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남성성과 여성성은 타고난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분명한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차이에는 남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따라 양육과 성장과정에서 형성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엄밀한 구분이 모호하지만 사회적 시선에 의한 성별 이미지의 차이는 사회가 각 성별에게 특정한 역할이나 모습을 강요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온 근거이기도 하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강요와 프레임은 페미니즘이 오랫동안 지적해온 문제이다. 여전히 그러한 프레임은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서 여성 개개인을 특정한 잣대에 비추어 평가하도록 강요하지만, 페미니즘의 오랜 투쟁은 조금씩 괄목할만한 변화를 만들어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인식의 변화는 단순 여성에 대한 프레임뿐만 아니라 남성성의 강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사회가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환기시켰다. 여자는 자고로 ~~ 해야 한다라는 강요뿐만 아니라 남자라면 ~~해야지라는 사회적 편견 또한 분명히 존재하며 그것 역시 남성 개인들에게 강요와 압박이 되어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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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학협회 정신의학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청소년 약 2만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남성성을 측정했다. 예를 들어 '울지 않음' '감정적이지 않음' '싸움이나 위험을 감수함'과 같은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특징이라고 여겨지는 태도나 행동 16가지를 정해 각각 점수를 통해 남성성 확률 점수를 매겼다. 측정된 확률점수가 73% 이상인 경우에는 남성성이 더 높은 것으로 분류하였다. 약 20년간의 기록을 보았을 때 연구대상들 중 22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남성성 점수를 반영하여 분석해보면 남성성이 높은 남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살로 사망할 확률이 2.4배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예방의학회지에 실린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전통적인 남성상에 대한 신념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다른 사람에 대한 괴롭힘이나 성희롱을 저지를 확률이 더 높고, 우울증에 걸릴 위험도 더 높다는 사실을 발표했던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남성성이 높은 사람들이 자살생각을 경험할 가능성은 최대 2.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전통적인 남성상으로 스스로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을수록 감정적 억압을 많이 하고 있을 수 있으며, 유연한 심리적 대처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Drew 대학 Kendren Health system의 책임자로 있는 Rahn Bailey 교수는 남성의 자살 사망률은 여성에 비해 3.5배가량 더 높지만, 반대로 우울증 진단을 받을 가능성은 2배 이상 낮다는 점에 대해 어쩌면 남성은 여성만큼 우울증을 앓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진단하고 포착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로 과도한 남성성에 대한 집착을 꼽았다.

언급된 연구는 남성성이 자살률과 우울증에 미치는 원인을 남성 내에서 비교한 결과이다. 전통적 남성성이라는 프레임이 강한 남성일수록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특별히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감정을 억압하고 위험을 감수할 것을 강요하는 남성성에 대한 압박이 문화적으로 남성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경각심 또한 가져야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Daniel Coleman, Association of High Traditional Masculinity and Risk of Suicide Death, JAMA Psychiatry. 2020;77(4):435-437.
Amber L.Hill, Harmful masculinities among younger men in three countries: Psychometric study of the Man Box Scale, Prev Med. 2020 Oct;139:106185.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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