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사실은 우울하니까 나도 스마일 증후군인가' 생각하는 분들 계실 것 같습니다.

스마일 증후군이라고 정의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공식 명칭도 아니지만 '자신의 솔직한 감정, 특히 우울이나 화나는 것 같은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고, 겉으로는 밝은 표정을 해야만 할 때 발생하는 증상'을 두고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감정 노동을 하는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서 스마일 증후군이 많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조직에서 요구하는 규칙에 따라 감정을 표현하도록 강요받을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나죠. 정당하게 화를 낼 권리조차 박탈당했다고 인식할 때 발생하기도 하고요. 개인의 고유한 감정마저 외면한 채 버텨내야 할 때 발생하는 증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_픽셀

 

 

가면 우울증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우울증 환자 중 속으로는 우울하지만 감정의 반응이 살아 있어서, 겉으로는 웃기도 하는 가면성 우울증 환자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내적으로는 우울 증상이 있어서 우울감이 심한데도 겉으로는 그것이 드러나지 않는 환자들이 있어요. 이런 유형의 우울증 환자들은, 많이 먹고, 잠도 많이 자는 등 비전형적인 양상의 우울증을 보입니다.

하지만, 스마일 증후군 증상을 보인다고 '우울증이 있다'라고 단정해서는 안됩니다. 스마일 증후군은 감정 표현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것이 지나친 것이지 우울증과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업무상 자신의 감정을 그때 그때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잖아요. 그런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조금 덜 공격적인 방법으로 화를 푸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냉수를 마시거나 얼음을 깨물어 먹거나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것이지요.

마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억울한 감정, 모욕감을 억지로 참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궁극적으로는 불쾌한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이뤄집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수다도 떨고, 연인과 손을 잡고 영화도 보고,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숲길을 산책하고 위안이 되는 음악을 몰입해서 듣는 체험이 필요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스마일 증후군을 제때 해소하지 못할 경우, 어떤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건가요?

 

짜증나게 만드는 고객을 웃으며 응대하다가 집에 와서는 별것 아닌 일로 가족에게 신경질을 부린 경험, 누구나 한두 번쯤 있을 겁니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린 맞벌이 부부는 부부싸움을 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시켜 버려서 사랑하는 가족 간에도 서로를 보듬어주기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정서적 고통을 내면화하다 보면 나중에는 탈진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것이 악화되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하며 무의미함을 느끼게 되고, ‘나는 이 정도 가치밖에 없는 사람인가’ 하며 정체성마저 부정당한 느낌이 따라옵니다.

 

 

평소에 솔직하게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습관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방법이 있나요?

 

꽃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노래를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지, 친구와 수다 떨 때 내 느낌이 어떤지, 연인과 손을 잡고 걸을 때 마음에서 어떤 정서가 일어나는지 등 우선 내면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또,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다' 아니면 '화가 난다' 이렇게 두 가지의 감정 언어만 갖고 있으면 100가지 감정이 있어도, 자신의 감정은 단순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즐겁다, 행복하다, 흐뭇하다, 만족한다, 감미롭다, 평화롭다, 부끄럽다, 창피하다 등 다양한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고, 그것에 대해 자기만의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해요. 감정을 개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늘려가야 하겠죠. 감정을 언어화해서 다채롭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감정 일기를 써 봐도 좋습니다. 하루 중에 강한 감정이 일어났던 일을 떠올리고, 그때 느꼈던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글로 적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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