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ience(참고 1)

미국 정부에서 추진해 온 광범위한 임상시험의 의도는 알코올과 식생활에 관한 해묵은 의문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 매일 마시는 칵테일이나 맥주 1 단위가 사람을 심장마비와 뇌졸중으로부터 지켜줄까?

이름도 그럴듯했다.

『적당한 알코올과 심혈관 건강(MACH: Moderate Alcohol and Cardiovascular Health)』!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이를 위해 과학자들에게 1억 달러를 제공하고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하는 글로벌 연구'를 수행하게 했다.

연구의 결론에 따라, 알코올은 건강한 식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연구비의 상당 부분은 주류업계에서 나온 것이었다(참고 2).

올해 초 <뉴욕타임스>는 "NIH 산하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NIAAA: 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의 임원들이 주류 제조업체들에게 연구비를 구걸하고 그 대가로 업계의 요구사항을 반영했는데, 이는 연방정책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지난주 금요일 NIH의 자문위원회는 프랜시스 콜린스 원장에게 "그 임상시험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라고 권고했고(참고 3), 콜린스 원장은 즉시 동의했다.

 

자문위원회가 콜린스 원장으로부터 'NIH의 연방정책 위반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 전, 콜린스의 의뢰를 받은 조사원들은 NIAAA의 임원, 외부 과학자, 알코올 업계의 대표 사이에 빈번한 이메일 서신교환이 있었음을 발견했다.

뒤이은 정밀조사에서, 주류업계의 관계자들은 임상시험의 설계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_픽셀

 

즉, 임상시험을 지휘한 하버드 의대의 케네스 J. 무카말 교수는 2014년 8월 주류업계와 방법론을 논의했으며, 그 과정에서 디아지오(Diageo), 앤하이저부시인베브(Anheuser Busch InBev) 등의 업체와 미국 증류주협회(Distilled Spirits Council) 등의 업계 단체가 제시한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2014년 12월, 무카말은 한 컨퍼런스콜에 참가하여, 10여 명의 주류업체 대표들과 임상시험에 대해 논의했다.

 

"임상시험 관계자와 주류업계 대표들과 처음부터 잇따라 접촉했다는 것은 계획 및 진행과정의 불편부당함에 의문을 제기하므로, 임상시험에서 얻은 과학지식의 실현 가능성이나 신뢰성에 먹구름을 드리운다."라고 자문위원회의 보고서는 지적했다.

 

NIAAA 임원, 무카말, 주류업계 관계자들 간의 접촉은 「국립보건원연구원재단(FNIH: Foundation for the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 '임상시험을 위한 민간 기금을 모금하라'는 승인이 떨어지기 전에 이루어졌다. (FNIH는 미국 정부가 주관하는 연구에 대한 후원자를 모집하는 비영리기관이다.)

또한 NIAAA의 임원들은 NIH의 관계자들과 FNIH에게 모든 사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임상시험을 처음부터 비판했던 보스턴 대학교의 마이클 시걸 교수(공중보건학)는 NIH가 용단을 내린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NIH의 연구 어젠다(agenda)가 과학적 가치에 의해 결정되며,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휘둘리지 않음을 의미한다.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기업이 NIH의 연구 포트폴리오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무카말은 한 성명서에서 모든 범법행위를 부인하며, 자신과 동료들은 임상시험의 과학적 진실성을 철저히 지켰다고 항변했다.

"연구와 관련된 논란이 임상시험을 중단하라는 권고로 이어지는 바람에 참가자, 연구자, 과학 및 윤리 심사위원회, 그리고 많은 헌신적인 관계자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 "NIAAA의 임원들이 맥주와 주류 업체들에게 '1억 달러의 임상시험 비용을 지원해 달라'고 로비했다"라고 보도했다(참고 4).

과학자들이 주류 업계 모임에 참석하여 임상시험의 내용을 설명하고,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이롭다는 쪽으로 결과가 나오게 해줄 테니, 연구비를 지원해 달라'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NIH의 관계자들은 NIH의 활동을 지원받기 위해 외부단체에 기증, 기금, 그 밖의 자원을 간청, 제안,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 NIH의 방침이다.

<뉴욕타임스>가 한 임상시험에 대한 주류업계의 재정적 이해관계를 폭로하자, 콜린스 원장은 그 임상시험이 NIH의 방침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내부 조사를 지시했다.

 

또한 그는 자문위원회의 한 실무그룹에게, 정부가 추진하는 임상시험의 과학적 가치를 심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MACH라고 불리는 그 임상시험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지만, 참가자 모집은 5월 10일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참고 5).

 

다섯 개 스폰서(앤하이저부시인베브, 칼스버그 그룹, 디아지오, 하이네켄, 페르노리카) 중 하나인 앤하이저부시인베브는 지난주 1,500만 달러를 회수하며 "논란 때문에 임상시험의 신뢰성이 손상되었다."라고 말했다.

 

MACH는 10년간 전 세계 16개 의료기관에서 7,8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글로벌 연구로, NIH 외에 어떤 기관도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야심차고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치는 과학 프로젝트였다.

NIAAA의 지원 하에 무카말이 주도한 임상시험의 목표는, 알코올이 50세 이상의 심장병 고위험군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참가자 중 절반은 자신이 좋아하는 알코올을 매일 한 단위씩 섭취하고, 나머지 절반은 금주 원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요구받았다.

연구진은 평균 6년간 시험군과 대조군을 추적하며, 적당한 음주가 심장마비와 뇌졸중 빈도를 줄이고 사망과 당뇨병의 확률을 낮추는지 확인할 예정이었다.

 

사진_픽사베이

 

그러나 지난주 발표된 실무그룹의 보고서는 임상시험의 설계를 혹독하게 비판하며, "연구자들과 주류업계의 상호작용이 과학적 전제(scientific premise)의 프레임을 '적절한 알코올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유익한 영향'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의도적으로 비틀었다."라고 지적했다.

NIH에 소속된 두 명의 역학자들은 "참가자의 수(數)와 추적조사(follow-up) 기간이 불충분하여, 매일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이 초래하는 중요한 부정적 결과(특히 암과의 관련성)를 평가하기가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므로, 그 임상시험은 이로운 점만 부각시키고 해로운 점은 누락시킬 것이다."라고 조사원들은 말했다.

"또한 알코올 섭취는 높은 심부전(heart failure) 위험과 관련되어 있지만, MACH는 심부전을 1차종말점(primary endpoint)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라고 조사원들은 덧붙였다.

 

외부 전문가들도 MACH의 설계를 비판했다.

예컨대 MACH의 당초 목표는 남녀 참가자를 동수(同數)로 모집하는 것이었지만, 임상시험의 규모를 감안할 때 뚜렷하지 않은 성차(性差)를 탐지하기에 역부족이었다(이 점은 무카말도 인정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을 천천히 대사하며, 선행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모든 용량에서 남성보다 알코올의 간독성에 취약하다고 한다.

또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성들은 심장병의 소견도 남성과 다르다고 한다.

 

"또한 연구진은 가벼운 음주에도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참가자들을 배제했는데, 그중에는 약물남용자, 정신건강장애자, 간 또는 신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 특정한 암 환자, 암의 가족력, 알코올을 한 번도 섭취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예외사항은 참가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임상시험의 결과를 변형시키고, 특히 노인들에게 미치는 잠재적인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보스턴 공중보건 대학원의 리처드 사이츠(공중보건학)는 지적했다.

 

미국과 외국에서 임상시험 센터를 운영하도록 선정된 연구자들 중 상당수도 알코올음료업체들과 밀접한 관계 맺기를 즐겼고(참고 6), 그로 인해 알코올음료연구재단(Alcoholic Beverage Medical Research Foundation)이나 국제생명과학연구소(International Life Sciences Institute)와 같은 산업단체들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산업계가 NIH 연구의 어젠다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해야 한다. NIH의 연구에 관한 의사결정이 독립적으로 내려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조지타운 대학교의 에이드리언 퓨-버먼 교수(약학)는 말했다.

"NIH는 업계가 원하지 않는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

 

 

※ 참고문헌

1.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6/nih-pulls-plug-controversial-alcohol-trial

2. https://www.nytimes.com/2017/07/03/well/eat/alcohol-national-institutes-of-health-clinical-trial.html

3. https://acd.od.nih.gov/documents/presentations/06152018Tabak.pdf

4. https://www.nytimes.com/2018/03/17/health/nih-alcohol-study-liquor-industry.html

5. https://www.nytimes.com/2018/05/17/health/nih-alcohol-study.html

6. https://www.nytimes.com/2017/07/03/well/eat/alcohol-national-institutes-of-health-clinical-trial.html

※ 출처: https://www.nytimes.com/2018/06/15/health/alcohol-nih-drinking.html

 

글쓴이_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업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 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일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등에 실리는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면 매일 아침 최신 과학기사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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