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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갱년기와 중년의 우울증
송어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5.28 00:27

[정신의학신문 : 송어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체 기능, 특히 남성성과 여성성의 발현을 담당하는 호르몬의 변화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여성에게는 난소의 기능정지에서 이어지는 호르몬 변화가 갑작스럽다면, 남성에게는 이러한 호르몬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납니다. '남성 갱년기'라는 용어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수치의 감소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폐경(menopause)/갱년기와 남성의 갱년기는 얼추 비슷할 것 같지만 실은 서로 다른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여성에게서는 굉장히 짧은 시일 내에 배란이 종결되고 호르몬의 생산도 감소하게 되는 반면, 남성에게서는 테스토스테론과 이와 관련된 다른 호르몬의 감소가 몇 년을 거쳐 진행이 되고, 여성처럼 깔끔한 '종료'라고 부르기 힘든 경우가 많기에 60대가 되어도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게 됩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30대를 지나면서 1년당 1% 정도씩 감소를 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혈액 검사가 유일합니다. 그렇다고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수치가 여성의 폐경처럼 남성갱년기의 증상을 그대로 반영할까요?

나이에 따른 테스토스테론의 변화

호르몬이 체내에 미치는 영향의 결과물인 증상, 혹은 정상 상태에는 단순히 호르몬의 양뿐만 아니라 변화의 속도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급격한 변화를 막는 기본적인 보상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한 혈중 수치로 갱년기라고 진단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의 감소와 관련된 증상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성기능이 감소한다.

성기능은 실제로는 여러 기능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개념이죠. 일단 성욕(sexual desire)이 감소하고 발기부전(erectile dysfunction)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게 되고, 수면중 발기의 빈도가 줄게 되며, 불임(infertility)이 증가합니다. 여성에서 난소가 퇴화하는 정도는 아니겠으나 고환의 크기도 감소합니다.

성기능 감소는 남자에게뿐만 아니라 여자에게도 어찌 보면 큰 변화이고 자신감이 저하되는 계기가 되며, 남성의 경우 치료를 받게 되는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2. 수면의 패턴이 변화한다. -잠이 안 오기도, 졸리기도

수면은 우리 생활에서 가장 민감하게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반영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의 불균형으로 인해 불면, 수면과다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3. 신체적 변화 -체지방, 증가

근육량과 근육 자체의 근력, 골밀도(뼈가 얼마나 실한가), 체모(털) 감소. 여성에게서 있을 수 있는 안면홍조(hot flush)를 경험할 수도 있으며 활력이 감소하여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4. 자신감, 의지의 감소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과도 관계가 있으나 어느 정도 자신감과 의지를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그래서 남성 갱년기에는 전과 다르게 쉽게 우울해지거나 슬픔을 느끼고 집중력이 떨어져 마치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 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남성 갱년기의 증상으로 알려진 것들을 살펴볼까요?

<남성 갱년기 자가진단/체크리스트>

1. 나는 성적 흥미가 감소했다.
2. 나는 기력이 몹시 떨어졌다. 
3. 나는 근력이나 지구력이 떨어졌다.
4. 나는 키가 줄었다.
5. 나는 삶에 대한 즐거움을 잃었다.
6. 나는 슬프거나 불만감이 있다.
7. 나는 발기의 강도가 떨어졌다.
8. 나는 최근 운동할 때 민첩성이 떨어졌다.
9. 나는 저녁식사 후 바로 졸리다.
10. 나는 최근 일의 능률이 떨어졌다.

이중 3개 이상이면 남성갱년기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근데 위 체크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이거 우울증 아냐?'라는 의문이 들 겁니다. 실제로 호르몬 변화로 인해 쉽게 울적해지고 감정의 진폭이 전보다 커지면서 쉽게 우울증에 걸리게 됩니다. 그러면 단순히 호르몬 변화, 신체적 갱년기 증상 때문에 이 모든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사진_픽셀

 

남자들의 50~60대는 여러 변화가 있는 시기입니다. 직장에서 안정된 위치에서 중심축을 담당할 때이지만 정리해고, 고용불안이 이전보다 늘어난 요즘 같은 때에는 과연 안정된 지위라는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자녀가 있다면 점차 늦어지는 독립과 증가하는 교육비, 대학 등록금, 결혼과 관련된 부수적인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드려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깨를 짓누르는 짐 때문에 힘들어도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퇴를 하게 되면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던 나-이외의 가족들에 다시 적응해야 합니다.

이 시기의 아내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 집에서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는 남편들을 못마땅히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쩔 수 없는 갈등이고, 겪어야 할 과정이기도 합니다만, 확고한 업무범위와 함께 가졌던 지위를 상실한 것도 스스로 허전하기 마련인데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마치 쓸모없는 사람처럼 내비치는 것은 정말 서글픈 일입니다. 금전적 이유만이 아니더라도 그래서 다시 일터로 향하는 남성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남성들은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가뜩이나 이전보다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감정/신체 상태로 인하여 우울감을 호소하게 되는 것입니다.

남성 갱년기는 단순한 호르몬 감소 이상의 문제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노화의 한 과정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전에는 없던 상황들, 나의 감정들, 그리고 스트레스들과 함께 잘 지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에는 묻어두고 지냈던 '나 자신'을 더 돌아봐야 합니다.

성기능도 줄어들어 당황하게 되고 자신감을 잃고, 전과 같지 않은 모습이 되는 게 남성 갱년기, 남성 우울증 때문인데도 혼자서 의기소침해지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어찌됐건 그건 자연이 만든 변화이지, 우리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송어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seoul-s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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