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강박증은 불안장애의 하나인데 특정 생각이나 행동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반복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매우 고집스럽고 완벽한 척 하지만 그 내면에는 두려움에 떠는 어린아이가 숨어있다. 그 나약함과 약점을 숨기기 위해 애써 강한 척을 하곤 한다.
이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목표가에서 500원도 타협하지 않는다.
이분법적 사고의 오류에 빠져, 100점이 아니면 무조건 실패라고 여긴다. 목표가가 10만원이면 9만9500원에 절대 1주도 매도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분할 매수, 분할 매도란 단어는 없다. 유연함과 타협을 패자들의 논리라고 여긴다. 정작 10만원에 걸어둔 주식이 하나도 안 팔린 채 52주 신고가가 9만9500원까지 갔다가 그날 다시 9만원까지 떨어지면 전략을 다시 세우고 매도가를 낮춰야 하는데, 이들은 다시 10만원이 올 때까지 버틴다. 6개월이고 1년이고.
반토막이 나건 1/3 토막이 나건 꿈쩍하지도 않는다. (겉으로만 덤덤해 보이려 부단히 애를 쓸 뿐이지, 속으로는 엄청 후회하고 자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고집을 버리지 않는다.) 실리보다는 가짜 자존감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 년 후 다시 9만원 정도까지 회복해도 여전히 팔지 않는다. 주식투자가 아니라 자기 고집과의 한판 승부를 하고 있다. 이 한결같은 집착과 어리석음을 보속증(perseveration)이라고 한다.
2. 과거에 집착한다. 언제까지나
과거에 했던 실수나, 기회를 놓친 것에 죽을 때까지 집착하고 후회한다.
‘2017년 초에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는데. 삼성전자나 애플을 미리 사뒀어야 했는데.’
이런 결과론적인 말을 수백 번 반복한다. 강박증에 빠진 이들은 후회와 자책만을 할 뿐 실질적인 변화를 시도하지는 않는다. 그저 후회를 위한 후회만을 한다. 후회하는 데 기력과 에너지를 다 쓰느라 진지한 반성이나 생산적인 교정을 할 시간이 없다. 그저 오로지 자책과 되새김질만을 할 뿐이다.
비트 코인이나 애플, 페이스북을 매수할 기회를 놓친 강박적 투자자들이 과거에 사로잡혀 있을 때, 현명한 이들은 테슬라와 엔비디아 주식을 놓치지 않았다. 실패에 붙잡혀 있지 않았던 이들은 눈을 부릅뜨고 오늘과 내일의 기회를 찾아서 분주히 공부하고 준비했던 것이다. 오르는 주식은 얼마든지 있고, 기회는 앞으로도 계속 온다.
3. 생각만 할 뿐, 행동하지 않는다.
신중하고, 신중하다. 너무 신중해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분명한 매수시점, 물타기 시점, 손절의 시그널이 울려도, 주저하느라 기회를 놓치고 뒷북을 친다. 1분이라도 빨리 주문을 넣어야 할 타이밍에 온갖 쓸데없는 찌라시, 뉴스, 종목토론방 글을 다 확인하느라 타이밍을 놓친다. 이들의 방종에 가까운 신중함은 사실 무의식적 거부의 표현인데, 위험을 감수하기 싫고, 변명하고 싶은 내면의 나약함이 반영된 결과인 것이다.
절호의 기회를 앞둔 상태에서의 신중함이란 오히려 어리석음이요, 게으름에 가깝다. 주식투자는 때로는 목숨이 걸린 전쟁터라고 생각해야 한다. 상대방과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명재경각의 위기상황에서는 생각이 아니라 행동을 우선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안 사도 또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너무 무리해서 급하게 결정하고 싶지는 않아.'라는 생각은 지극히 개인화적인 오류일 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만성적인 불안에 지배당한 뇌는 근거 없고 방만한 낙관론자가 되어간다. 그들이 기다리는 ‘바로 그’ 타이밍은 절대 오지 않는다. 평생을 기다리기만 할 뿐이다.
4. 팩트가 아닌 자신의 고집에 근거한 투자.
강박증에 걸린 완벽주의자들은 남에 말을 듣지 않는다. 본인의 짧은 식견과 경험을 토대로 아무 근거 없는 자신의 룰과 가이드라인을 세워놓고 아집에 빠진 투자를 반복한다.
탑 애널리스트나 전문가의 말도 귓등으로 흘린다. ‘전문가라고 항상 맞추지는 못하던데?’ ‘내 친구는 자기 방식으로 몇 억 벌었어.’ 떠도는 루머나 술에 취한 친구의 허세 같은 아주 가냘프고 연약한 논거만이 이들의 고집을 뒷받침해준다. 100명의 전문가가 재무제표나 실적을 거론하며 이 종목은 매수 타이밍이 아니라고 해도 초보자인 자신의 주장을 고집한다.
강박증에 빠진 이들은 일견 이성적으로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무척 감정적이고 불안에 흔들리며 감정 기복도 심하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이기고 지는 것에 더 집착하며 전형적인 감정투자를 한다.
5.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강박증의 가장 까다로운 점은 본인의 병식(insight)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 인식부터가 안되는데 개선이 될 리가 없다.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자기 객관화인데, 역시 요원한 일이다. 강박증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은 카지노 입장을 기다리는 도박중독자처럼 친구와 가족, 아니 하느님도 못 말리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성격을 냉정히 돌아봤을 때 강박증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다면 주식투자보다는 부동산이나 보장성상품, 예금, 적금에 투자하기를 추천한다.
혹시 강박적인 당신이 이미 많은 돈을 주식에 물려있다면. 다음을 권유한다.
1. 운동을 하고, 인내심을 길러라.
2. 신경 끄기의 기술을 배우고 명상을 해라.
3. 아무런 반론 없이 상대방의 말을 듣기만 하는 훈련을 해라
4. 강박사고 회피 수단을 만들어라(게임, 웹툰, 유튜브 등등)
5. 어떤 생각이나 충동에 사로잡힐 때 다른 자극으로 환기시켜라.
투자를 배우고 시도하기에 앞서 당신의 강박증부터 고쳐야 성공할 수 있다. 당신이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당신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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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대병원 본원 임상강사, 삼성전자 부속의원 정신과 전문의
현)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외래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외래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