나 극적으로 바뀌는지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다. 그런데 전자의 질문에서는 극단화가 별로 일어나지 않았던 반면에 후자에 대한 질문에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서 주장들이 점점 극적으로 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전자의 질문은 감정과 별로 관련되어 있지 않지만, 후자는 감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차이를 보인 것이다.
1, 2편에서 보았듯이 남혐, 여혐 문제도 감정과 무척이나 연관이 되어 있다. 극화될 수 있는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기저에 있는 남성과 여성의 심리와 감정에 대해서 우리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반대되는 주장을 들으면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보다는 기존의 생각을 더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실험에서 이라크 전쟁 찬성론자들에게 ‘실제로는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뉴스를 보여주고, 생각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관찰하였다. 기존 입장과 반대되는 근거를 마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존 생각이 더 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감정에 의해 어느 한쪽의 입장을 취하기 시작하면 반대되는 근거를 균형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경향성이 있음에 대해 꼭 인지를 해야 한다. 좀 더 균형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힘은 그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독자 분들은 이 글을 읽으시면서 한 번만 더 이 부분에 대해 인식하시는 기회를 가져도 의미 있는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세상이 좀 더 나아지리라 필자는 믿고 있다.
세 번째는 외집단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편을 가르고 싸우게 되면 내집단의 응집력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적이 존재함으로써 단결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집단 내에서는 생각들이 더 강화가 되고, 외집단의 생각들은 무조건 배척이 되는 것이다. 지금 현재 젠더 갈등도 이러한 특성들을 보이고 있다.
상기 서술한 3가지는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이기 때문에 세상 모든 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인간인 이상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만은 예외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도 이러한 과정에 의해서 생각들이 극화되고 있을 수 있음에 대해 우리가 한 번 더 생각해볼 수만 있다면, 남혐과 여혐으로 나뉘어서 물고 뜯는 현상들이 줄어들 수 있는 힘이 되리라 필자는 생각한다.
이 기회에 스스로에게 한 번 씩 물어보자. 나는 어느 극단에 위치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상기 세 가지 특징이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분명 나를, 또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질문이 되리라 생각한다.
본 글은 쿠키건강TV 마인드온 - 정신과의사 이일준의 심리학 렌즈 32회 ‘남혐, 여혐의 심리’ 방송분의 일부입니다.


2.반대되는 주장을 들으면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보다는 기존의 생각을 더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2개의 문장이 참 마음에 드네요
저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인간에게 자동적으로 내장되있다는 것을 깨닿고 생각해보는 순간 더 자유로워 지는 걸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