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의 진단 통계 편람인 DSM-5는 '담배 사용 장애'라는 진단명을 싣고 있다. 알코올이나 마약 사용 장애 등을 포함하는 ‘물질 사용 장애’ 목록에 들어가는 진단명이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고 있으면서도 그 해로움과 중독성이 충분히 밝혀져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담배 사용장애를 진단 가능한 정신장애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담배 사용장애의 위험성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하루에 1갑 이상을 피우는 소위 '골초'들이 아닌, 조금씩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골초(Heavy smoker)가 아니라, 가벼운 수준의 흡연자도 '담배 사용 장애'로 진단할 수 있을 만한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한다.
해당 연구의 연구자들은 약 36000여 명 중 지난 1년간 흡연을 했다고 응답한 6793명을 대상으로 DSM-5의 담배 사용장애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평가하였다. 분석 결과, 기존의 예상과 같이 하루에 피우는 담배의 양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담배 사용장애에 해당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담배를 매일 피우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예상보다 더 높은 비율로 담배 사용장애의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음을 발견했다. 일주일에 담배를 1-2일 정도만 피우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약 47%가 담배 사용장애에 해당되었고, 심지어 일주일에 1일 미만으로 흡연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약 26%가 담배 사용장애에 해당되었다.
담배 사용장애는 담배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표면적으로 드러날 때에 진단할 수 있다. 신체적 금단증상과 갈망 등을 경험하고 있고, 또 대인관계나 일상생활 직업적인 기능에서 실질적인 문제를 경험하고 있을 때에 진단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받아들인다면, 비일상적으로 소량 흡연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담배로 인한 문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담배를 가끔씩만 피우고, 조금만 피우고 있다면 문제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고, 따라서 금연을 시도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담배를 피우는 빈도나 양이 적다 하더라도 담배의 해악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연을 위한 사회적, 제도적 개입 또한 골초 흡연자들 뿐만 아니라 비 일상적인 흡연자들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새로운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출처 : Oliver JA, Foulds J. Association Between Cigarette Smoking Frequency and Tobacco Use Disorder in U.S. Adults. Am J Prev Med. December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