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찾아가는 여행 (3)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한국적 정신치료의 2세대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는 전현수 박사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정정엽: 저는 어느 정도 와 닿는 부분도 있고, 조금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요. 독자들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조금 난해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요즘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잖아요? 이런 개인주의로 인해 1인 가정식, 1인 가구 이렇게 혼자 살아가게끔 다 맞춰주는데, “남하고 상호작용을 해야만 살 수 있다.”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궁극적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음식도 배달이 되고, 수도도 상호작용을 통해서 나오는 거지만, 조금 덜 와 닿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현수: 지금은 어떻게 보면 자급자족이 되는 시대니까 이런 법칙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렇지만 그 사람들도 잘 보세요. 사람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어요. 우리가 기본적으로 지혜로워지면 우리 생명을 위해서 남이 필요하고, 그래서 남이 고마운 존재인 거예요.
그런데 잘 알아야 하는 게 예를 들어 우리의 시야가 좁은 마음이 있고 넓은 마음이 있어요. 이런 거를 정확하게 보게 되면 어떤 누구와도 공존해야 되잖아요? 그게 고마운 거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살면 누구와 만나도 힘들지 않아요.
아까 말한 대로 자급자족이 되니까 사람들을 필요로 하지 않고, 마음에 안 들면 끊어버리지만, 결국에는 그런 사람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접촉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되면 괴로움을 피하기가 힘들어지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굉장히 평화로운 시대고 안전한 시대에요. 그러나 세상이 언제나 평화로운 세상은 아니에요. 제가 이동식 선생님께 교육 분석을 받으면 그분이 항상 이런 말씀을 하세요. “야, 너희들 잘 나갈 때 조심해라.”, “뭔가 다른 사람이 안 좋게 보면 전쟁이 터지거나 혹은 아주 안 좋을 때 목숨을 앗아간다.” 이동식 선생님이 6‧25전쟁 때 서울대병원에 근무하셨어요. 그때 인민재판을 목격하셨죠. 보니까 사람들이 평소 좀 불만을 가졌던 사람이 있으면 다 죽이는 거예요.
지금 우리는 굉장히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어요. 그래서 남하고 별로 접촉도 안 하고, 남한테 안 좋은 소리를 듣거나 남이 안 좋게 봐도 법이 잘 보호해주니까 편안하게 살고 있죠. 그런데 언제나 평화로운 시대는 아니라는 거죠.
우리가 좀 더 정확하게 보고 살 필요가 있어요. 어떤 형태로든 나는 나를 아는 사람들 속에 들어 있는 거예요. 그건 어떤 형태로든 영향이 와요. 크게 올지 작게 올지 알 수 없어요. ‘내가 남들 속에 나쁘게 들어 있다.’ 이러면 지뢰밭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야 돼요. 언제 어떻게든 나한테 나쁜 일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불안전하고 위험한 세상에 살게 되는 거죠.
정정엽: 또 하나 질문이 있어요. 남하고 상호작용을 계속하게 되는데,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것을 하라고 하셨잖아요? 하지만 그게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 같아요.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거라고 하면 그걸 찾는 게 힘들지 않나요? 그리고 어떻게 찾나요?
전현수: 그러면 예를 들어 볼게요. 나도 좋고 남도 좋아야 돼요. 왜 그러냐면 나는 좋은데, 남이 안 좋으면 남으로부터 저항이 올 거예요. 남이 좋은데, 나는 안 좋으면 나로부터 저항이 올 거예요. 그러면 관계가 좋지 않아요.
그런데 예를 들어서 데이트를 한다고 했을 때, 남자는 영화를 보고 싶고, 여자는 공원엘 가고 싶어요. 그러면 지금 둘이 충돌이 되잖아요? 그럴 때 어떻게 방법을 찾느냐 하면 “나 이 정도로 영화를 보고 싶은데, 너는 어느 정도로 공원에 가고 싶니?”하고 묻는 거예요. 대화하다 보면 자기는 공원에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데, 이 사람은 너무 가고 싶잖아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더 가고 싶으니까 가자, 이렇게 될 수 있죠. 만약 팽팽하게 될 때는 “내가 이번에는 공원에 갈 테니까 다음에는 영화를 보러 가자.” 할 수도 있고요.
말하자면 그때부터 우리는 진정한 고민을 시작돼야 돼요.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에요. 조직도 마찬가지고요. 우리는 너무 우리 중심으로 생각해요. 이 세상을 보면 다 기브 앤 테이크, 즉 주고받는 거예요. 제가 볼 때는 사랑도 마찬가지에요. 다 주고받는 거죠. 우리가 사랑의 유효기간이 있다고 하잖아요? 1년 6개월에서 3년 사이라고 하나요? 그건 뭐냐면 사랑도 다 기브 앤 테이크라는 거죠. 어떤 여자를 보면 너무 좋은 거예요. 그건 준 거예요. 줬기 때문에 남자도 준 거예요. 나중엔 봐도 안 좋을 땐 안 주죠. 똑똑한 여자 같으면 보기만 해도 좋을 땐 아무것도 안 줘도 돼요. 하지만 살짝 식어 가면 이 사람이 좋아하는 걸 줘야 돼요. 모든 건 기브 앤 테이크에요.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람한테 원하는 게 있잖아요? 그러면 나한테 그거 좀 해줘, 이러면 반감만 일으켜요. 예를 들어 간호사에게 “앞으로 나를 존경하도록 해!” 이러면 존경하겠어요? 내가 뭔가 요술을 부려야 해요. 나를 존경하는 마음이 들게끔 말이죠. 이런 게 다 세상의 이치에요.
그래서 정신 치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공감이잖아요? 공감이란 남의 마음을 정확히 아는 거거든요. 왜 정확하게 알아야 하느냐면 내가 좋아하는 건 내가 알고, 내가 싫어하는 것도 내가 알지만, 상대방이 진정으로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는 잘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그걸 정확하게 보고 거기서 뭔가를 서로 해야 돼요. 나를 찾아온 사람들을 보면 그런 것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통해서 알게 하는 거죠.
정정엽: 방금 질문과 비슷할 수 있는데, 기브 앤 테이크라는 개념 자체가 어떤 사람이나 관계의 대상일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그런 사람이라고 했을 때, 어떻게 해야 되죠?
전현수: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내가 괴로움을 겪고 있다. 그건 어떻게 보면 나와 조직이든 사람이든 충돌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괴로움이 있을 때, 이건 뭔가와 내가 정확하게 못 보거나 다른 사람을 정확하게 못 보는 경우이기 때문이죠.
처음 의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다 괴롭고 문제가 있어서 찾아오잖아요? 그럴 때 그 사람이 그런 일을 겪을 수밖에 없는 그런 걸 치료자가 잘 보고 그 사람이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해요.
이런 사람들도 있어요. 나는 이상한 사람들만 만난다. 우리가 고스톱을 칠 때 좋은 패가 한 사람한테만 잘 간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확률적으로 비슷하게 가잖아요. 패를 보고 운용을 잘해야 점수를 얻는 것이죠. 안 그런가요?
마찬가지에요. 살면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만 계속해서 만나는 게 아니에요. 확률적으로 비슷해요. 그럴 때 좋은 사람은 가까이 하고, 나쁜 사람은 멀리 하며 사는 거죠. 나쁜 사람만 만난다는 사람들은 그런 지혜가 아직 부족한 거예요. 운영을 잘 못하는 거죠. 그런 사람들로 하여금 문제를 잘 밝히고,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도와주는 게 치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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