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물은 SSRI이다. SSRI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이다. 세로토닌은 뇌의 신경세포들 사이의 신호를 전달해주는 물질인데, SSRI는 신경세포들 사이의 세로토닌 양을 늘려준다. 결과적으로 세로토닌의 활성을 더욱 높여주는 약물인 셈이다.
우울증 치료에 SSRI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은 우울증을 일으키는 생물학적 기전 중 세로토닌의 활성 저하라는 가설로 뒷받침되고 있다. 세로토닌은 단순히 우울감뿐만 아니라 불안, 정신증 등을 포함하여 무척 다양한 정신증상의 핵심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세로토닌의 정확한 기전은 여전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고, 약물의 효과 역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남아 있다. 정확히 세로토닌이 뇌에서 어떻게 분비되고 어떻게 조절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세로토닌의 활성을 좀 더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팀은 세로토닌이 있을 때에 켜지는 일종의 '생물학적 센서'를 개발하여, 뉴런의 어느 부위에 어떤 때에 세로토닌이 켜지는지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연구진은 iSeroSnFR이라는 단백질을 개발해 냈는데, 이 단백질은 형광물질과 연결되어 있어서, 세로토닌이 결합되면 관측할 수 있는 빛을 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진이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방법을 이용하여 이 물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쥐의 뇌에 형광 물질 감지 센서를 장착시킨 뒤, iSeroSnFR을 뇌 특정 부위에 주사하여 해당 뇌 부위에서 세로토닌이 어떻게 분비되는 지를 관찰하였다. 쥐들은 센서를 장착한 채로 공포 학습 실험 또는 사회적 관계 학습 실험 등에 참여했는데, 연구진들은 쥐들이 공포 자극에 노출되거나, 다른 쥐들과의 만남 등의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전두엽 피질이나 편도체 등의 특정 뇌 부위 세로토닌의 분비 여부를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쥐들의 수면 패턴에 따른 세로토닌 변화 양상을 관찰하기도 하였고, 뇌에서 추출한 뉴런에 항우울제를 노출시켰을 때에 변화되는 형광 강도 변화 또한 관찰할 수 있었다.
물론 실험용 쥐의 실험 결과를 직접적으로 사람과 연결할 수는 없으며, 세로토닌은 단독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다른 신경전달물질과 연동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단편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과 달리 특정 상황에서 특정 뇌 부위의 세로토닌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정신 생리학과 정신약물학 연구의 새로운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 Unger EK, Keller JP, Altermatt M, et al. Directed Evolution of a Selective and Sensitive Serotonin Sensor via Machine Learning. Cell. 2020; 183(7): 1986-2002.e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