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년 여성 A는 수개월 전부터 우울감이 있었다.

처음에는 몸이 피곤하고 입맛이 없었다. 점차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고 쉽게 초조해지곤 했다. 밤에 잠을 이루지도 못하면서 우울감이 심해졌다.

수개월 간 고민 끝에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다. 내원하여 혈액 검사를 시행했고 병원의 의사는 우울증이 아니라 갑상선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서 보이는 우울감 또는 우울증의 사례입니다.

환자는 우울감 또는 우울증상을 보여 우울증이라고 의심을 하고 병원을 내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신의학적인 질환이 원인이 아니라 신체적인 질환이나 약물의 사용에 따른 증상인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또한 우울증이 아닌 다른 정신의학적인 질환인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오늘은 중년기에서 우울증상을 보일 때 우울증 외에 감별해야 될 질환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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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질환에 의한 우울증상

정신건강의학과 병원 내원 초기에 검사를 시행하곤 합니다.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시행하지는 않고 중년 이상의 나이이거나 비특이적인 우울증상을 호소할 때 검사를 시행합니다.

갑상선 검사, 전해질 검사, 빈혈검사 등을 위해 혈액검사를 시행합니다. 혈액검사 외에 경우에 따라 뇌파, CT / MRI 등의 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서는 피로감, 의욕 저하, 우울감, 변비, 식욕저하 등의 지체성(retardation 양상)의 우울증상을 주로 보이고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서는 초조, 불안, 흥분 등의 초조성(agitation 양상)의 우울증상을 보입니다.

전해질 이상은 고령이나 다양한 약물을 복용할 경우에 자주 초래됩니다. 이상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피로감, 의욕 저하, 우울감, 의식변화, 일중 변동되는 우울감, 야간의 이상 언행 등을 보일 수 있습니다.

빈혈에서도 피로감, 의욕 저하, 어지럼증, 두통, 우울감, 불면, 하지불안증후군 등의 증상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간질, 간질까지는 아니더라도 뇌파의 이상, 약한 정도의 뇌졸중(Lacunar infarction 등), 초기 피질하 치매(early stage subcortical dementia)에서는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우울감 외에 심한 어지럼증/두통, 이명, 신체 감각변화 호소, 의식저하, 운동의 어려움, 이상행동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을 보일 때는 뇌파 또는 MRI 검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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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물에 의한 우울증상

중년 이후에는 몸상태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의 질환을 흔하게 진단받고 치료약물을 복용합니다. 치료약물 외에도 개인적으로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기도 합니다.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중한 질환으로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도 많습니다.

고혈압약, 고지혈증 약제, 심장질환 치료제, 스테로이드, 일부 소화제, 항파킨슨 약물, 진통제, 일부 항생제, 일부 항암제, 일부 항정신병 약물, 진정제 등이 직접적인 우울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복용하는 약물이 다양하면 약물의 효과가 중첩되고 서로의 대사에 영향을 미칩니다.

 

약물의 누적효과에 따라서 우울증상을 보일 수도 있고 심한 경우에 의식의 변화, 불면, 야간의 이상 언행 등의 섬망(delirium)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약물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우울증상이 발생한다면 독립적인 우울증인지 또는 약물에 의한 이차적인 우울증인지를 구분하는 점이 중요합니다.

 

약물에 의한 우울증상은 약물을 끊거나 바꾸면 쉽게 호전됩니다.

하지만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치료가 어렵고 우울증상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신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 모두를 조절해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약물을 자의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선후관계를 판단하고 질병의 양상을 평가해야 합니다.

자의적인 판단과 해석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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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정신-신경 질환

파킨슨병은 장기간 지속되면 우울증, 치매 등을 병발하게 됩니다. 또한 파킨슨 치료 약제 자체가 우울감, 불면, 환각, 망상 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치매, 간질에서도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장기 경과에서 자주 관찰됩니다. 이에 대한 감별 평가가 필요합니다. 앞선 말한 대로 경우에 따라 MRI, 뇌파 검사 등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울증에서도 단순 우울증과 유사한 우울증상을 호소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증 또는 경조증 삽화와 같은 시기에서는 주관적인 불편감을 호소하지 않기에 단순 우울증이라고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현병에서도 우울증상이 발생 가능하고 일부 환자에서는 조현병 증상 발현 이전의 전구기(prodorme)에 우울증 증상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우울증상을 호소할 때 감별해야 할 질환들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우울하다고 단순히 우울증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전문가와 상의하여야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명확한 진단을 받습니다.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져야 가장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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