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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끝에서 '가즈아'를 외치다 - 비트코인 열풍에 대한 우려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7.12.28 07:29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픽사베이

 

전 세계는 지금 암호 화폐 열풍

 

‘비트코인이 2000만원을 돌파했다더라’

‘친구의 아는 사람이, 비트코인으로 투자를 해서 몇 억 벌었다더라’

‘전 세계에 떠돌아다니는 돈이, 다 여기에 몰린다더라’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최근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비트코인’이다. 이 생소한 단어가 어마어마한 금액들과 연결되고, 투자자들의 투자 성공 후기가(혹은 인생역전 후기) ‘카더라 통신’과 만나게 되면서, 비트코인은 일종의 사회 현상이 되었다. 언론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여러 암호 화폐의 등락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사실, 비트코인이라는 말이 언론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일본인이 처음 개발한, 최초의 암호 화폐이며, 초창기에는 가상의 화폐가 실제 거래의 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일화에 따르면, 피자 2판을 1만 비트코인으로 겨우 바꿀 수 있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진화의 단계를 거친 지금은 1비트코인이 2000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치가 폭등한 상태이며, 국내에서는 유독 그 열기가 뜨겁다. 실제로,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상당수가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이 ‘가즈아’*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가즈아:’가자’라는 단어를 늘인 것.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을 염원하는 이들 사이에서 유행된 말)

 

사진_픽사베이

 

투기의 광풍, 쉽게 빠져드는 이유?

 

현재 암호 화폐의 열풍이 과거 네덜란드의 튤립 거래의 일화처럼 투기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투자 생태계가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20대와 30대 젊은 층이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한탕주의’를 내세워 암호 화폐에 접근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24시간 내내 생활 리듬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과잉 각성되어 비트코인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은 자명하며, 이런 현상은 분명 중독에 가깝다.

 

중독 행위의 심리적 기저에는, 자신의 심적 고통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숨어 있다. 내적인 고통을 마주하면, 무너져버릴 것 같은 무의식적 두려움에 무엇인가에 몰입하여 피해보려 하는 행동인 것이다. 도박이든, 음주든, 쾌락을 추구하는 성적 행동이든 중독의 기저 심리는 대개 비슷하다.

 

암호 화폐 광풍의 기저에는 아마도, 팍팍한 사회 현실과 마주한 젊은 층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국내 대부분의 일자리가 모여 있고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가량이 살고 있는 거대화된 수도권의 집값은, 웬만한 회사원이 수 십 년간 모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 생활 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실질적 생활비나 물가는 그 이상으로 치솟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비싼 등록금을 내고 겨우 대학교를 나왔더니, 남는 것은 빚이더라’는 젊은이들의 한탄이 여기저기 들려온다. 취직을 하고 나면,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은 경제적인 문제 앞에 가로막힌다.

 

이러니 월급을 쪼개 겨우 저축을 하고 있던 이들도, 하루아침에 수 십 퍼센트 씩 오르내리는 암호 화폐에 그간 넣던 적금을 해지하고 투자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법하다. 주변에서 들리는 ‘카더라 통신’은 더욱 이런 문제를 부추긴다. 막막하고 답답한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무의식적 욕구와, 이에 대한 반동형성으로 생긴 근거없는 환상(fantasy)은, 결국 정상적인 투자가 아닌 투기를 조장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_픽사베이

 

비트코인, 그 짜릿한 쾌감의 뇌과학

 

한 지인이 최근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다. 모 암호 화폐에 투자를 했는데, 밤에 수면도 잘 취하지 않고 계속 몰입해 들여다 보다 보니 낮의 업무에도 집중할 수 없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화끈거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더라고 토로한다. 암호 화폐 거래 시장은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특징을 가진다. 자신이 투자한 돈의 가치가, 하루 수 십 퍼센트씩 널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그리고 자신이 그 순간을 포착해서 손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는 왜곡된 자동적 사고라 할 수 있다.

 

그림_신재현

 

왜곡된 생각을 인지한 뇌는, 실제로 위험한 일이 눈앞에 있지 않더라도 위험을 예측해 인체가 위험에 대비하도록 지시를 내린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출되고, 각성과 흥분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교류가 활발해진다.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온몸의 교감신경계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런 결과로, 비트코인의 호가 창을 바라보는 이들의 가슴은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고,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또 침이 바싹 마르고, 소화도 잘 되지 않고, 왠지 가슴이 답답해져 가쁜 숨을 몰아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는 위험한 포식자를 앞에 둔 가련한 얼룩말이 경험하는 생리현상과 같다. 

 

하지만, 동시에 몇 번의 짜릿한 가격 상승을 경험하게 되면서 뇌에 자리 잡은 쾌락중추는 그 순간의 쾌감을 기억한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도, 밤에 잠을 설쳐도, 자신이 투자한 화폐의 가격이 상승되는 순간의 쾌락은 이 모든 고통들을 다 덮어버린다. 물론 이러한 고양감은 오래가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미 절정을 맛본 쾌락중추는 동일한 수준 이상의 쾌락을 갈망(craving)하여 다시 비슷한 정도의 쾌락을 가져다 줄 무엇인가를 찾고, 이를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게 되므로,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중독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사진_픽사베이

 

쾌락의 끝에 남는 것은

 

물론,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잘 해서 많은 이득을 얻게 된다면 참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심한 변동성을 가진, 투자의 규칙이 채 형성되지 않은 암호 화폐 시장은 그 이상으로 마음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높은 언덕이 있다면, 낮은 골짜기는 필연적으로 따라 올 수 밖에 없는데,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쾌락의 끝에 남는 것은 심한 좌절과 절망, 우울일 수 있다.

 

체내에서 과도하게 분비된 스트레스 호르몬, 과잉 활성화 된 교감신경계 등과 같은 신체의 반응은 심한 불안을 불러온다. 과잉 각성은 불면증을 쉽게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위험을 대비해 활성화된 신경체계들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원래 예민한 이들이나,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는 더욱 큰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이내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흥분된 몸과 마음을 가라앉히기 마련이지만, 계속되는 긴장과 여러 이벤트가 흥분된 상태가 가라앉을 틈을 주지 않고, 결국 몸의 항상성(homeostasis)을 망가뜨리게 된다. 그리고 쾌락중추에서 도파민이 정점을 찍고 하강하며 느끼는 갈망 또한, 이런 불안을 더욱 조장한다.

 

투자의 실패는 자신에 대한 왜곡된 자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흥분을 만들어냈던 신경전달 호르몬이 체내에서 점차 줄어들면서, 가려져 있었던 불안과 우울이 의식으로 서서히  올라온다. 이러한 현상이 우울증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내적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선택했던 도피처가, 오히려 고통을 더욱 심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투자하는 이들이 으레 농담으로 ‘실패하면 한강에 간다’는 말을 하지만, 실제 자해나 자살 시도와 같은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행동에 대한 충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 화폐들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 하나의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문제는, 투자하는 개인이 이를 얼마나 적절한 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가이다.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는 하지만, 무분별한 상승의 쾌락만을 좇는 행동은 결국 고통을 남길 뿐이다. 스스로의 원칙이 무너진 채로, 상승과 하락에만 목을 매는 투자는 정신건강에 독이 될 수 있음을 주지하며, 능력 범위 내의 온건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위대한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존 스튜어트 밀은, ‘인생의 여러 가지 향락은 이것을 인생의 주요 목적으로 삼지 않고, 지나가는 길에 잠시 취(取)할 때 비로소 즐거운 것이 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눈 앞의 쾌락은 긴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지극히 짧은 순간일 뿐이다.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삶을 그리며, 지향하는 가치에 맞는 긴 호흡의 투자를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powers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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