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테스트는 한때 의지력을 테스트하는 실험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다양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 보니, 부잣집 아이들이 가난한 집 아이들보다 마시멜로 테스트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비결은 뭘까?

그것은 바로 금수저에 있다. 어린이들이 만족감(gratification)을 뒤로 미룰 수 있는 능력은, 의지(willpower)가 아니라 풍족함(affluence)에서 온다.

있는 집 아이들은 지금 당장 먹지 않아도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없는 집 아이들은 당장의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_픽사베이

마시멜로 테스트는 사회과학에서 가장 유명한 연구 중 하나로, 그 내용은 이렇다.

연구자는 어린이 앞에 마시멜로 하나를 놓고,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하나를 더 줄게"라고 말한 후 연구실을 떠난다.

'어린이가 참을성을 발휘하여 두 배의 보상을 받는지' 여부는, 나중에 커서 학교나 직장에서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의지력(willpower)의 지표로 추정된다.

따라서 많은 어린이들의 경우, 테스트를 통과한다는 것은 미래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간주된다.

 

그러나 지난주 발표된 한 연구에서(참고 1), 이상과 같은 개념들이 송두리째 뒤집어졌다.

뉴욕 대학교(NYU)의 타일러 와츠와 UC 어바인의 그레그 던컨, 호아난 콴은 스탠퍼드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이 1960년대에 개발한 고전적 마시멜로 테스트를 재시도했다.

당시 미셸과 동료들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한 후, 나중에 커서 어떻게 되는지를 추적했다.

그리하여 1990년에 발표한 추적연구 결과에서(참고 2), 그들은 만족(gratification)을 연기한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어 큰 성과(예: SAT 점수 고득점)를 거뒀다고 기술했다.

 

와츠와 동료들은 미셸의 결론에 의심을 품었다. 오리지널 연구는 90명 미만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고, 모두 스탠퍼드 캠퍼스 부설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와츠와 동료들은 이번 연구를 설계할 때 오리지널 연구의 핵심사항 몇 가지를 바꿨다.

즉, 그들은 훨씬 더 큰 표본(9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을 모집했고, 인종, 민족, 부모의 교육 수준을 반영함으로써 표본의 대표성을 개선했다.

또한 연구결과를 분석할 때, 특정 요소(예: 가계소득)에 따라 인내력(만족의 연기)과 장기적인 성공 여부가 달라지는지를 검토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렸을 때 참을성이 강하면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된다"라는 아이디어는 근거가 빈약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결론은 뭘까? 그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두 번째 마시멜로를 기대하며 참을 수 있는 능력'은 대체로 어린이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어린이들의 장기적인 성공 여부는 참을성이 아니라 배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_픽사베이

 

최근 면밀한 검토를 통해 결론이 뒤집힌 연구는 마시멜로 테스트뿐만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학자와 저널리스트들은 아예 "심리학은 재현 위기(참고 3)의 한복판에 있다"라고 푸념할 정도다.

특히 이번 연구의 경우, 오래된 가정이 뒤집혔다는 것은 중요한 진실을 말해준다. 그것은 "환경이 어린이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미셸과 동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크다"라는 것이다.

 

새로운 논문에 따르면, 대졸 어머니를 둔 어린이들 중에서 마시멜로 테스트에 합격한 어린이들의 장기적인 성과(SAT 점수, 어머니가 진술한 어린이의 행실)는 불합격한 어린이들보다 높지 않았다고 한다.

고졸 어머니를 둔 어린이들 중에서도 마시멜로 테스트 합격 여부는 장기적인 성과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다른 환경요인(예: 가계소득, 3살 때의 가정환경)을 감안할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요컨대, 어린이의 장기적인 성공에는 사회경제적 배경이 중요하며, 어린이들이 인내력 하나만으로 경제적·사회적 불리함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시멜로 테스트가 재현에 실패했다는 것은, 초기의 개념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가난한 집 아이들의 참을성이 약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난한 집 아이들의 일상생활에는 낙이 없다. 오늘 냉장고에 음식이 있다고 해서, 내일도 있으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을성을 발휘하는 데는 위험이 수반된다. 설상가상으로, 부모님이 어떤 음식을 사주겠다고 약속하더라도 재정 궁핍으로 파산할 경우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렇다면 교육 수준이 높고 돈 잘 버는 부모에게 양육되는 어린이들은 어떨까?

그들은 가난한 집 아이들보다 당장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쉬울 것이다. 왜냐하면 경험상, 부모들이 보유한 자원과 돈이 풍족하므로 냉장고가 늘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유혹에 넘어가 두 번째 마시멜로를 놓치더라도 아쉬울 건 없다. 부모님이 마시멜로 대신 아이스크림을 사줄 거라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_픽셀

 

마시멜로 테스트의 경제적 측면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많다.

하버드의 경제학자 센딜 멀레이너선과 프린스턴의 행동과학자 엘다 샤피어는 2013년에 발간한 『결핍의 경제학: 왜 부족할수록 마음은 더 끌리는가?』에서(참고 4), 가난이 사람들로 하여금 장기적인 보상보다 단기적인 보상을 선호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 내용인즉, 불충분한 상태가 '지금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첫 번째 마시멜로가 사라질 수 있다'라고 믿는 아이는 두 번째 마시멜로가 안중에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정성적인 사회학적 연구도 이 문제에 대해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네바다 대학교의 사회학자 라니타 레이는 최근 발간한 책에서(참고 5), "가난 속에서 성장한 십대들이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저임금 직종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일한다"라고 서술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그들은 간혹 먹을 것이 다 떨어진 상황에서, 월급날 돈을 물쓰듯 쓰고 맥도날드나 새 옷이나 염색약 등을 마구 구매한다고 하니 말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디애나 대학교의 사회학자 제시카 맥클로리 칼라코는 브레아 페리와 함께 수행한 연구에서(참고 6), 저소득 부모들은 고소득 부모들보다 '달달한 음식을 사 달라'라는 자녀들의 요구에 응하는 경향이 더 많다고 보고했다.

 

방금 언급한 두 가지 사항들은 "가난한 집 아이들은 지금 당장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몰두하는 반면, 부잣집 아이들은 좀 더 큰 보상을 바라며 기다린다"라는 아이디어를 뒷받침한다.

염색약과 달달한 음식은 하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종종 가난한 집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호사일 수 있다.

그리고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있어서, 내일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을 때 하루의 작은 즐거움에 몰두한다는 것은 '삶은 견딜 만하다'라고 느끼게 해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 참고문헌

1. http://journals.sagepub.com/doi/abs/10.1177/0956797618761661

2. http://psycnet.apa.org/doiLanding?doi=10.1037%2F0012-1649.26.6.978

3. https://www.theatlantic.com/science/archive/2016/03/psychologys-replication-crisis-cant-be-wished-away/472272/

4. https://www.indiebound.org/book/9780805092646

5. https://www.ucpress.edu/book/9780520292062/the-making-of-a-teenage-service-class

6. https://www.emeraldinsight.com/doi/abs/10.1108/S1057-629020170000018006

※ 출처: https://www.theatlantic.com/family/archive/2018/06/marshmallow-test/561779/

 

글쓴이_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업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 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일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등에 실리는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면 매일 아침 최신 과학기사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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