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혹시 '섬망'이란 진단명을 들어보셨나요?

아마 많은 이들에게 다소 생소한 질환일 겁니다. 섬망이란, 다양한 원인에 의해 갑자기 발생하는 의식의 장애입니다.

사실 매우 흔한 질환입니다. 여러 논문에서 전체 병원 입원 환자의 10~15%가 섬망을 경험한다고 보고를 합니다.

특정 수술(대퇴부 골절, 심장수술)의 경우 절반이 넘는 사람이 경험하기 때문에 의료진들은 수술 전 섬망의 위험성에 대해 꼭 언급을 하게 됩니다.

 

사진_픽사베이

 

섬망은 약물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물이 섬망을 발생시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젊은 사람보다 노인에서 흔한 편이며, 이 때문에 정말 많은 보호자들이 섬망 증상을 치매와 혼동하여 병원을 방문합니다.

최근 동료 의사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갑자기 아버지가 조금 이상하다는 겁니다.

내용은 평소 전혀 이상이 없던 분이 새벽에 일어나선 허공에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죠.

자신이 아직 아버지를 만나 뵙지 못했지만 지금 집에선 난리가 났다며 도움을 요청하시길래, 혹시 최근 불면으로 약을 먹은 것이 없는지 전화를 해서 확인해 보시라고 하니, 다음 날 스틸녹스(성분명 졸피뎀)를 먹고 계셨다고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선생님께 약물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좀 더 안전한 약물로 처방을 해드렸고, 며칠 후 지금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연락이 오셨습니다.

 

스틸녹스는 노인(간혹 젊은 사람)에게서 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입니다.

약물을 복용한 후 바로 발생하기도 하고, 때로는 한동안 이상이 없다 갑자기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약물을 처방할 경우, 꼭 부작용에 대해 언급을 하고 매 방문 시 확인을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섬망이 발생할 경우, 매우 심한 치매 증상처럼 보이기에 보호자들은 크게 놀라게 됩니다. 그래서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치매는 섬망의 경우처럼 급속도로 악화되는 질환이 아닙니다.

혹시 부모님이 평소 주무시지 못하셔서 수면에 관한 약물을 먹고 계시다면 꼭 한번 다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병원을 방문하실 때 이 사실에 대해 언급해 주시면 불필요한 검사를 피할 수 있습니다.

 

치매와 섬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속기간입니다.

섬망은 증상이 수일 이내 빨리 발생을 하고 원인이 교정되면 일주일 내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명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는 서서히 진행하는 질환입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완전한 치료제는 없으며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장 최선의 치료입니다.

(급격히 발생하는 치매도 있으며, 약물 복용 후 일정 기간 증상의 개선이 있는 환자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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