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노인정신의학회 홍나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더욱 고령화되어 가고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노인 질병의 증가를 가지고 오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치매나 노인 우울증 등 노인 관련 정신 질환에 대해서도 걱정을 하고 있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는 다른 노인 질환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큰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언제 우리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노인 정신질환이란 무엇일까요?>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정신질환들을 노인 정신질환이라고 부른다. 젊어서부터 병을 가지고 있으면서 노인이 되는 경우도 있고, 노인이 되어 새로 정신질환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노인에게도 젊은 사람들처럼 우울증, 불안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치매와 같이 노인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병들도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노인들이라고 해서 증상이 조절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노화의 한 부분으로 치부하고 간단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인 정신질환은 대부분의 경우 성인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그 치료법도 성인에서의 치료법과 유사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인에게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치매 등과 같이 뇌기능의 저하로 인해 시작되는 경우도 있고, 신체적 건강이나 사용 중인 여러 약물들과 관련해서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들도 제법 많아 이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노인들의 경우 환청, 우울 등 정신적인 증상을 치료받으러 병원에 오시더라도 심리적 평가 이외에 신체적 평가나 뇌기능 평가를 먼저 시행하는 경우들도 많이 있다.

치료에 있어서도 이미 가지고 있는 질병도 많고 복용하고 있는 약물들도 많아, 질병이나 약물과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유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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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할까요?>

 

치매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많지만, 정작 치매로 병원에 가야하는지, 간다면 언제 가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라고 하면 ‘늙어서 생기는 문제’, ‘고칠 수도 없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치매는 노화에 의해 자연적으로 오는 상태도 아니고, 치료도 필요한 ‘질병’이다. 치매는 건강한 노화에서 오는 문제가 아닌 뇌의 질병으로 인해 생기는 상태이다. 그런데 이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원인 중 10~15%의 경우 조기 발견과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완전한 회복도 가능할 수 있다. 또한, 완치가 불가능한 경우라도 진행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시기에 진단을 하고 그 원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는 원인만 다양한 것이 아니라 증상의 경과도 다양하다.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는 우리가 흔히 아는 치매의 증상처럼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부터 먼저 시작이 되지만, 다른 치매의 경우 헛것이 보이거나 망상이 먼저 생기는 경우도 있고, 성격이 급해지거나 폭력적이 되는 것과 같은 이상한 증상들로 시작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님께서 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기억력이 떨어지시거나 성격 변화, 환시, 환청, 망상과 같은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신다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오셔서 평가를 받아 보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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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노인들의 정신건강에서 치매만큼 중요성을 가지는 부분이 노인 우울증이다. 많은 사람들이 ‘늙으면 다 우울하지, 좋을 게 뭐가 있어’라며 노화에서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나온 연구 결과를 보아도 노인 우울증을 잘 치료하는 것이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노인들의 우울증의 특징은 기분이 우울하기보다는 쳐지거나 짜증스러워진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좋은 것이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고 그저 축 쳐지기만 한다. 누가 조금만 뭐라고 해도 그렇게 서럽고 거슬릴 수가 없는 것이 노인 우울증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노인 우울증의 특징은 몸이 아프다는 것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뭐가 막힌 것 같고 쉽게 체하고, 어지럽고 머리 아프고, 관절도 평소보다 더 아픈 것 같고 팔다리가 너무 무거워서 꼼짝도 할 수 없는데 병원에 가서 검사하면 특별한 이상은 나오지 않고 ‘신경성’ 내지는 ‘화병’이라는 말만 듣게 되는 경우 우울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모님께서 이런 모습을 보이신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빨리 모시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증은 생각보다 치료가 쉽게 되는 경우가 많고, 회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노인 정신질환은 절대로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부모님 괜찮으신가?’ 걱정이 든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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