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지나친 사랑은 나를 죽이고, 녹영(콩란)

“Too much love will kill you” - Queen

라는 노래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상담을 받으러 서둘러 택시를 탔을 때였다. 잘 듣지 않는 라디오 소리를 듣다니, 이어폰을 챙기지 않은 것은 우연이었을까? 

이번 주 주제로 <지나친 사랑은 나를 죽이고>로 정해두고 비슷한 노래를 듣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사랑은 만고 동안 인류의 삶에 고민으로 남아있다. 어떤 사랑이 옳고 어떤 사랑은 옳지 않다는 평가가 부질없다는 것도 우리는 세월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사랑은 숭고하다고 하지만, 불처럼 물처럼 뜨겁고 깊고 다루기에 따라 죽음에 다다를 수도 있다. 

사랑하는 채 이별을 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신발을 신거나, 서로 포옹을 하거나, 그 흔한 재채기를 해도 그는 나에게서 조금씩 멀리 흘러가버린 다는 것을. 그것을 마음 깊은 곳에서 느끼고 있을 때의 불안과 고통을 말이다. 삶은 사랑하는 둘을 굳이 한 곳에 두지 않고, 여기저기 흘러가고 휩쓸리고 각자의 사랑은 각자가 감당하도록 한다. 

 

녹색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끼는데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시간을 주지 않고 죽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흔히들 ‘어려운 애다’라고 표현하는데, 나는 너무 사랑해서 그들이 죽어버린 거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너무 사랑해서 죽어버린 식물은 수 없이 많다. 최근 나에게 과제 같은 아이는 ‘녹영’이다. 녹영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콩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육식물*인 녹영은 알알이 가득 담겨 집에 와서 점점 줄어들다 사라져 버린다. 

이 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처음에는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죽였고, 두 번째는 굶겨 말라죽었다. 세 번째, 다시 수세가 기울고 있다. 나는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물을 자주 주지 말랬는데, 또 물이 많은가? 아니다. 물을 적게 주다가 물을 말려 죽여버린 적도 있지 않은가. 빛! 빛이 부족한가? 바람은? 적당했나? 하나하나가 깊은 고민이 돼버렸다. 

나에게 식물은 위안과 평온 같은 존재인데, 고민이라니. 다소 낯선 감정이었다. 이것은 사랑인가 노여움인가? 사랑 안에 미량의 노여움이 담겨있었다. 식물에게 노여움이라니 무엇이 문제인가. 

“지나친 사랑은 나를 죽이고”

 

 

알알이 만지면 터질 것 같은 싱그러움을 가진 녹영. 내가 녹영을 어찌 대해야 할지 모르는 사이, 녹영은 때론 방치되고 때론 너무 사랑받으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나의 앞선 마음과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이 녹영을 서서히 내 곁에서 떠나게 하고 있었다.

보통 식물을 잘 죽이는 사람들은 사랑이 넘쳐서, 쳐다보고, 만져보고, 물을 주고를 반복하다가 과습으로 죽이곤 한다. 식물은 생각보다 강해서, 조금 멀리서 바라봐도 혼자서 잘 지내곤 한다. 화분째 들어봤는데 물 줬을 때와 달리 공기처럼 가볍게 느껴지면, 대부분의 식물들은 그때 주면 된다. 물을 끊임없이 많이 줘야 하는 식물도 적당한 물 말림은 필요한 과정이다. 마를 틈 없는 사랑(물)은 그들을 풍요 속에서 뿌리째 썩게 한다. 

 

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우리에게 곧 여름이 다가온다. 아직은 춥고, 바람 불고, 여전히 마음 또한 심란하지만. 풍요로운 여름이 되면 해도, 물도, 바람도 많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식물을 대할 것이다. 그때 떠올리자. 

“Too much love will kill….them”

 

* 매주 2회 수, 금요일 글이 올라옵니다.

 

*  *  *
 

정신의학신문 마인드허브에서 마음건강검사를 받아보세요.
(20만원 상당의 검사와 결과지 제공)
▶ 자세히보기

관련기사

키워드

#식물 #위로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