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노인정신의학회 홍나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치매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치매 어르신의 보호자들을 면담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요양 시설로 모시는 것이 맞는지, 그렇다면 언제 결정하는 것이 좋은지이다.

'저희 부모님이 좀 특이하셔서 시설에서는 못 계실 것 같기는 한데…'

'절대 안 가신다고 하시기는 하는데…'

대개 이런 이야기로 상담을 시작하신다. 요양 시설에 모시는 것은 안 되지만 집에서 모시는 것은 한계가 왔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레 하시는 것이다.

 

과거에는 한 집에 3대 이상이 같이 살고, 또 동네에 친척들이 같이 사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것도 여러 명이 도와가면서 해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길을 잃고 돌아다니셔도 누군가가 알아서 집으로 잘 모셔다 드렸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자식들과 같이 사시는 어르신들도 사실 낮에는 혼자 계시는 경우가 많다. 동네에서도 누가 어디 사는지도 잘 모른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평균 수명이 증가하며, 치매 인구도 증가하고, 치매가 진행되어 24시간의 돌봄이 필요해지는 어르신들도 늘어나는데, 어르신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장기요양제도 등 사회에서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체계가 점점 발전해 가고 있다. 요양 시설도 이러한 체계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사진_픽셀

가족들이 요양 시설로 모시는 것이 치매 어르신에게 나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반드시 또 다른 질문이 따라야 한다.

'시설에서 전문적으로 모시는 것보다 더 잘, 24시간 돌보실 수 있는 자신이 있으신가요?'

많은 보호자 분들이 언제 요양 시설로 보내야 하는지, 그 기준이 무엇인지 질문을 하신다. 요양 시설로 모시는 시기는 치매의 진행 정도보다는 가족들의 여력과 더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어르신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모실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시설로 옮기시는 것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이다.

사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필요는 없다.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면 사고가 나기 전에 안전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개 점점 진행을 해가는 치매의 경우 지금 상태보다 점점 나빠지는 속도를 고려하며 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가족들이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로 시설로 옮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자식이 있는데 시설로 모시는 것은 부모님을 버리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그러한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혼자 계시면 위험해 보이는 치매 어르신을 집에 혼자 계시게 하며, 중간중간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설로 모시지는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러한 경우가 더 죄책감을 가져야 할 상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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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내실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요양 시설로 모시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기보다는, 부모님께서 더 편히 계실 수 있는 요양 시설을 세심하게 찾는 것이 더 효도가 될 것이다. 집집마다 시설로 옮기시는 시점이 다른 것처럼, 우리 집에 적합한 시설도 집집마다 다 다르다.

우리나라 요양 시설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시설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고 시설마다 각각의 특징이 있고 차이가 있다. 어떤 시설은 누워 계시는 어르신들이 주로 계시는 곳도 있고, 거동이 가능하신 분들이 주로 계시는 곳도 있다. 자꾸 밖에 나가시려는 어르신들을 나가시지 못하게 관리가 가능한 시설이 있는가 하면, 자유롭게 주변 산책이 가능한 시설도 있다.

우리 집에서의 거리나 가격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우리 부모님께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가진 시설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적절한 요양 시설을 찾는 방법은 어린 자식을 위해 더 좋은 어린이집을 찾는 방법과 같다. 어떤 것이나 그렇듯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다. 여러 군데를 다니다보면 조건 중에서 내가 놓친 것들을 보게 되기도 하고, 시설들에 대한 간접 경험이 늘어나서 좀 더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요양 시설에 모시느냐 마느냐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잘 모시느냐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부모님과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중요한 결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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