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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하고 자꾸만 화가 나요’ - 혹시 화병은 아니신가요?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5.21 06:14

[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년의 여성 A는 요사이 가슴이 꽉 막힌 것 같고 답답함을 자주 느낀다. 젊을 때부터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걱정하고 불안해하곤 했지만 요새는 하루 종일 긴장되고 곤두서 있는 느낌이다.

최근 자녀 결혼 문제로 고민을 하면서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가슴이 꽉 막힌 것만 같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고 짜증을 자주 낸다. 피로감, 소화불량, 두통, 근육통, 이명 등으로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방문하고 검사를 받았지만 신경성인 것 같다는 말만 들었다.’

 

우리 주변에서 누군가가 호소할 것 같은 증상입니다. 전형적인 화병의 사례입니다.

심한 우울감보다는 애매모호한 짜증과 화, 불안감, 답답함, 비특이적인 신체 불편감, 불면 등의 증상을 호소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앞선 사례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화병과 그 치료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화병이란?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증상은 쉽게 화가 나고 짜증나는 느낌, 가슴의 답답함입니다. 이런 증상들이 불안감, 우울감 및 다양한 신체증상(속쓰림, 두통, 근육통, 피로감, 이명 등)을 동반하게 됩니다. 분명한 증상이 있지만 원인을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지속되는 증상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우울증, 불안증, 공황장애와는 다른 질환입니다. 비슷한 증상이 일부분은 공유되지만 어느 하나의 질환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우울증(depressive disorder)과 유사한 우울감(depressive mood)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병에서의 우울감은 우울증에서처럼 며칠 동안 계속되진 않습니다. 또한 기분이 가라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2) 화병의 원인

생물학적으로 세로토닌과의 관련을 이야기합니다. 세로토닌은 감정과 관련된 호르몬으로 즐거움, 더 나아가 행복감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체내의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스트레스가 반복된다면 염증반응은 만성화됩니다. 만성적으로 염증이 증가한 상태는 세로토닌의 불균형을 가져오게 됩니다. 세로토닌의 불균형은 감정을 예민하고 불안한 상태로 만듭니다.

폐경기를 전후한 성호르몬의 불균형은 불안증, 우울증을 증가시키고 화병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기존에 호르몬이 균형 잡힌 상태에서는 스트레스 상황임에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년기 이후에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는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는 능력인 회복탄력성 (resilience)을 저하시키고, 이는 기존에 겪어왔던 스트레스임에도 취약하게 만들고 질병을 일으킵니다.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화병은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합니다. 우리 문화 특유의 한의 정서, 분노를 표현하지 않고 삭히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화병의 심리적인 원인이 됩니다. 특히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표출되지 못하면서, 가슴이 막힌 것 같은 느낌, 화가 나는 느낌을 경험하게 하는 상징성을 보입니다.

참고 감내하는 정서는 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에서도 관찰되는 데, 이는 아묵(amuk)이라는 질환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의 화병과는 다르게 갑작스러운 공격성, 폭력성으로 표출되곤 하는데, 충동적인 삽화가 끝난 후에는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3) 화병 증상과 진단

화병의 증상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 화병의 특이증상 : 화남, 억울함, 분노, 짜증 등.

- 신경증적 양상 : 우울, 불안, 불면, 초조감, 무의욕 등.

- 신체적인 증상 : 근육통, 피로감, 가슴통증, 가슴 답답함, 속쓰림, 소화불량, 이명, 손발의 떨림 등.

위와 같은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하여 일상 활동, 직업활동, 대인관계에 제약이 있다면 화병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화병의 가장 특이적인 증상(specific symptom)은 억제되지 않는 화, 분노, 짜증의 감정입니다. 거기에 우울증, 불안증의 일부 증상을 동반합니다. 우울감, 무의욕, 불쾌감, 사소한 일에 대한 과도한 걱정, 초조한 느낌 불면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신체적으로도 많은 이상을 호소하는데, 특히 가슴이 꽉 막힌 것 같고 답답한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사진_픽셀

 

4) 화병의 역학과 경과

생각보다 주변에서 흔하게 발생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인구의 5%가량이 화병에 해당합니다. 중년기 여성에서 호발 하지만, 남성에서도 발생 가능합니다.

초기에는 (대개 30대 즈음) 증상의 일부가 스트레스와 관련되어 일시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점차 만성화되는 경향을 띠어서 스트레스 없이도 증상이 지속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악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격이나 업보(과거의 잘못), 한을 이야기하면서 치료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다 증상이 심해지고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게 됩니다. 초기에는 쉽게 치료 가능한 질병이 만성화된 다음에는 치료가 쉽지 않게 됩니다.

 

5) 화병의 치료

많은 분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화병 역시 치료가 됩니다. 특히 약물치료가 증상의 개선에 효과적입니다. 약물치료적으로는 항우울제, 항불안제를 주로 사용합니다. 증상의 경감은 치료의 초기부터 나타나지만 질병이 만성화된 경우가 많아서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초기에는 항불안제, 항우울제를 병용하고 차후에는 항우울제 위주로 치료를 합니다. 항우울제는 이름 때문에 우울증에 주로 사용하는 약으로 알려져 있지만 잘못된 명칭입니다. 사실은 정신의학적인 다양한 질환에 사용하고 좋은 효과를 보입니다.

정신치료적으로는 과거와 같은 심리적인 해석보다는 인지행동치료적인 접근이 이루어집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처법, 스트레스 해소법, 대인관계에서의 좀 더 나은 방법에 대한 상담을 하곤 합니다. 즉각적인 증상의 개선보다는 장기적으로 나은 관계를 맺고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줍니다.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mgy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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