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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상처주는 말, 가족이라 지켜야 할 말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6.22 07:31

[정신의학신문 :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가 그런 말 하잖아요. '남보다도 못한 가족'이라고... 살면서 가족에게서 위로도 받지만 상처도 적잖이 받는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상담하시는 분들도 있나요?"

 

애정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상처 안 받죠. 우리 마음에 상처가 생기는 건 대부분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더 쉽게 상처받게 됩니다.

 

"주로 어떤 말을 할 때 가장 상처받는다고들 하시나요?"

 

부부 사이에는, 남편이 아내에게 "당신이 뭘 알아. 집에서 편하니까, 나가서 돈 벌어봐. 배가 불러서..." 이런 말들은 가슴에 칼을 꽂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남편으로서는 아내가 무시하는 것, 아예 대꾸를 하지 않는 것이 제일 고통스럽다고 하죠. 남편이 제일 괴로운 건, 나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느낄 때라고 하니까요.

부모가 자식에게 상처 주는 말은 "그것밖에 못 하냐.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지 않느냐..."라는 것들이 있겠네요.

 

사진_픽셀

 

"때론 가족이기 때문에 상처가 될 줄 몰랐다 하는 경우들도 있잖아요. 가족 사이에 그런 말도 못 하나 싶었던 것들, 예를 들어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남편이 아내에게 "요즘 당신 살찐 것 같아." 이런 말을 한다면, 아내에게 건강 관리하라고 좋은 의미로 말을 했다 하더라도 상처가 될 수 있지요.

또 다른 예로는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당신은 몰라도 돼."와 같은 말, 아내가 신경 쓰지 않게 한다고 한 말이지만, 무시한다는 인상을 줄 수가 있습니다.

 

"그럼, 부부간에 또는 부모와 자식 간에 주의해야 할 말 같은 게 있을까요?"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내용보다 표현이 더 중요합니다. 비난하고 무시하는 의미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은 모두 삼가야 합니다.

"당신이 뭘 알아, 당신은 몰라도 돼, 내 말 들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이런 말들은 상대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 딸한테 '우리 뚱순이' 하는 아버지가 계신데, 그런 것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인가요? 아무리 애정 어린 말이라 해도요."

 

당연하죠. 신체나 개인의 특성을 평가하는 말을 해서는 절대로 해선 안 됩니다.

"당신은 다리가 짧아. 당신 성격이 너무 예민해, 당신은 사회성이 없어"처럼 개인의 자질이나 특성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이야기는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가족 간에도 듣고 싶은 말, 해주면 좋은 말 같은 게 있을까요?"

 

인정해주는 말입니다. 모든 대화의 시작은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인정해주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인정한다고 해서 상대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당신의 생각은 어떠 어떠하다"라고 내가 그 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당신이 느낄 감정이 어떨지 잘 알겠다"라고 상대의 감정을 존중해주는 표현이 필요합니다.

 

사진_픽셀

 

"가족에게서 상처가 되는 말을 들었을 땐, '가족끼리인데 그냥 풀면 되지' 하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오히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더라고요. 어렵게 "나 그때 그 말 듣고 속상했어"라고 말을 꺼냈는데 상대방 반응에 따라서 다시 상처를 받기도 하고요. 어떻게 푸는 게 좋아요?"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상대가 이렇게 저렇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거나 '내 말을 따라야 한다' 라는 기대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내가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권리가 있듯이 상대도 자기 생각에 따라 반응할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어차피 말해 봐야, 상대가 안 받아 줄텐데요.", "어차피 말해 봐야 그 사람은 내 말 알 들을 텐데요"라며 표현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미리 예단해버리면 대화 자체가 시도될 수 없습니다.

내 말을 듣고 상대가 변할지 말지 정하는 건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나는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까지만 할 수 있는 법입니다. 딱 여기까지 입니다. 상대의 반응은 내 기대처럼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내 생각과 감정은 표현되는 것 그 자체가 의미 있고 중요한 겁니다.

 

"내가 한 말로 상처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땐 또 어떻게 반응을 해줘야 할까요?"

 

가족은 상처받아서 울고 불고 했는데, 상처를 준 사람은 "나는 상처 준 적 없다"라거나, "그깟 일로 뭐 그러냐"하고 나올 때가 문제입니다.

이때 유념할 것은 상처받았으냐, 아니냐를 내 관점에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나는 별 뜻 없이 한 말이라도, 상대가 상처받았다고 하면 그것에 대해서는 사과하는 것이 옳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미안하다'라는 한 마디에도 마음이 풀리니까요.

 

"서로 사랑하지만 또 끊임없이 상처 주고 상처를 받는 존재가 이 가족이란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가족이라고 무조건 친밀하고 가까워야 한다고 믿으면 오히려 문제가 될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친한 가족이라도 적절히 비밀도 있고, 적절히 눈 감아 주기도 하고, 모르는 것이 있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도 해야 합니다.

가족도 서로서로에게 사적인 영역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데, 지나친 솔직함을 강요하거나 가족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상대를 통제하려고 들다 보면 상처 주는 말을 하게 됩니다.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j993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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